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書 홍 윤 기_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사내로 태어나서 우는 첫 울음은
살아가야 할 미지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다.
천방지축 철없던 시절엔 미처 몰랐다.
두 어깨에 지워질 세상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 것 인가를.
아비란 이름 위에 지워진 삶의 무게가
바위처럼 무겁게 어깨를 눌러도
해맑은 얼굴로 처다 보는
내 아이들의 보석 같은 눈망울과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의 말 없는 미소가 있어
이쯤은 문제없다고 호언(豪言)도 했다.
때로는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백조처럼
아비의 울음엔 소리가 없다.
남의 눈에 보일까 마음으로 우는
아비의 울음엔 눈물이 없다.
아이야 네가 아비가 되면 일러주마
소리 없는 울음에 목 메임이 있고
눈물 없는 울음에 하해(河海)가 있다는 것을
넓기만 하던 아비의 어깨가 좁아지고
만년설처럼 머리에 백설이 서리면
이마에 깊게 패인 밭 고랑 같은 주름 뒤에 숨어서
고독한 울음을 운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