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브런치
일요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자마 허리에 좋다는 플랭크 운동을 한다. 운동이라기보다는 몸 전체로 지탱하며 억지로 참는 훈련. 100까지 세고 나서 쉬다가 다시 100 세고 또 100.
팔다리가 서서히 떨려오기 시작하면 숫자를 세는 나의 속도도 얌체처럼 빨라진다. 힘드니깐.
이 플랭크 자세가 과연 몸에 좋기는 한 것일까..
현재 기온 11도. 선선한 아침 공기.
아직 해뜨기 직전이라 옆 공원에 조깅하러 나가기 딱 좋다. 양손으로 손뼉 치면서 걷는 것은 아니고 보폭을 크게 하여 좀 빨리 걷는 스피드. 눈앞에 펼쳐진 푸르른 잔디 위에 깜장 점박이 흰 개( 달마티안) 큰 놈 세 마리가 막 뛰어다닌다. 색깔이 예뻐서 영화 속 장면 같다.
공원 변두리로 사람이 걷도록 만든 길에 여러 마리 다양한 개들이 나를 아는척하며 (분명 웃는 얼굴이었다) 나에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이때 갑자기 나타난 주인 한마디에 개들은 휑하니 나에게 꼬리만 보이며 멀어져 가버린다.
오늘 아침 공원을 산책하며 나랑 만난 개는 모두 8마리. 다들 지네들 주인들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개들의 눈에는 나는 어떻게 보일까.
걸으며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내년에는 파리 오르쎄 미술관에 꼭 다시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일주일 일정으로 오르쎄에 올인해보자.
몸도 건강해야겠고 하는 일도 잘되어야 하는 두 가지 선제조건이 있지만 지금 이 조그만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나에게 고마운 일.
공원 한 바퀴를 돌고 또 한 바퀴를 돈다. 요렇게 걸으면 40분 정도에 총 3,500보 정도.
한가로운 주말 일요일 아침, 요즘 다들 이 정도 운동은 하지 않을까
집에서 샤워를 하고 컴퓨터에서 이매일을 보며 맥심 봉투 커피 한잔.
우아하게 내린 커피는 아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커피 향기가 남아있어 컴퓨터 보면서 생각하기에
딱 좋다. 이제 꼰대 나이라는 뜻이다.
한 시간 후 집 출발.
일요일 아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브런치를 먹으러 나간다. 집에서 도보로 약 40분 정도 걸어야 그 카페에 도착하는데 눈부신 햇살이 나에게 쏟아져 온몸으로 따뜻한 평안함을 느낀 정말 기분 좋은 발걸음이라 멀게만 느껴진 40분은 살짝 아쉬운 순간이었다. 운전만 하다가 오늘 처음 걸어가봤는데 나쁘지 않다.
카페 도착
카페 안은 새로 오픈 한 집이라 온톤 흰색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어 분위기가 차분하고 깨끗해 보여 좋다. 동네 카페라 노부부가 많이 와있고 카페 큰 윈도로 따뜻한 햇빛을 다들 안고 있어서 얼굴들이 빨가스럼 머리는 흰 백발이라 색깔이 더 두드러진다.
두 사람 아님 네 사람 짝지어 있는데 혼자 온 사람 나 혼자뿐이라 조금 뻘쭘.
내가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조그만 버섯들을 알맞게 굽고 그 위에 따뜻한 흰 크림을 양껏 곁들인 Creamy Mushroom , 두장 토스트 위에는 부드러운 반숙 계란 , 충분히 기름지게 구워져 누워있는 베이컨 두장, 그리고 라테 한잔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다 모아놓은 메뉴.
이 카페 주인은 중국인 부부이고 아르바이트생 서너명 역시 중국인계 고등학생. 주방쪽에서 다들 모이면 온통 중국말이다. ㅎ 주인장 사모님이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중국식 영어 악센트로 손님에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정겹고 따뜻하다. 근데 이 카페 깨끗한 하얀색 분위기 , 음식 맛 다 좋은데 왜 주인장 아저씨는 추리닝 운동복 바지를 입고 다녀야 하는지 그 점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근데 갈 때마다 설마 오늘도 추리닝 일까 라는 추측해보는 그 재미도 솔솔 생겨났다.
그 운동복…. 항상 실망시키지 않는다. ㅎㅎ
브런치에서 브런치를 ,
한 시간 정도 브런치를 즐기며 틈틈이 휴대폰으로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을 읽어본다.
재밌는 글들 , 여러 글들을 보며 글도 좋은 글이지만 작가님들의 다양한 인생과 그들만의 다른 관점, 시각들을 살짝 구경할 수 있다.
사실 요즘 내가 브런치 글 쓰는 것보다 남들이 써놓은 글 읽는 재미가 더 쏠쏠해진 것은 전혀 내 탓이
아니다.
계속 손님들이 들어온다. 나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괜히 눈치가 보인다.
노부부들이 환하게 웃는 소리를 뒤로하고 그 하얀 카페를 빠져나오니
여전히 밝은 햇살이 나를 따뜻하게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