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리성 김작가 Nov 12. 2024

혼자서 빛나는 별은, 별이 아닙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장면이 떠오릅니다.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지금 아이들 혹은 후배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볼 때, 그렇습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아! 나도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번쩍합니다. 매우 부끄러운 순간입니다.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거죠. 자기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의 수고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영화 <라디오 스타>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혼자서 빛나는 별은 없어.” 누군가가, 나에게 해준 말이기도 합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철이 좀 들고 나서야, 깨달은 거죠. ‘나 혼자였다면, 빛나지 못했겠구나!’ 하고요.     


서른의 나이에, 우연히 새로운 일을 하게 됐습니다.

전공이나 경력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당장 먹고살아야 했으니까요. 무일푼으로 가정을 꾸리고, 갓 돌이 지난 아이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감사하게 여겼습니다. 임용고시에 떨어져서 막막했는데,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으니까요. 일이 재미있었습니다. 금방 배웠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2년 정도 지났을 때인가? 회사에 새로운 일이 들어왔습니다. 마땅히 할 사람도 없고 해서, 이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는 강사 생활을 5년 정도 했었는데요. 운동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 경험이 도움이 된 겁니다. 형태는 다르지만, 결은 비슷했으니까요. 뭣도 모른 상태로 열심히 준비하고 실행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봤을 때, 참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너무 당당하게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훗날, 한 편의 무용담으로 후배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경험을 거듭할수록 업무 역량이 향상되었습니다. 업계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졌습니다. 회사는 급격하게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거래처 사람은 물론, 내부 직원들까지도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스페셜 리스트’라고 말이죠.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는 말까지도 돌았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자만’이라는 검은 개에게 먹이를 더 많이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를 찾는 고객이 많아지고, 내가 관여해야 원활하게 돌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혼자서 빛나는 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야구에 빗대어 보겠습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듯, 투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1점 차 승부에서는,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투수는 수비하는 역할이지만, 윽박지르는 투구를 보면, 공격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던지는데, 타자가 얼어서 제대로 스윙도 못 하는 거죠. ‘에이스’라고 불리는 투수가 그렇습니다. ‘완봉승’이나 ‘노히트 노런’ 같은 성적이라면, 타자의 도움을 조금만 받아도 승리 투수가 됩니다. 팀의 승리도 당연히 가져오는 거죠. 하지만 생각해 보죠,     


투수가 점수를 한 점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승리를 장담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공격에서 1점이라도 내지 않는 이상, 승리는 불가합니다. 무승부가 되는 거지요. 타자의 도움이 없으면, 완벽하게 던진 투구도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 하나. 투수가 아무리 잘 던진다고 해도 모두 삼진으로 잡을 순 없습니다. 수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러나저러나 혼자서 빛나는 별은 없듯, 혼자서 빛나는 투수도 없는 겁니다. 투수뿐만 아니겠죠? 모든 선수가 그렇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해야 합니다.

누구나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해야, 원활하게 돌아갑니다. 누구 하나의 특출한 퍼포먼스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제대로 성공하려면 각자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일이든 야구든 말이죠. 조금 더 빛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혼자서 빛날 순 없습니다. 이 원리만 깨달아도, 부끄러운 과거를 만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건강한 관계를 위한 불편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