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6 괜찮아 떠나(1)

- 치앙마이, 느림의 여유가 있는 곳.

by 농도C

비행기가 치앙마이 공항에 랜딩을 하고, 대팔은 도착 게이트로 나왔다. 영범이 손을 흔들면서 맞이해주고 있었다.

"온다더니 진짜 왔네?"

"형 그럼 제가 간다면 가지 안가겠어요?"

"작년에는 내가 한국에 못들어갔으니, 2년만인가?"

"그쯤 된 거 같네요. 여전하네요 형은"

"그래 보이냐? 여기 오니까 그나마 다시 어릴 때 모습이 돌아오는 것 같긴 하다."


남자 찐친들의 인사가 으레 그렇듯 거창한 포옹도, 터질듯한 반가움도 없었다. 마치 어제도 본 것마냥 별다를 것이 없는 인사였다. 하지만 둘은 개의치 않았다. 꼭 격한 반가움을 표현해야 찐친은 아니니까.

"일주일동안 뭐하려고?"

"뭐, 낮에는 카페에서 책 좀 보고, 심심하면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술판도 좀 벌이고 그러다가 저녁에는 주인장 등골도 좀 벗겨먹고 그러죠 뭐."

"그래라. 뭐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온 건 아닌가보네?"

"예. 급하게 행선지만 잡아서 왔다니까는."

"알겠다. 나도 낮 시간이나 고객들 체크인을 할 때에는 일을 해야하니까, 우린 주로 저녁에 놀자. 오케이?"

"네. 오케이!"


어차피 영범은 치앙마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스물네시간 영범과 계속 함께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팔은 오전부터 낮시간까지는 혼자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저녁시간에 영범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치앙마이는 방콕에 이어 태국의 제2 도시이긴 하지만 방콕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조용한 도시이다. 도시이지만 너무 도시스럽지 않은 모습이 대팔은 좋았다. 특히나 치앙마이의 성 안쪽은 '올드시티(Old City)' 라고 불리는데 란나 왕국의 수도였던 유서 깊은 지역이다. 올드시티라는 명칭 답게 고풍스러움도 느껴지고, 전통사원도 제법 있으며 한적하면서도 느낌 있는 카페들이 많은 편이라 디지털노마드 족들의 성지이기도 했다.

대팔은 아침에는 치앙마이 이곳 저곳을 천천히 조깅을 하면서 둘러봤고, 햇볕이 좀 뜨거워진다 싶으면 게스트하우스 앞에 앉아서 커피 한 잔과 빵 몇 조각을 씹으며 책을 펼쳐봤다. 책을 펼쳐보는게 지겨우면 밀린 유튜브/넷플릭스를 몰아보기도 하다가 다시 돌아보고 싶으면 도시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사치스럽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렇게 대팔은 마치 한량처럼 치앙마이에서 시간을 보냈다.3-4일 정도 시간을 보냈을까? 영범의 게스트하우스 1층은 사랑방으로, 이 곳에는 숙소가 없었고 밤 11시까지는 누구든 가볍게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친구가 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날 저녁에도 대팔은 영범의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맥주를 홀짝이면서 게스트하우스를 채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영범은 대팔을 따로 불렀다.


"대팔아. 우리 오늘은 나가서 마시자."

"형 괜찮아요? 나가서 마셔도?"

"어, 오늘은 직원이 좀 늦게까지 있어준다 그래서 괜찮아. 나가자!"

치앙마이 시내쪽으로 나온 둘은 근처 펍으로 가서 술을 즐기기 시작했다.

술이 몇 순배쯤 돌았을까, 두 사람은 슬슬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고 바람도 슬슬 시원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대팔아 기억나냐."

"뭐가요?"

"나 그때 6년 전인가, 너랑 나랑 서울에서 한 잔 하는데 네가 그랬어.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우리 학생때의 낭만을 잊어버리고 살게 된 거 같다고. 그런데 뭐, 그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 것 같아보였어. 너도 바빴고, 나도 바빴고. 우리만 바빴던게 아니라 우리 친구들도 다들 바쁘게 살았잖아. 그렇게 우리를 잊고 현생에 파묻혀서 미친듯이 일을 하면서 사는데 앞사람도 옆사람도 그렇게 사니까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아."

"형은 그래도 매년 그 낭만을 잊지 않으려고 일부러 아프리카도 가시고 그랬잖아요. 그게 낭만을 지키는 길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형의 그 노력이 참 부러웠어요. 1년에 며칠 안되는 시간 만이라도 학생 때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던 그 낭만을 지키고 싶다면서 일부러 불편한 나라들만 골라서 다녔잖아요"

"내가 그랬나?"


영범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다시 대팔과 잔을 부딪혔다.

대팔은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 후, 영범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형은, 지금의 모습이 만족스러우세요? 행복함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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