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대의(大義)

by 청리성 김작가
『해야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을 때 인정되는 마음』

‘대의(大義)’

‘사람으로 마땅히 지키고 행하여야 할 큰 도리’라고, 사전에는 적혀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한자 풀이만 봐서는, 그냥 크게 옳은 것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의아했다. 그리고 숨겨진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아! 사람으로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하는 게, 뛰어나게 옳은 것이구나!’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키지 않고 누구나 해야 하지만 하지 않기 때문에, ‘대의’라는 단어에 숨겨둔 모양이다. 큰 거 큰 거만 외치면서, 작지만 소중한 것을 간과하지 말라는 경고라는 생각도 든다.

‘대의명분(大義名分)’

앞선 풀이를 접목하면, 사람으로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라고 풀이할 수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에도 ‘명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조직 폭력배 사이에서도, 공격하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렇듯 명분은, 자신이 행하는 이유이자 그래도 된다는, 암묵적으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합의이다. 이런 명분을 인정받고 지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는, 자신을 버리는 것이다.

무슨 소린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자신이 행하는 이유가 명분인데, 자신을 버리라니 말이다. 여기서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직업도 그렇게 찾아간다. 불가피하게 그럴 사정이 안 되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도 한다.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결론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거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집과 욕심을 내려놓아야 가능하다. 그래서 자신을 버리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러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양심일 수 있고, 소신일 수 있다. 타인들의 의견일 수 있고, 내가 한 약속일 수도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대의명분’이라는 필터에 걸렀을 때 잘 걸러지지 않는, 마음에 찌꺼기 같은 거다. 마음에 찌꺼기가 남는다면, 그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증거다. 찌꺼기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다른 한 가지는, 제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뿐만 아니라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다. 해야 할 것은 ‘마땅히’라는 수식어가 붙는 행동이다. 사람으로서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등등, 역할에 따라 가져야 할 마음과 행동이 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듯, 해야 할 역할에 맞지 않는 행동은, 보기가 불편하다. 역할에 맞는 행동이 때로는, 외로움을 등에 업는 싸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대의’는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언제든 변할 수 있다면, 그건 ‘대의’라 할 수 없다.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하는 것이 수시로 변한다면,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는 건 아니다.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을 통해, 관점이 바뀌고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심지어 가치관까지 바뀔 수 있다. 다만 어떤 근거나 기준 없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건 자기 부정(否定)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11. 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