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날개는, 내가 펴는 것이다.
자신감과 패기 vs. 낯섦과 두려움
신인 투수가 긴장됐을 텐데, 잘 막고 내려갔다.
처음에는 긴장한 탓인지 제구가 되지 않았지만, 수비의 도움으로 패기를 결과로 만들어냈다. 신인 투수는, 야구가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더 잘 알겠지만, 아는 것을 넘어, 깨달음으로 옮겨졌을 것이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깨달음은 행동하게 하고 행동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내가 자신 있게 행동하지 못했고,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맡겨진 일은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 몰라도 모르는 대로 조금 알아도 조금 안 대로, 그렇게 내가 알아서 했다.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따지기보다,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묶여있었다. 잘못된 결과는 그 생각을 더욱 단단히 조여왔고, 나는 숨을 쉴 틈도 손을 내밀 여력도 나지 않았다. 선배들이 먼저 도와주지 않는다고 한탄하기도 했고, 불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하는 것이었다.
내가 숨을 쉴 틈을 만들고 내가 손을 내밀었어야 했다.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왜 혼자 웅크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제 나도 나의 날개를 펴고 날아봐야겠다. 날다가 떨어지더라도, 제대로 날고 떨어지겠다.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
[캐스터] 네! 홈팀 신인 투수가 올라와서 흔들리나 싶었는데, 잘 막았어요?
[해 설] 그렇죠! 자신감을 찾으니까, 금방 안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캐스터] 원정팀도 신인 투수가 올라오네요?
[해 설] 네! 오늘은 신인 투수들이 많이 나오네요. 신인 투수들의 경우, 분명히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감 없게 던질 때가 있습니다. 이전 이닝도 그랬잖아요? 공은 좋은데 잘 던지겠다고 힘이 들어가니까 바깥으로 빠지고 위로 날리고요.
[캐스터] 네. 그랬죠! 자신이 다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해 설] 신인 선수들은 프로에서 던진 경험이 별로 없잖아요? 자신들이 동경하던 선수들과 상대를 하니까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될 거예요. 자기가 봐도 잘한다고 생각하는 선수한테, 정면 승부한다는 건 사실상 쉽지 않죠. 자기 공이 프로에서도 통할지 확신이 없으니까요.
[캐스터] 자신감과 패기보다 낯섦과 두려움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 생각이 선수를 지배하는 거고요?
나를 믿게 하는 방법은, 내가 먼저 믿는 것
“사실, 저도 입사할 땐, 자신감 하나 믿고 들어왔는데 시간이 가면서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생각보다 제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지금 선임들 일하시는 거 보면, 딴 세상 같기도 하고요.”
“야구 씨처럼, 신입 직원의 경우,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가 낮게 평가할 순 있어.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임하는 건 좋은데, 업무를 잘 모른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낮게 평가할 필요는 없어. 그건 자신은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까지 좋을 게 없어. 경험이 없는 것을 역량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거잖아? 태어나면서 경력자인 사람은 없어! 지금 일을 잘하는 것 같은 선임들도, 업무를 하나씩 배우면서 성장하게 된 거야. 처음에는 야구 씨보다 못한 사람도 많았다니까?
나도 마찬가지고! 전공하고 전혀 다른 지금의 일을 하는데, 잘했겠어? 사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엑셀 하고 파워포인트를 처음 접해봤어.”
“네? 실화예요? 전에 우연히 본부장님 엑셀 파일 작업하시는 거 봤는데, 저는 엄두도 안 나던데요?”
“그게, 한 번에 그렇게 된 게 아니야. 일하면서 익히게 된 거지. 못한다고 안 할 순 없고, 해야 하니까 매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했지. 그러다 보니 일할 수 있는 정도는 되더라고. 나도 사실 잘하는 건 아니야. 그냥 자료가 복잡해 보이는 것뿐이지!”
“그렇군요. 사실 여기 들어오기 전에 여러 군데 이력서를 냈는데, 죄다 경력직만 뽑는 거예요. 다 경력직만 뽑으면 저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지 묻고 싶더라고요.”
“그래.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 근데 해봐서 알겠지만, 우리 일이 경력이 중요한 건 맞잖아? 신입 뽑으면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니까 쉽지 않아. 자기 일도 하면서 가르쳐야 하니까 부담도 되고. 1+1(일 플러스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지. 편의점에서 주는 1+1은 좋지만, 일은 그렇지 않잖아? 하하하. 재미없나?”
“아…. 네…. 그렇죠;;”
“일을 잘 가르쳐서 시켜볼 만하면 나가고, 시켜볼 만하면 나가고 하니까. 선임들도 처음부터 열심히 가르쳐주기 싫은 거야. 학습된 거지. 어차피 나갈 건데 굳이 열심히 가르칠 이유가 없다는 거야. 씁쓸한 거지. 그러니, 선임 중에서 일을 잘 안 알려준다고 서운해하지 말고, 야구 씨가 오랫동안 열심히 일할 사람이라는 느낌을 먼저 주도록 해. 그런 느낌을 주지도 않으면서, 투정만 부리는 건 옳지 않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그래! 처음에는 잘하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거야! 잘하는 건 나중에 하면 돼.
신입 직원이 가져야 할 것은 자신감이야. 자신을 믿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해보지 않은 거야. 그러니 잘할 수 없는 건 당연한 거야.
이런 마음으로 달려드는 거야. 부딪히고 깨지다 보면, 어느 순간,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렇게 달려들면, 선임들도 도와줄 수밖에 없어. 야구 씨를 믿고, 함께 일하는 선임들을 믿어! 그래야 선순환이 이뤄지는 거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믿어줬으면 하는 것은 욕심이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데, 나한테 손을 내밀어 달라는 것도 욕심이다.
내가 먼저 하는 거다.
나를 믿고 나를 던지는 거다.
그렇게 하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받쳐줄 것이다.
내가 떨어지지 않게 받쳐줄 것이다.
그것을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