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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hwi Cho Aug 16. 2016

개나 고양이만 불쌍하고 소는 안불쌍하니?

이런 x소리는 이제 그만좀 들었으면 한다.


※ 조금 격양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 말복이다. 또 얼마나 많은 불쌍한 강아지들이 냄비속으로 끌려들어갈지 생각만 하면 화가 치밀어오른다. 얼마전 해프닝으로 이슈를 끈 기보배 어머니 사건은 결국 기보배 아버지가 정말로 보신탕집을 운영했던 이력이 드러났다. 동물보호협회에서 이번에는 야심차게 버스광고도 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개고기 반대 운동이 옹호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 해서 기분이 좋지만, 여전히 개고기 반대 운동마다 늘상 지겹게 달리는 다음과 같은 댓글들이 있어서 좀 조목조목 반박해 보고자 한다.



1. 개나 고양이만 불쌍하고 소나 닭은 안불쌍해?


이런 댓글은 진짜 나는 정말 무식한 사람입니다라고 광고하는것과 마찬가지이다. 개나 고양이가 굳이 왜 '반려동물'이라고 불리겠는가? 과반수 이상의 인간들에게 가축, 단순한 동물의 존재를 넘어서서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변모해온 동물이 개와 고양이이기 때문에 붙은거다. 혹시 '근거 있니?' 이런 소리 할 안티들을 위해 간단한 통계를 보도록 하자 (출처: ASPCA - Pet Statistics, APPA, GfK SE survey 2013)


미국에서 개체수로 치면 반려동물은 애들보다 많다.

미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반려동물을 가족과 동등한 일원으로 여긴다.

미국에서는 반 이상의 개들이 가족과 함께 침대에서 잔다.

전 세계적으로 57%의 가정에 반려동물이 있으며 이 중 개는 33%, 고양이가 23%를 차지한다.

놀랍게도 반려동물 보유가정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이 아닌 아르젠티나 (82%), 멕시코 (81%), 브라질 (76%) 순이다. (개체수가 아닌 전체 모수 중 반려동물 보유 가정의 비율이다.)


Top 20 Dogs and Cats Populations Worldwide


Pet Ownership Internationally



물론 누군가에게는 소가 반려동물일 수도 있고, 닭이 반려동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소고기 반대운동, 닭고기 반대운동은 별로 보이지 않는걸까? 안타깝지만, 그들을 반려동물로 인식하는 인구의 숫자가 유의미하게 많지 않아서 그런것 뿐이다. 만일 먼 미래에 진짜 갑자기 소라는 동물이 두집 건너 한집 꼴로 애완견처럼 같이 지내고 있다면, 당연히 소고기 반대 운동도 일어나겠지. 다시 말해서, 소나 닭은 놔두고 굳이 개고기 반대 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개라는 존재를 가족의 일원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인구가 월등하게 많은 것 뿐이다. 누가 당신 가족의 일원을 잡아서 거꾸로 나무에 묶은 다음에 죽을때까지 두둘겨 팬 후에 토막토막내서 냄비에 끓여서 팔고있다면 당신은 심정이 어떨것 같나?



2. 저렇게 개고기 반대운동 하는 사람들 치맥은 열심히 먹더라.


위와 같은 맥락인데, 개고기 반대운동과 채식주의 운동은 엄연히 그 성격이 다른 운동이다. 물론 채식주의의 범주가 더 크긴 하지만, 동물보호를 이유로 한 채식주의자들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운동을 벌이는거고 개고기 반대운동은 1번에서 설명한 내 가족같은 존재를 누군가가 토막토막내서 사고팔고 있다는게 참을 수 없어서 벌어지는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개고기 반대운동한다고 치맥 못먹을거 없고, 반려견 보호소에서 일한다고 치맥 못먹을 이유 없다는 거다. 개고기와 채식은 전혀 별개의 주제이다.


참고로, 전 세계의 채식주의자 인구 비율은 5%가 채 안된다 (물론 종교적으로 강제하는 나라 제외하고 동물보호를 목적으로 채식을 하는 인구를 말함). 미국이 2015년 기준 1.9%-3.4%, 호주가 2010년 기준 2%, 독일이 다소 높은 6%-8.7% 수준이다. (출처: Vegetarianism by Country, Wikipedia) 이렇듯이 개고기 반대와 베지테리아니즘은 엄연히 다른 범주, 다른 영역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너는 왜 개고기 반대하면서 치맥을 열심히 먹고 있느냐는 무식한 얘기는 제발 하지 말자. 사실 한가지 더 덧붙이면 많은 수의 채식주의자들이 반려동물을 보호하는것에서 부터 시작해서 채식주의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많으니 서로 완전 별개의 사람들은 아니다. 내 주장의 요지는 '개고기 반대운동 = 채식주의자' 요런 등식이 잘못됐다는 것일 뿐이다.


Worldwide Vegetarian Population



3. 개고기는 우리 민족 고유 문화다.


아 이거 내가 역사학자도 아니고 그쪽으로 지식이 미천한지라 역사적으로 옳다 그르다라고 말하기는 불가능하다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문화'라는건 항상 역동적이고 융합되어 변화하고 움직이는 거다. '고유'의 문화라는건 한 문화의 뿌리가 어디에 닿아있느냐는 거고, 그 문화를 보존하냐 마느냐의 문제이지, 그게 우리 고유의 문화라고해서 모두가 고수해야 한다는 건 진짜 유치원 5살짜리 논리만도 못한 생각이다. 그런 논리면 한복도 우리 고유 문화니까 다 닥치고 한복입고 다녀야 하고 상투틀고 머리 안자르던것도 우리 고유 문화니까 남자들 이발하면 안되는건가? 핵심은 이거다.

그 문화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사회적 합의가 있을 경우 그 문화는 보존되고 지켜나가지는 것이라는거.


한복은 저걸 보존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명확하지? 그러니까 저걸 계속 보존하려고 온 나라가 노력하는거고, 당신 말처럼 개고기가 만일 우리 민족 고유 문화라고 치자. 그래서 이걸 보존해 나갈 가치가 있나? 그런 사회적 합의가 있을까? 이건 지나가는사람 붙잡고 설문조사 몇번만 해도 금방 결과 나오는거고, 심지어 본인이 개고기 먹는 사람조차도 지가 먹는거 숨기고 있는 사회다. 따라서 개고기가 우리 고유 문화니까 공격하지 말라는 논리 역시 말도 안되는 얘기다.



4. 개고기 반대는 서양 사대주의다


이건 사실 상대할 가치가 없는 논리이긴 한데, 생각보다 이런 댓글이 많이 달리더라... 개고기 먹는걸 야만인처럼 여기는 문화는 서양에서 들어온거고, 이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는건 서양 사대주의일 뿐이다... 라는 주장이다. 이들이 얘기하는 사대주의는 정확하게 말하면 '문화 사대주의 (Cultural Toadyism)'을 의미하는데, 그 정의는 단순이 다른 나라/민족의 문화적 양식을 따라하거나 좋아하는걸 의미하는게 아니다. 그런식으로 따지면 동남아에서 한류바람으로 한국 드라마 닥치는대로 정주행하고 남친한테 한국식 데이트를 요구하는 동남아 여자들은 다 문화 사대주의에 빠진 사람들인가?


문화 사대주의는 자국보다 강한 국가, 또는 자민족 보다 우세한 민족의 문화에 복종하고나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주의를 말한다. 조선시대에 우리 사대부들이 중국은 우리 형님나라요, 우리나라의 본원이 중국의 한 갈래에 있으니 중국의 문화는 우리보다 무조건 우월하니 닥치고 받아들이시오... 하던게 바로 문화 사대주의의 전형이다. 개고기 반대가 이거랑 어떻게 같나? '개고기 반대하는 사람들이 서양문화가 무조건 우리보다 우월하니까 개고기먹는 사람은 야만족 취급하는 서양애들 말이 100% 맞는거야...' 이런 이유로 개고기 반대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말복을 맞아 조금 격양된 논조로 개고기 반대운동 안티들을 향해 조금 쓴소리를 해봤다. 예전에 유투부에서 한창 돌아다니던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와 진중권 교수가 개고기 관련 주제로 토론하던 영상도 봤는데, 사람들 반응이 가관이더라. 진중권은 무슨 논리로 무장된 개념넘치는 영웅이고 박소연씨는 무슨 무개념에 논리가 1도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더라. (심지어 나무위키에도 그런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그냥 박소연씨가 진중권 특유의 토론 방식에 (상대로 하여금 자승자박에 걸리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아주 고난이도 스킬) 말려들어서 그냥 망해버린 토론일 뿐이지 그렇다고 진중권교수가 '개고기 반대론자들의 논리가 빈약하다..' 뭐 이렇게 말할 꺼리는 절대로 아니다. 반려동물은 인간이 동물에게 '나는 너를 반려동물로 선택했소..' 뭐 이런 인간우월적인 개념에서 나온게 아니다 (사실 여기서 출발 했을수도 있지만...) 뭔가 역사적으로, 인류학적으로 무슨 엄청난 배경이 있어서 생긴 문화도 아니다. 그저 개와 고양이라는 동물이 인간과 자연스럽게 생활하다가 생긴 유대감에서 발전되어나가 그들이 아예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여기게 된 사람들의 인구가 유의미하게 많아져서 하나의 문화가 되버린 현상일 뿐이다. 개고기 반대의 이유? 내가 자식새끼처럼 여기는 개, 고양이를 누군가가 두들겨패서 먹어버리는 행태에 대해 그냥 화가 치밀어 오르는거,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부여도 필요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lC5g0o_bLPU

이 동영상에서 진중권 진짜 비호감이다. 말빨 하나로 본인이 우월한 사람인양, 상대방을 그냥 우기는 사람 취급해 버린다..







한가지만 더 추가하려고 한다. 생각보다 이런 댓글도 드문드문 보이더라.



5. 나도 개키우는 사람인데 개고기 반대 운동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고방식 아닌가요? 내가 개키운다고 다른사람도 나 처럼 생각해 달라고 하면 안되는거죠.


이건 사실 어느정도 일리는 있는 주장이긴 하다. 내가 일리가 있다고 말하는건 '나도 개키우는 사람인데'가 아니라 '다른사람도 나처럼 생각해 달라고 하면 안된다'에 일리가 있다는거다. 인간은 항상 본인의 사고방식에 위배되는 행동을 강요받으면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자기방어적이 되기 쉽다. 이런 차원에서 남에게 내 사고를 강요하는건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상대방에게 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거나 주장하는 모든 행위가 불가능해 진다면, 이 세상에 환경보호 운동이니, 페미니즘 운동이니, 성 소수자 운동이니 등등의 모든 '운동'자 붙인 행위가 모두 불가능해 진다. '운동' 영어로는 'movement'라는건 어쨌든 어떤 특정 가치를 믿는 일부 그룹의 사람들이 그 가치가 인류공생에 가치가 있다는 신념하에 다른사람에게 전파시키고자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언제나 그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행위를 하게 된다. 이때 그 운동이 올바르냐 옳지 못하느냐의 평가는 사실 매우 복잡한거고, 대부분은 그 시대에서 평가받지 못하고 다음, 또는 먼 세대에서 평가받곤 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다수의 지지자를 확보하면 그 운동은 대부분 정당성을 확보하기 마련이다. 환경보호 운동은 절대 다수의 지지를, 페미니즘운동도 유의미한 다수자의 지지를 얻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는거고, 성 소수자 운동은 아직 다수의 지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인지라 이렇게 힘들게 운동하고 있는것 뿐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미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가족 구성원으로 존재하고 있는 개나 고양이를 식용으로 먹는 행위는 사회 다수의 사람들에게 극도의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유발시키기 때문에 근절되어야 하는 행동이야'라고 개고기 반대 운동을 펼치는게 나는 합당한 사회적 운동이라고 보는거다.


아,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나도 개키우는데..'라고 붙이는 사람들은 당신이 애완동물을 악세사리처럼 달고 살고 있는건지, 아니면 진정 반려동물로서 내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건지 다시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그런 말 하길 바란다. 당신이 후자의 사람이라면 '나도 개 키우는데 개고기 반대하지 않아요'라는 말은 목에 칼을 들이대도 하지 못할껄? 왜냐면 우리들에게 그런 말은 '나도 집에 애들이 있는데요 어디 원주민들이 애를 식용으로 잡아먹는 행위는 반대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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