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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용 Apr 04. 2020

누구나 할 수 있는 코딩+

코딩으로 할 수 있는 일

초등학교 6학년 2명의 친구와 함께 주말마다 세운상가를 쏘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친구들과 함께 무엇인가 만들겠다는 생각이 부풀었었다. 키트 제작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교통비를 모으며 걸어다니다가 코피를 쏟은 때도 있었다. 몇 개월 후, 직접 납땜질을 하고 라디오 키트를 제작해보았다. 아무리 도면을 확인을 해도, 작동이 되지 않아 속이 상했었다. 손가락에 화상에, 물집에 아픈 것도 잠시 잊고 몰두했었는데. 결국 다이오드 하나를 거꾸로 연결한 것을 전파사 아재에게 해결받았다. 아직도 그렇게 첫작품 만든 것을 잊을 수 없다. 그저 친구들끼리 좋아서 했을 뿐; 그러나 아무도 이래라 저래라 시키지 않고 친구끼리 모여서 알아보고, 각자 따로 만들어본 작은 키트 하나가 내겐 오랜 여운을 남겼다. 물론 좀 더 진도를 나갔으면 좋았는데, 이사도 자주 가야했었고 전기 잘 못 다루다 사고난다 걱정하고, 그렇게 힘들게 모은 전자공학 도구를 쓸데없는 것으로 여긴 분위기가 있었다. 

//가족들이 알면 혹시 방해가 될까 몰래 했었던 일이었지만, 그런 비밀 프로젝트가 아직도 좋다고 본다   

1981년도 세운상가에서, 친구들과 함께 몰려다니며 미래를 보았었다. 초음파 센서를 음악이나 조명을 컨트롤하는 아재들을 보고, 너무나도 신기했었던 때였다.


대학생이 되어 마음에 들지 않는 산림자원학과 전공 공부보다 다른 공부로 열심히 다녔던 도서관에서, 컴퓨터과학 전공 교수님을 만난 기억이 있다. 1학년 때이지만 도서관에 일찍가서 늦게 나오던 때, 서로의 동선을 따라 자주 뵙고 인사를 드리다가 (전자공학의 로망이 있었던, 고졸 느낌이 아직도 강한 어린 제자에게 전공도 아닌 학생의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따뜻한 미소로, 공학에 대한 지혜를 담아주셨다. 

//눈에 보이는 것을 직접 내 손으로 만드는 거야


3년전, 라즈베리파이 번역 커뮤니티에서 자원봉사로 번역을 시작했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자부심이 있고 코딩교육에 대해서는 학습 전반적인 시스템과 스케일이 우리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일단 모든 관련 용어가 모국어로 되어 있으니 :D 그래서 그런 언어적인 문제를 역으로 생각하면, 마음에 드는 사람들끼리 국적을 초월해서 코딩 프로젝트들을 해보면, 그것은 모든 교육학에서 인정하는 최고 수준의 학습방법이 이루어지는 것이 명확하다. 대학교 수능시험도 극복할 만큼 특혜를 얻을 수 있다. 대학에서 모셔가는 인재가 되는 길이다. 무엇보다 세계 라즈베리파아 커뮤니티 중에서 현지화(localization) 프로젝트는 다른 모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어떤 것이든, 다른 국가들 속에서 커뮤니티 확장하기 위해 필요 제0순위, 또한 어떤 현재 오프소스 소프트웨어 대가들도 이렇게 번역에 동참하면서 성장한 케이스가 아주 많다

//영어는 초등학교때부터 내겐 로망이었기 때문에, 항상 영어로 뭔가 하는 것엔 동기부여가 잘 되었었는데, 이런 번역은 정말 좋다. 영어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되었다.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는 이런 커뮤니티 활동에서 글로벌 개발자 meetup, conference 아니면 좀 더 아카데믹한 학회로도 논문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 


누구나 번역을 할 수 있다면, 라즈베리파이를 활용하면서 배움의 공동체를 세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으면 라즈베리파이 번역 자원봉사를 알려준다. 반응은, 대부분 소극적이다. 아직은 이런 일들이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다. 오늘 새벽에, 다시 영국에 있는 라즈베리파이 본부에서 번역 관련 이메일을 보내주어, 몇가지 코딩 관련된 일을 정리해본다.


2011년 컴퓨터과학을 학사편입하면서 재취업을 알아보다가 리눅스서버, 윈도우서버를 다루면서 70여개 웹사이트 관리업무를 하게 되었다. 이전에 했었던 업무와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검색엔진, 인터넷보안 벤처기업에서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경력을 배제하고 1000만원 연봉을 깍더라도 웹마스터 업무를 하게 되었다. 리눅스는 command line interface 생소함이 있으나 하다보면 오히려 마우스를 쓰는 것이 바보같이 느껴질 만큼 좋아진다. ㅋ 당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빅데이터 분삭처리 및 관리기술전문가 과정으로 Redis, MongoDB 접했었다. 당시 알아본 우분투, JBoss 소그룹 모임도 참여하면서 이미 그 바닥에서만 오래 경험해온 분들을 통해 off-record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는 시간이 좋았다. 


2016년 6월 서울해커톤에 참석했을 때, 그 큰 규모에 놀라기도 했고, 멋진 커뮤니티 멤버들과 밤을 새우면서 함께 코딩을 했었다. 이런 코딩을 할 때 함께 고생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물론 이런 대회에서 수상까지 하는 일은 여러가지 미리 준비되는 요건들이 필요하다. 경험상.

서울해커톤 (이걸 보니, 다시 맥북을 살 때...)



2016년 8월 파이콘이 있었다. APAC 2016으로 한국의 파이콘 무대가 공식적으로 크게 인정받기 시작한 때였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파이썬 개발자들과 커뮤니티들이 모였다. 갑자기 행사 다음 날, 서울 지역에 남아 구경 좀 해보겠다는 외국인 개발자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이왕이면 영어가 좀 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하니 ... UN에서 파이썬으로 전자송금업무를 해결하는 개발자는 아직도 좋은 친구로 지낸다. 러시아, 대만, 인도 친구들도 다음 파이콘이 되면 만나보길 기대한다.


2017년 MS Build 행사에 참석했다. 강의 세션만 있는 것이 아니라 hands-on lab 시간이 따로 있어서 실제로 모바일앱을 마음만 먹으면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역시 영어를 좀 하는 사람들은 따로 더 좋은 시간을 가질 수도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군 제대후 새로운 전공공부를 탐색하면서 멘토링을 잘 받는 어린 친구와 함께 좋은 경험이 되었다. 다음에는 나도 강사가 되어 무대에 오르길 준비한다. 

//코딩 자체가 영어를 기계어로 ^^

Microsoft Build Tour 2017

2018년 5월에는 3D 프린팅으로 저렴하게 전자의수를 만드는 곳, "만드로"에 가서 조립도 해보았다. 세운상가 작은 사무실에서 땀을 흘리며 반나절을 보냈다. 전자의수 가격은 엄청난 회사들의 비싼 제품들이 대부분. 이렇게 3D 프린팅으로 만든 것은, 시리아 내전 상황에서 발생한 피난민들을 위해 사용되었다. 부품 하나 하나, 동작원리와 기능성을 짧은 시간이라도 배우면서 그런 좋은 일에 동참하는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때 조립하여 만든 것을 해외로 보내준다고 했다. 관련 머신러닝 코딩도 함께 배우는 강사 양성 프로젝트 같은 분위기였다.  



5월, 6월, 7월 평소 아두이노에 관심을 갖고 작은교회에서 매주 코딩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실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꾸준한 코딩 실습이 필요하지만, 자발적으로 몰입하지 않으면 어떤 쉴드를 느낀다.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초음파센서에 가까이 가면 문이 저절로 열리는 쓰레기통을 만들었고, 스마트폰으로 블루투스 조정할 수 있는 RC카를 기반으로 작은 자율주행자동차를 만들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영어권에서는 엄청나게 활성화되어 있다. 어떤 목적성을 발견하느냐에 따라 배움과 그 이후의 결과는 천지차이다. 아들은 자율주행자동차를 선물로 받았고 아빠는 강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정말 좋았다. 

//조만간 현관문을 열기 직전 또는 직후, 선택적으로 모바일 수신자에게 이미지를 전송하는 작은 프로젝트를 아들과 함께 만들고자 한다. 이런 일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즉시 실행해야 한다. 이미 등록된 이미지가 아닌 사람의 얼굴을 등록하고 분석하면 IoT security 아닌가?


초음파 센서는 손을 인식하는 일정한 거리에 따라 동작하도록 다른 센서와 연결되면 코로나19 사태에 좋은 모듈형태의 사물인터넷 도구를 만들 수 있다.

 


처음 아두이노 코딩을 해보면서 초음파 센서, 블루투스 센서, 서보모토 수치 계산, 각도 계산을 해보는 중학생들의 열코딩 모습 아직도 생생하다


                                                               아두이노 꽤 쓸만하다



2019년 1월에는 공식적으로 데이터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국의 언론에서 쏟아지는 텍스트 데이터들을 처음으로 일부 분석해보면서 가짜뉴스의 심각성이 범죄 수준인 것을 알게 되었다. 코딩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해결할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도 많다. 통계학과 학사편입 전공수업에서 본격적으로 해본 R 코딩이 꽤 효과가 있었고 Data Visualization을 해보면 직관적인 데이터 감각을 키우고 알바 뿐 아니라 다른 긍정적인 의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검증을 위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경험해보아야 한다. 크런치모드가 오래 지나면 코딩할 힘 조차 없을 때가 있다. R은 빠르게 익히기는 쉬운데, 통계학자들이 만들 배경이 있는 것처럼 데이터 감각을 키우면서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늘려가야 한다. 라이브러리, 패키지를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도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라이브러리, 패키지를 스스로 만들어 보면, 자부심도 다를 것이고, 경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배움의 과정에서 그렇지 않은 것이 없지만


2020년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 의료장비가 부족하다. 그래서 여러 웹사이트에서 이러한 부족한 장비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공개한다. 3D 프린팅을 위한 파일도 공유한다. 아래 링크들을 살펴보자.


https://www.raspberrypi.org/translate/


https://blog.arduino.cc/2020/03/17/designing-a-low-cost-open-source-ventilator-with-arduino/


https://www.instructables.com/id/Medical-Mask/


https://www.thingiverse.com/thing:4232642


37년 세월이 흐른 후, 세운상가를 함께 누비고 다녔었던 2명의 친구들이 다시 모일 수 있었다. 

함께 자주 놀러가던 4.19 탑 주변 카페에서 우린 다시 어린 시절 친구로 만났다


친구들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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