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결핍

by 청리성 김작가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오래 그리고 자세히 보도록 도와주는, 마음의 갈증』


주일 학교의 꽃은, 캠프다.

학생 때는 방학이 되면, 아침은 집에서 먹고 나갔지만, 저녁까지 성당에서 먹고 들어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성당 친구들하고 밖에서 먹었다고 해야겠지? 캠프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딱히 뭘 그리 열심히 준비한 건 없다. 학생회 소속이 아니면 준비할 것도 없었다. 장기자랑 정도? 성당에 가면 선생님은 물론이고 친구들과 동생들 그리고 형이나 누나들이 있으니 가게 됐다. 같이 노는 게 좋았던 거다.

캠프를 마치면 더 많은 학생이 성당에 모여든다.

처음 본 아이들도 2박 3일의 캠프 동안, 원래 알았던 친구처럼 돼버린다. 캠프의 마법이랄까? 애프터라는 명목으로 같은 조끼리 만났다. 맛있는 걸 먹으러 가기도 했고 같이 놀러 가기도 했다. 조끼리 조인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방학 모든 시간을 성당에서 보냈다. 지금 생각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 사진과 영상으로 머릿속을 지나간다.


교사가 돼서 처음 진행한 캠프는 ‘도보 성지 순례’였다.

‘도보’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듯, 캠프 대부분이 걷는 일정이었다. 오, 이런! 처음 교사가 돼서 맞이하는 캠프라 한창 기대했는데, 실망이었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걷고 밥을 먹는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걷고 또 밥을 먹는다. 그리고 저녁에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나고 생각하면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때는 ‘아….’였다. 모든 순간이, ‘아….’였다.


땡볕에 보조교사로 함께 온 형과 이동을 하고 있었다.

안전사고를 대비해 구급약품 상자를 들고 있었고, 간격을 두고 맨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도로를 걷고 있었는데, 그늘이 보이지 않았다. 군대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더워도 너무 더웠다. 중간에 큰 나무 그늘이 보여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본대와 좀 떨어져 있어서, 우리에게는 물이 없었다. 갈증은 심하게 나는데 물도 없고, 그렇다고 물을 먹자고 본대로 빨리 따라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구급상자 좀 열어봐.”

“에? 왜요?”

“뭐라도 있나 보려고.”

구급상자를 열었더니,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상비약과 외상에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이 보였다. 그리고 안쪽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쌍화탕 2개가 보였다. 쌍화탕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감기나 몸살에 먹는 약이다.

“그거 줘봐.”

“왜요? 어디 아파요?”

“그거라도 마시자. 너무 목마르다.”

그 형은 망설임도 없이 쌍화탕 뚜껑을 돌려 따서 한 번에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나는 쌍화탕에 대한 상식을 잊기 위해, 잠시 침을 꼴깍 삼킨 후 따서 마셨다. 미지근하긴 했지만, 그래도 액체라고 수분을 보충한 느낌이 들었다.

“나쁘지 않은데요?”

“내가 예전에 군대에서 이렇게 행군하는데 너무 목말라서 마셔본 적이 있거든. 그때는 독약하고 농약 빼놓고는 액체란 액체는 다 마셨지. 물이 없으니.”


갈증 해소에는 쌍화탕?

쌍화탕을, 그것도 미지근한 쌍화탕을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신다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미쳤다고 하진 않겠지만,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보지도 않을 거다. 하지만 쌍화탕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상황이 만들어내는, 이해의 확장이다. 요즘도 쌍화탕을 보면 그때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아주 강렬한 사건이 아님에도, 기억에 남아있다.


감기나 몸살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쌍화탕이다.

하지만 갈증이 몹시 심하고 마실 것이 없을 때는, 무엇보다 소중하게 보였다. 없을 때는 모든 것이 소중해 보인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500mL 생수병이지만, 고립된 상태에서는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가 된다. 결핍은 아이디어를 만들기도 하지만, 소중한 마음을 만들기도 한다. 소중한 마음은 집중하게 하고, 잘 살피게 만든다. 오래 보고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한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오래 그리고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결핍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일부러 결핍의 상황으로 몰고 갈 필요는 없지만, 결핍의 상태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면 또 다른 선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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