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멍린
source= 배진영기자
현대116. 《중국인 이야기》, 김명호 지음, 한길사 펴냄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의 《중국인이야기》 세 번째 책.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40년 가까이 중국·타이완·홍콩 등을 드나들면서 중국의 근현대 서화(書畵)와 도서, 명사(名士)들의 유품(遺品) 등을 수집하면서 함께 수집(?)한 이야기들을 재치 있는 필치로 풀어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은 실로 다양하다. 위안스카이(袁世凱), 천두슈(陳獨秀),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후스(胡適), 루쉰(魯迅) 등 역사에 큰 이름을 새긴 인물들부터 우리에게는 생소한 장멍린((蔣夢麟·교육자), 우렌더((伍連德·의사) 등….
등장인물들의 면면들이 다양한 만큼, 이야기들도 다양하고 재미있다. 마오쩌둥 사후(死後) 4인방이 숙청되는 막전막후(幕前幕後)의 이야기나 위안스카이의 실각(失脚)과 복귀에 대한 이야기 등은 궁중비사(宮中秘史)를 다룬 사극(史劇)을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반면에 수많은 여자들과 바람을 피면서도 불학무식(不學無識)한 조강지처(糟糠之妻) 앞에서는 절절매는 후스의 얘기는 고소(苦笑)를 머금게 만든다. ‘
중국 역사상 가장 청렴했던 공직자’라는 소리를 들었던 위유런(于右任)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김일성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위원중학 시절의 선생, 항일빨치산 시절의 동료나 상관 등이 학생 혹은 청년 시절의 김일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의 반공주의자들의 입장에서는 김일성을 미화(美化)하는 것으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김일성을 폄하(貶下)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만주 시절 김일성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중국과 북한의 혁명1세대 간의 관계는 글자 그대로 ‘혈맹(血盟)’의 관계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오늘날 중-북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저자의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우리로서는 쉽게 그 속을 들여다보기 힘든 중국인들의 속살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들을 이웃하고 살기위해서는 우리도 더 속 깊고, 의뭉스럽고, 교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책이지만, 여기에도 ‘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지, 아니면 저자가 조금 매너리즘에 빠졌는지, 재미가 전편들만 못한 것은 아쉽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말은 영화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