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 기억

by 청리성 김작가

단순히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것을 넘어, 실천했을 때 완성되는 시간

“1,300일”

2022년 6월 19일은, <매일 미사>에 있는 복음(가끔은, 독서)을 묵상하고, 묵상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쓴 지 1,300일이 되는 날이다. 2018년 11월 26일 월요일 새벽에 쓴 첫 글을 시작으로, 1,300편에 글이 나왔다. 언제까지 쓰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한 글이 아니라, 언제 마칠지는 모르겠다. 지금으로는,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여력이 되는 한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다. 많은 사람이, 매일 빠짐없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칭찬해 준다. 글에 질을 떠나서 말이다. 하긴 무언가를 1,000일 이상 빠짐없이 꾸준히 한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말을 들은 기분이 어땠을까?

사실 처음에는 우쭐하기도 했고 나 스스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 인내와 끈기를 바탕으로, 매일 노력하지 않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0일이 되는 날, 스스로 감격에 취해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000일 동안 빠짐없이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랬다. 내가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는 혼자의 노력과 역량으로 되는 건 없다. 잠시 망각했다. 그냥 나 혼자 쓰면 되는 게 글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혼자서 하는 것도, 혼자서 가능한 건 없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봤다. 눈 뜨고 잠드는 순간까지, 어쩌면 잠도 설쳐야 하는 상황이 나에게 벌어졌다면? 자주 아니더라도 며칠이라도 벌어졌다면? 글은커녕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머릿속이 복잡하고 미칠 것 같은 상황이었다면? 당장 생계를 위해 아무 생각 없이 그것만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한시도 나를 가만두지 않는 주변 사람들과 가족이라면?


나는 계속 글을 이어서 쓰지 못했을 거다.

그렇게 하루 이틀 빠지는 날이 생겼을 거다. ‘그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매일 글이야. 쓰거나 안 쓰거나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라며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글 쓰는 걸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묵상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매일 복음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내용 중에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찾아서 묵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잊고 있던 시간을 떠올리게 되고,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도 떠올리게 된다. 원망하고 있었지만 감사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고통의 시간이라 생각 했지만 그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지금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를 지탱하고 나아갈 힘을 얻지 못했을 거다.

지금도 그리 좋은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마저도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된다. 옳지 않은 길로 빠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안전장치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하게 글을 쓰는 행위가 아니라, 그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이 그렇게 깨닫고 느끼게 해준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잃지 않게 해주고, 들어서지 말아야 할 길을 알려준다. 그렇게 매일 다잡고 또 다잡는다. 그렇게 조금은 나은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글과 마음을 넘어 행동으로 더 많이 표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글에서 쓴, 많은 표현이 있다.

사랑, 용서, 용기, 인내, 행복, 나눔, 실천, 의로움, 공평 등이다. 더 많이 있겠지만, 지금 바로 떠오르는 건 이 정도다. 글에서 이런 단어를 통해 표현하고 그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실천했는지 묻는다면, 그리 떳떳하지 못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알고 있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진정으로 안다고 하는 건, 할 수 있고 실천해야 완성된다. 그렇게 조금씩 완성해나가려고 한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마침표를 찍는 건, 지금 바로 여기에서 행하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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