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002. 커피를 내리는 아침
나는 출근시간보다 꽤 이른 출근을 하는 편이다. 이사 이후 회사가 가까워지기도 했고, 아침에 여유 있게 보내는 걸 더 선호한다. 가까운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씩 들고 출근을 하다가 요즘에는 아침마다 내려 마시기 시작했다. 집에 가득 쌓여있는 원두를 소진하기 위함과 커피 내리는 시간을 즐기기 위함, 동시에 카페에 소비하는 금액을 줄여보기 위함이다.
그래서 출근 준비에는 원두를 갈아내는 행위도 추가되었다. 적당히 20-25그램 정도를 갈아 뚜껑 있는 작은 용기에 담는다. 원두 알맹이일 때, 갈아낸 직후, 커피를 내릴 때의 향은 모두 조금씩 달라서 얼굴을 들이대고 코를 벌름거린다. 담아가는 원두의 맛도 다르기 때문에 다양하게 즐기고 있다.
온몸이 끼어있는 상태의 지옥철에서 나는 상상으로 이미 커피를 내리고 있다. 괴로운 시간은 딱 10분만 지나면 된다. 주머니 속의 원두가 들어있는 용기를 만지작 거리며 주문을 외우듯이 생각해 본다. 10분 후에 나는 사무실에서 커피를 내릴 것이다. 15분 후에 나는 갓 내린 커피를 마실 것이다. 얼마 전 나는 소중한 이 시간을 위해 실리콘 접이식 드리퍼를 구매했다.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에 도착하면 정해져 있는 루틴이 있다. 노트북 전원을 켜고, 손을 씻고, 전기포트에 물을 담아 올려두고, 경건한 마음으로 드리퍼에 필터를 얹고, 커피 가루를 쏟는다. 뜨거운 물을 몇 번 부어 머그잔으로 딱 한 잔 내린다. 자리에 앉아 업무 세팅을 하며 커피를 마시는 이 느긋한 시간을 좋아한다. 귀에는 아직 에어팟이 꽂혀있고, 사람들이 들어오는 시간 전까지는 계속 음악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