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초: 투수 뒤에는 7명의 수비가 있다 1

가치는,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by 청리성 김작가
기회의 시간


[캐스터] 네! 클리닝 타임이 끝나고, 홈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자신의 자리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 마운드에 올라온 선수는 처음 보는 선수인데요?

[해 설] 네. 고졸 루키 선수네요.

[캐스터] 점수 차가 좀 나기는 하지만, 잘 던지는 투순가 보네요? 아! 볼에 힘이 있네요. 신인의 패기가 느껴집니다.

[해 설] 신인 선수들의 강점이 패기죠! 신인 선수한테는 그게 가장 큰 무기예요!


“야구 씨도 처음에는 패기 넘쳤는데…. 기운 내라고!”

“아, 면목 없습니다. 오늘을 계기로, 다시 기운 내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야구 씨의 파이팅을 위해서 건배!”


[캐스터] 네! 연습 투구를 마치고 첫 타자와 마주합니다. 첫 타자부터 만만치 않겠습니다.

[해 설] 그렇죠? 이번 회 타순이 중심 타자들이라 다들 만만치 않을 거예요. 그래서, 신인 투수에게는 좋은 시험 무대가 될 것 같습니다.

[캐스터] 신인 선수는 중심 타자보다 하위타순의 타자들과 상대하게 해주는 게 낫지 않나요? 경험이 필요하니까요!

[해 설] 물론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의 역량에 따라, 처음부터 세게 붙이기도 합니다. 승패보단 배짱을 키워주려는 거죠. 중요한 경기에서는 그런 모험을 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일반적인 경기에서는 한번 해볼 만하죠. 더군다나 지금처럼 점수가 좀 앞서있으니 부담도 덜 하고요.


“얼마 전에, 신 대리가 야구 씨한테 서울에 가능한 행사 장소 알아보라고 한 거 있지?”

“아, 네 있었어요! 근데 저는 행사 경험이 별로 없어서, 어떤 조건이 적합한지 판단하기 어렵더라고요. 기본적인 정보는 있어도 머릿속에 안 그려지니 막막하기도 하고, 암튼 제 경력으로 하기에는 좀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행사 장소를 알아보는 것을 야구 씨가 하기엔 무리가 있어. 참석인원이 같더라도 행사의 성격에 따라 적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 같은 장소라고 그렇지. 그래서 단순히 몇 명이 어디서 하느냐의 정보를 가지고 적합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아. 내가 볼 땐, 최소한 1년 정도의 경력이 돼야 그나마 덜 헤맬 거야. 그런데 왜 야구 씨한테 그 업무를 시켰을까?”


“그거야 뭐…. 다른 분들이 바쁘기도 하고, 제가 하는 일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이런!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구나! 자, 그 행사가 얼마나 남았지?”

“아직 좀 남았죠. 다섯 달 정도요.”

“그렇지? 시간 여유가 좀 있지?”

“아!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저한테 경험해보라고 기회를 주신 거군요?”

“그렇지! 정작 급할 땐 업무를 가르치면서 일을 할 수 없으니,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경험을 해보게 하는 거야. 그리고 한편으로는 야구 씨의 업무 센스도 테스트할 겸.”

“저 신인 선수처럼 말이죠?”

“그렇지!”


그랬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장소를 알아보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 이해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조사해서 제출한 자료로 미팅했을 때, 맞았는지 틀렸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왜 이곳을 선정했는지, 그래서 이 장소가 행사하기 위한 조건에 맞는지를 계속 물어보셨다. 그렇게 나를 가르치신 것이었다. 덕분에 이제는 장소를 알아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상황에 따라, 업무를 하나씩 경험하게 하고 익히게 해주고 있는 시스템에 다시 한번 놀랬다.




'아는 것' 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

[캐스터] 아직 몸이 안 풀렸나요? 연속으로 두 개의 볼이 들어갑니다. 연습 투구할 때랑은 느낌이 좀 다른 것 같네요?

[해 설] 아무래도 연습으로 던지는 공과 타자와 마주하고 던지는 공은 다를 수밖에 없죠. 긴장되니까요.

[캐스터] 제 3구! 볼! 연속 쓰리볼이에요! 이러다가 볼넷으로 내보낼 수도 있겠는데요? 투수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4구! 스트라이크! 가운데로 정확하게 들어갔습니다. 5구! 아! 공이 날렸네요. 결국, 볼넷을 내줍니다. 포수가 투수를 바라보고 어깨를 털어 보입니다. 힘 빼고 던지라는 의미인데요?


[해 설] 포수가 베테랑 선수니까, 본인 믿고 자신 있게 던져라. 뭐 그런 의미일 수도 있겠네요. 포수가 잘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경험이 없는 투수들은 베테랑 포수들이 잘 끌어주면 마음이 좀 편하거든요! 신인 투수를 내보낸 것도, 베테랑 포수니까 내보낼 수 있는 겁니다.

[캐스터] 네, 말씀을 들어보니, 포수가 투수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공만 받는 게 아닌 것 같아요?

[해 설] 절대 그렇지 않죠! 투수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죠! 그래서 포수를 안방마님이라고 하잖아요?

“아까 타자하고 제일 가까운 사람이 누구라고 했지?”

“포수요!”

“그래! 포수야. 타자의 상태를 잘 알기 때문에 포수가 리드하는 대로 잘 던지면, 어렵지 않게 아웃 카운트를 잡을 수 있게 되는 거야!”

“아! 포수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네요.”


“우리도 대부분 프로젝트는 PM(Project Manager)들이 주도하는데, 아주 까다롭지 않거나, 간단한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AM(Assistant Manager)들이 주도하게 하기도 하지! 단, PM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옆에서 봐주지. 대신 많이 관여하진 않고, 방향이 틀어지면 조언해 주는 정도. 모르는 건 알려주고. 그렇게 조금씩 경험을 쌓아가야 프로젝트를 주도해서 진행할 수 있으니까. 지금 상황은, 포수가 PM의 역할을 하는 거야! 경력이 적은 직원들을 리드하는 거지!”


“아! 그래서 얼마 전에, 서울에서 하는 소규모 행사를 김 사원이 진행한 거였군요? 사원이 벌써 프로젝트를 맡아서 한다는 게 신기했는데….”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지! 강 대리가 서포트해주니까 가능했던 거지. 너무 나서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그렇게 경험하고 나면, 옆에서 봤을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은 일이, 별거 아닌 게 아니라 걸 알게 되지. 보는 거랑은 실제 해보는 거랑은 아주 다르거든.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비슷한 것 같지만 매우 달라!”

“참, 시스템적이네요. 모든 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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