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겠지요? 겨울과 추위는 결코 떨어뜨릴 수 없는 관계입니다. 겨울에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추위도 감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왕이 되려는 자, 왕관의 무게도 견뎌야 한다는 말처럼 말이죠. 추위와 상반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더위’입니다. 추위와 더위, 이 둘을 놓고 저울질하기도 합니다. 추위와 더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말이죠. 체질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기도 하지만, 그 시기에 경험한 무언가로 선택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후자의 이유로 저는, 추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추위와 더위 이야기를 하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네요.
살짝 다른 이야기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수감생활을 할 때, 추위와 더위 어느 것이 더 힘든 것 같나요? 얼핏 드는 생각은 추위입니다. 사람이 겪는 고통 중 무겁고 서러운 것이, 추위와 배고픔이니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다른 시선을 이야기합니다. 여름이 더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추위에는 서로 몸을 부대껴도 불만이 없다고 합니다. 아니, 오히려 추위를 쫓기 위해서 더 바짝 붙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름은 어떤가요? 가까이 있는 것 자체로 옆 사람을 증오한다고 합니다. 사람 자체를 증오하는 거죠. 밤새 증오의 마음으로 하룻밤을 보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증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여름보다 겨울이 더 낫다고 합니다. 최소한 사람을 증오하진 않으니까요. 추위보다 여름이 더 무서운 겁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험인 거죠. 내가 직접 겪는 고통보다 타인을 증오하는 고통을 더 크게 여기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다시, 추위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추위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사람을 움츠리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체온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몸을 최대한 움츠리게 됩니다. 팔짱을 끼기도 하고 몸을 안으로 말기도 합니다. 그래야 추위를 덜 느낀다는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그렇게 됩니다. 이런 동작 때문인지는 몰라도,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움츠러드는 느낌입니다. 쪼그라든다고 해야 할까요? 헛헛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뭔가 허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체온뿐만 아니라, 마음 온도도 낮아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겨울이 되면, 마음 온도를 올리기 위한 활동이 벌어집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겨울이 아니라, 연말이겠지만 말이죠.
가난한 이웃을 위한 활동입니다.
‘사랑의 온도계’가 가장 먼저 떠오르죠? 연말이 되면 커다란 온도계를 설치하고 자선냄비에 넣은 금액에 따라 온도를 측정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벌어집니다. 연탄 기부와 나르는 일을 하거나,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직접 방문하여 마음을 나누기도 합니다. 마음은 나눌수록 온도가 올라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음 온도가 낮아졌다면, 나눔을 통해 온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나눔이라고 해서 앞서 언급한 행동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일상에서 주변 사람에게 나누는 것도 나눔입니다.
어쩌면 이런 나눔이 더 소중합니다. 나눔이라고 해서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가장 큰 나눔은, 시간을 나누어 주는 겁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가장 큰 나눔이라는 것이지요. 시간을 나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에, 타인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시간을 내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쉬고 싶은데 어디를 좀 다녀오자는 말에 따라나서는 것이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계속 물어보는 통에 내가 할 일을 집중할 수 없다고 타박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을 잠시 덮고 질문에 답해주는 것도 시간을 나눠주는 행동입니다.
시간 나눔의 절정은, 경청입니다.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들어주는 것, 고민을 들어주는 것, 자랑하고 싶은 것을 들어주는 것 등등. 무엇이든 들어주는 마음과 그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가장 큰 나눔 아닐까요? 나눌 것이 없어서 나누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듣기 위한 시간을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나눔입니다. 나눔을 통해 마음 온도가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