001. 콩가루 묻힌 쑥떡

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by maybe



001. 콩가루 묻힌 쑥떡


으레 하던 것처럼 아빠의 삼 남매를 기준으로 가족들이 설 전에 모였다.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사촌동생 예비부부와 30대 사촌들은 따로 밥을 먹었고, 어른들과 형부, 제부, 조카들은 고기를 구웠다. 서로 인사를 하며 각자의 길을 떠나려는데, 큰고모가 넌지시 물었다. 얘, 너 쑥떡 먹을래?


어릴 때는 떡을 자주 먹었고, 또 좋아했다. 조부모와 살았기 때문에 더 쉽게 접해서 그랬겠지만, 그중에 특히 쑥이 들어간 떡을 좋아했다. 할머니의 음식 중에 유일하게 그리운 것이 쑥이 잔뜩 들어간 개떡이다. 찹쌀 없이 밀가루나 그냥 쌀가루를 빻아 쑥을 대충 뜯어서 뭉쳐서 쪄낸, 거칠지만 쫀득한 그 식감이 참 좋았다. 딱 베어 먹을 때의 잔잔하게 느껴지는 쑥 내음도 좋았다. 20대 중반 언젠가 한입 크게 베어 물고 얹히는 바람에 떡은 내게서 멀어졌지만, 그래도 쑥떡은 포기 못 하지.


그럼! 나 줘. 나 쑥떡 좋아. 잘 먹어. 나는 대답했다. 고모가 네가 웬일이냐는 표정으로 까만 봉지를 건네준다. 바로 가져가서 먹고, 남으면 얼렸다가 먹고 싶을 때 먹어, 응? 비닐 속에는 손바닥보다 살짝 더 큰 쑥떡 한 덩어리와 야무지게 콩가루도 따로 소포장되어 있었다. 서걱서걱 한입 크기로 잘라내 콩가루를 가득 묻혀 아침마다 몇 조각씩 입에 넣는다. 쑥이 씹히는 맛있는 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