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것으로도 묶어둘 수 없는 관계』
거래할 때 반드시 따라오는 게 있다.
‘계약서’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주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작성한다. 기업과 기업 혹은 기업과 개인 사이에서 작성되는 계약서는 흔하다. 기업과 기업이 사업 파트너로서 업무를 진행할 때는, 서로의 역할과 비용 지급에 관한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한다. 기업과 개인이 계약하는 대표적인 경우는, 고용(雇用/雇傭)이다. 개인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법적으로 기업의 일원이 된다. 흔하지는 않지만, 개인과 개인이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확실하게 해두기 위해서다. 서로가 논의한 내용에 대해, 누군가의 생각이 바뀌어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나눈다. 서로가 논의한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 그 기준이 된다. 그렇지만 자주 거래하는 기업끼리는 거의 형식적으로 할 때가 많다. 문서로 남겨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 낭패를 볼 때까지는 말이다.
나도 그랬다.
호텔에서 심포지엄을 자주 했을 때는, 호텔과 계약서를 작성할 때가 많았다. 서로가 형식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형식적인 계약서가 위력적(?)인 힘을 발휘할 때가 생긴다. 서로 곤란한 상황이 생겼을 때다. 한 번은 호텔에서 다른 업체와 이중으로 계약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호텔 담당자가, 서로 다른 업체와 계약한 거였다. 나와 다른 업체 담당자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고, 호텔은 난감해했다.
정황으로는 내가 먼저 논의했고 계약을 했다.
우리는 최소 몇 달 전에 예약하고 논의를 한다. 더군다나 그때 심포지엄은 론칭 심포지엄으로, 매우 큰 규모로 진행했기 때문에 더 일찍 논의했었다. 하지만 그런 정황이 참작의 대상은 되지만,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었다. 누가 더 먼저 계약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되었다. 계약서에 서명된 날짜를 봤는데, 내가 며칠 더 늦었다. 알고 보니 그 업체는 논의하고 바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그 업체와 조율해서 어렵게 행사를 치러냈지만, 그때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이후부터 계약서 앞에 ‘형식적’이라는 말을 붙이는 사람이 있다면, 쏘아보게 되었다.
계약서와 문서로 증명했다고,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법적인 공신력이 있다는 문서도,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한다. 기업과 개인이 작성하는 계약서나 확정서 등도 그렇다. 약속을 쉽게 저버리지 말라고 작성은 하지만, 너무 쉽게 저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깝고 아쉽다. 그렇다면 무엇이 약속을 다잡아 줄 수 있을까?
다이아몬드 보석상의 이야기가,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 맨해튼에는 보석상이 몰려있다고 한다. 이 보석상에 수십만 달러의 다이아몬드 가공 작업을 맡기는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이 말로 하는 모든 이야기는, 계약서 이상의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한다.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신뢰와 관계의 힘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사람과 사람의 약속 그리고 마음을 묶어둘 수 있는 건, 그 어떤 계약서나 증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소용이 없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