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배려

by 청리성 김작가
『비켜주려는 마음보다 비워두는 마음과 노력』


지하철을 타면 긴 자리 양 코너에 분홍색으로 된 자리가 있다.

임산부 배려석이다. 말 그대로, 임산부를 배려하기 위한 자리이다. 홍보 영상을 보면 비켜주기 전에 비워두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앉아 있다 임산부가 오면 비켜주지 말고, 그냥 비워두라는 말이다. 마음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의도라 생각된다.


노인을 보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하지만 임산부, 특히 티가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는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아직은 자연스럽지도, 당연하게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 초기 3개월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아기가 자리를 잡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신한 티가 나진 않지만 제일 조심해야 하는 시기다. 그래서 임산부석을 마련했고 배지를 만들어, 티가 나지 않는 임신 초기의 산모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켜주지 말고 비워두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말을 생각하니,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가시나무>라는 노래다. 노래 가사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안에 내가 너무 자리하고 있으니, 상대가 쉴 곳이 없다고 노래한다. 내 안에 헛된 바램으로, 상대가 편할 곳이 없다고 노래한다. 차 있으면 더는 들어올 자리가 없다.


상대의 마음이 그렇다.

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상대를 위해 비워두려고 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한다. 자신이 밀어내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희생했다는 생각은, 부담으로 자리한다. 그보다 비워줄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비워두어야 한다. 상대가 언제든 들어올 수 있도록 비워두어야 한다. 이런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포용력 있는 사람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언제든 내가 들어가도 자리가 있을 것 같은 사람 말이다. 언제든 말을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 주는 사람이 그렇다. 자기 생각으로 가득 차서 강요하는 사람이 아닌, 마음으로 받아주는 사람이 그렇다. 사실 나도 많이 가득 차 있는 사람이다. 언제든 비워줄 수 있고 받아들여 줄 수 있다고 말은 하지만, 타이밍이 안 맞을 때가 더러 있다. 비워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더 채우려는 노력이 아닌, 비우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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