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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킴이 Aug 10. 2023

안면감각이상이라는 진단을 받아봤습니다.

스트레스가 불러온 최악의 사태

2023년 2월 무렵. 저에겐 안면감각이상이라는 병이 찾아왔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한쪽 볼이 얼얼한 느낌이 들고, 왠지 치과 마취치료 후 풀리기 전의 그 느낌같은 기분이 들길래 병원을 방문했는데 안면마비가 오려고 하는 신호같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제 겨우 30대 중반인데.. 안면마비가 와서 얼굴이 망가지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어 창피한 것도 모르고 길거리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안면감각이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 저는 우선 병가 신청을 진행하고 치료에 집중했습니다.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하루 18알의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아 먹고, 병원 치료를 받으러 가는 날은 스테로이드 주사도 함께 맞았습니다. 2주 동안 약물을 복용하고 주사를 맞았는데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친정엄마와 이모가 강력 추천했던 경희대 한방병원을 찾았습니다. 


경희대 한방병원에는 안면신경만을 전문으로 하는 안면신경과가 있다는 사실을 저는 이 때 처음 알았습니다. 담당 교수님과 이런 저런 문진을 진행하고 이-해보세요, 우-해보세요, 웃어보세요 등의 상태를 진단해보신 후 아직은 마비까진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마비가 진행되기 전에 감각이상을 어서 치료해야 한다고 하셔서 얼굴 전체에 침을 맞는 치료를 진행했고 2주 가량의 통원치료를 마친 후 감각이상의 증상이 거의 사라져 한방병원 치료는 중단했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처방 받아 먹었던 스테로이드제 약물도 한 달 정도 복용한 후 증상이 사라지며 치료를 마쳤습니다. 


정신없이 한 달 반을 지내고 난 후, 저는 대체 왜 내 인생에 이런 일을 겪어야 했는지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크게 느꼈습니다. 나름 착하고, 성실하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왜 나에게 찾아온 것은 이런 질병 뿐인이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왜 이런 질병을 겪게 되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결국 이 모든 질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였습니다.


스트레스의 중심엔 2022년부터 새로 시작한 일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서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많았기에 각종 스트레스가 만연했습니다. 자기 말이 무조건 맞다고 우겨대는 사람,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찾아와 왜 일을 이따위로 하냐고 막말하는 사람 등.. 아무리 좋은 방법을 찾아주고 아무리 친절한 태도로 일해도 이런 사람들이 한 번씩 나타나면 나의 인격 전체를 송두리째 밟히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기획자, 마케터로 일했을 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이런 사회 생활에서 온 스트레스는 일년 내내 나의 몸과 정신을 조금씩 좀먹어가기 시작했으며 결국엔 안면감각이상이라는 사태까지 초월했음을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임을 깨닫는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안면감각이상을 극복한지 이제 6개월, 얼굴 감각이 이따금씩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거의 완치됐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안타까운 건 안면감각이상을 치료하며 복용했던 스테로이드제 부작용으로 인해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기도 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직 진행중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스테로이드제로 인해 어떤 부작용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


혹시 어느날 갑자기 얼굴 한 쪽 또는 양쪽에 아무런 이유 없이 뻐근한 느낌이 든다든지,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진다던지, 웃을 때 얼굴이 갑자기 비대칭처럼 느껴진다는지 하는 증상을 겪게 되시면 하루 빨리 이비인후과나 신경과로 가셔서 진단을 받아보세요. 안면신경 관련 증상은 빨리 치료하면 할수록 호전이 빨라진다고 합니다. 꼭 기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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