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것에 있다.

by 청리성 김작가

대학원 과정에서, 본격적인 코칭 실습이 시작되었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수업과 과제에 집중하면서 보내다 보니, 어느덧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와버렸다. 이미 자격을 가지고 있고 틈틈이 코칭하던 사람들은 크게 상관이 없었는데, 코칭을 배우려고 학교에 온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되었다. 기본적인 내용을 배우고 바로 실습하면서 감각을 키워야 했는데, 그게 원활하지 않았던 거다. 지난주에 이 부분에 대해 인식하고, 서로 코칭 일정을 잡기 시작했다. 나도 2분의 코치님과 코칭을 진행했었다. 두 분 모두, 코칭을 처음 배우는 분들이었다.


코치 역할을 하도록 제안했다.

상대 코치님이 코치 역할을 하고, 내가 고객 역할을 하자고 한 거다. 코칭을 배우는 단계에 있는 분들이, 코칭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코칭을 한 다음, 잘된 부분과 아쉬운 부분에 관해 물었다. 코칭을 처음 접하고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코칭치고는, 두 분 모두 좋았다. 기본적인 프로세스와 상황에 따른 질문 그리고 반응하는 모습들이 괜찮았다. 하지만 공통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GROW 모델에 맞춰서 코칭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짧은 시간에 모든 프로세스에 맞게 진행하려니, 코칭 대화라기보다 질문을 쳐내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한 일이다.

코칭을 처음 배우고 실습하는 것이고, 그러니 배운 프로세스와 순서에 맞게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프로세스에 맞춰서 모든 과정을 하게 되면, 버겁게 느낄 수 있다. 고객과 고객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음 질문과 프로세스에 더 신경이 쏠리기 때문이다. 코칭의 핵심은 경청인데, 경청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코칭 대화가 원활하게 흘러가는 데 무리가 있다. 코치님들 스스로 버거워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두 분 모두에게 조언드렸다. 내가 배울 때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기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코칭의 맛을 먼저 맛보도록 하세요.”

코칭의 맛을 먼저 느꼈으면 하고 바랐다. 코칭의 맛이 뭘까? 코칭할 때 느끼는 전율을 말한다. 코칭할 때 느끼는 보람과 왜 코칭이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느끼게 하는 순간의 느낌이다. 어떤 때 이런 느낌이 올까? 고객의 입에서 “아! 맞네요!”,“아! 그러네요!” 등과 같은 감탄사가 나올 때다. 고객이 가져온 코칭 주제에 관해 탐색 질문을 깊이 들어가면서 대화를 나눌 때, 이런 반응이 나온다. 고객이 가져온 주제는 대체로, 그냥 떠오른 것이 대부분이다. 그냥 떠올랐다는 것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꺼내 든 내용이라는 말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은 주제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사람에게 집중해야 할 코칭이 문제에 집중하게 되면, 원활한 코칭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코칭 대화가 잘 이루어졌다고 해도, 끝맛이 씁쓸하다. 개운하지 않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진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박 겉핥기랄까? 수박은 속에 있는 빨간 부분을 먹어야 제대로 맛을 느꼈다고 할 수 있다. 수박 겉을 핥고 수박을 먹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탐색 질문에 집중해서 하라고 했다.

뒤에 프로세스는 생각하지 말고, 고객이 제시한 주제를 깊이 있게 탐색하는 질문을 하면서 경청하고 또 질문하라고 했다. 고객의 문제 아니, 고객에게 집중하라는 의미다. 고객의 주제를 깊이 있게 살피는 질문과 경청을 통해 계속 내려가다 보면, 고객 자신이 정말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진짜 주제를 찾아내게 된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반응을 통해 알 수 있다. “아! 맞네요. 제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이거였네요!”라는 식의 반응이다. 이 반응은, 고객이 자신의 마음 깊이 가라앉았던,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찾았다는 신호다. 다음은 어떻게 될까? 본인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한다. 코칭 전체를 100이라고 했을 때, 주제를 탐색하는 부분이 60~70은 차지한다. 시작을 잘하면, 반이 아니라, 그 이상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코칭은 정말 매력적인 대화 도구다.

이 대화 도구가, 순서에 맞게 질문하면서 이어지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것을 알려면, 코칭의 맛을 알아야 한다. 코칭 맛을 알려면, 주제 탐색 질문을 깊이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라 여긴다. 이 부분에서 코칭하는 맛을 느끼고 보람을 얻기 때문이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달려 있지 않다. 문제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있다. 영화 <올드보이> 대사에서도 알려준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이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 가 아니라 왜 풀어 줬을까야. 왜? 자 다시.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딱 15년 만에 풀어 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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