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흘러와버린 느낌이 들 때

by 이림

아이가 잠든 밤, 가만히 있다 보면 문득 '여기가 지구 맞지?'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우습지만 사실이다. 내가 잠시 정신을 놓은 그 어느 순간, 나와 아이가 있는 이 집만 어느새 우주 밖 어딘가로 옮겨져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만 다른 행성으로 옮겨져 있고, 나를 아는 다른 사람들은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으면 어쩌지.


아이가 자고 있는 방문을 가만히 열어본다. 다행히 아이는 그 자리에 잠들어 있다.

다시 문을 닫고 나와 창문을 열어본다. 사방이 건물 벽이라 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 건물이 있는 걸 보니 여전히 내가 있는 곳은 지구가 맞는 것 같은데 이상한 이질감이 든다. 나 괜찮지? 우리 잘 있는 거 맞지?


그럴 땐 신발을 신어본다. 발끝에 와 닿는 촉감이 차다. 통통, 바닥을 쳐 본다. 중력도 문제 없다.

현관문을 열고 하릴없이 계단을 내려가본다. 탁-탁-탁-탁.

얼굴에 찬 바람이 와 닿고, 발바닥으로 계단의 촉감이 느껴지면 묘한 안도감이 든다.

아, 다행이다. 나 아직 '이 세상' 안에 있구나.


계단에 있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본다. 여전히 그대로다.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다.

잘 알고 있음에도 굳이 눈으로 보고 나서야 안심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끼-익 하고 닫는다. 아무 일도 없다. 나는 여전히 지구에 있고, 이 지구 어딘가에, 너무 멀지 않고 가까운 곳에 나와 연결된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거야. 천천히 숨을 내쉬면, 그제서야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 진다. 나 혼자 어딘가로 내쳐지지 않고 지구에 살고 있구나. 아 다행이다 하는 마음이 든다.


우주의 한 공간, 어느 행성같은 이 집에도 시간은 낮과 밤 두 가지로 흐른다.

아이가 있다면 무조건 낮이다. 해가 있든 없든, 아이가 '엄마' 부르는 순간, 이 행성엔 빛이 든다. 빛 안에서 모든 사물은 재배치된다. 나 역시 분주해진다. 소리와 빛, 온갖 감각이 살아난다.

아이가 없거나 잠든 시간은 밤이다. 적막. 고요. 그 고요함을 그저 고요하게 흘려 보낸다. 고요함 속에서 나를 만나고, 나를 만나고, 또 나를 만난다. 울다 웃다 생각한다. 나는 누구였더라.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해 본다. 그 고요함을 즐기려, 하루 종일 그 시간을 기다린다.

엄마니까 이러면 안되는 걸 알지만, 나는 그 고요를 기다린다. 그 고요 속에 빠져있다보면 또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낀다.

여기 지구 맞지? 나는 누구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