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열림

by 청리성 김작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맡기고 기다릴 때 얻게 되는 기적』


중요한 발표(PT)를 했던 날이 있었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발표는 매우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잘해서 결과를 내야 한다는 마음은 긴장하게 하고, 이번을 계기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은 설레게 한다. 아! 요즘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으로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겠다.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발표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평소에는 말을 잘하는데, 발표만 하면 얼어붙는 사람이 있다.

‘무대 공포증’이라고 하기도 하고 ‘울렁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들 앞에 서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도 하고, 머리가 하얗게 된다고 한다. 준비했던 많은 말들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린다고 한다. 발표를 잘하는 사람들도 우려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대부분의 발표 내용이 그렇지만, 모든 내용이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포인트가 몇 지점 있다. 그 지점에서 강조해야 할 이야기나 핵심 단어가 있는데, 그것을 잊을까 걱정한다.

나는 예전부터 발표할 기회가 많았다.

발표할 기회라기보다 사람들 앞에서 설 기회가 많았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주일학교 학생회장과 교사를 하면서 많은 기회가 있었다. 대학 시절에는 내가 만만해 보였는지 발표할 일만 있으면, 나를 지목했다. 유아 체육을 할 때는 수업을 해야 하니, 당연히 아이들 앞에서 설 일이 많았다. 여기에 더해 발표회나 운동회 진행을 하면, 수많은 사람 앞에서 떠들어야 했었다. 가장 많은 사람 앞에서 행사 진행을 한 게, 아마 2,000명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발표하는 게 그렇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많이 섰다고 발표를 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설펐던 시절, 몇 번의 신기한 경험이 발표하는 어려움을 잠재워줬다. 새벽 기도 시간. 발표를 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발표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발표를 시작했다. 연습했던 내용으로 이어가는데, 새로운 예시나 표현 방법이 떠올랐다. 그렇게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기도 시간이 발표 시뮬레이션 시간이 된 것이다.


발표하는데, 시뮬레이션했던 기억이 재생되었다.

새롭게 떠오른 예시나 표현 방법 등이, 말해야 할 시점에 떠올랐다. 그렇게 발표를 무사히 마쳤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서는 말해야 할 내용을 잊을까 혹은 잘못 말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잠잠해졌다. 발표한다는 생각보다 그냥 여러 사람 앞에서 주도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두려움 없이 발표를 즐기면서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전혀 긴장이 안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매 순간 긴장된다. 몇 명이 있든지 상관없다. 아는 사람 앞이든 모르는 사람 앞이든 상관없다. 잘 아는 내용이라도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모든 상황에 상관없이 긴장된다. 앞에 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마 프로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여기서 생기는 긴장은 걱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에서 온다고 본다. 자신에 대한 책임 그리고 나를 믿고 세워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박해하는 사람이 잡아가서 심문하더라도, 어떤 대답을 할지 알려주신다는 말씀이다. 나는 발표를 하면서, 이 말씀을 체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할 때보다 실제가 더 좋았던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아! 결과는 아니고, 자기만족이랄까? 오늘도 그 기적이 일어나리라 믿고 맡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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