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못한 말들'을 소개합니다
언제부터였을까. 컴퓨터 옆에 화장지를 두게 된 건.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만 해도, 화장지같은 건 필요없었다. 눈물이 흐른다해도 손으로 슥슥 닦으면 되는, 그 정도의 감정들을 풀어내며 글을 썼던 것 같다.
글이 가진 힘이었을까.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부터는 글이 자꾸 부모님을 향해 갔다. 현재의 내 삶을 돌아보다, 더 예전으로 더 과거로. 이런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있었나, 스스로도 물었던 시간들. 자꾸만 그런 글들을 풀어내게 됐었다. 그즈음부턴 화장지가 필요했다. 글을 쓰다 자주 멈추게 됐다. 눈물 몇 방울 정도야 닦으면 될 일이었지만 눈치없이 질질 흐르는 콧물은 대충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고, 콧물 때문에 화장지가 필요해졌다. 컴퓨터 앞을 벗어나 코를 푸는 게 귀찮아진 그 어느 순간부터는 새 티슈통을 뜯어 컴퓨터 옆에 두기 시작했다. 수북하게 쌓인 콧물 범벅 화장지를 버리는 것에 익숙해졌고, 화장지는 원래의 자리인 양 컴퓨터 옆에 놓여있게 됐다.
사르트르였던가. 글은 잉크가 아니라 피를 찍어서 쓰는 것이라는 말을 했던 사람이.
이런 명문장을 가져다쓸만큼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피를 잉크 삼았다 말할 만큼 역작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눈물과 콧물 정도는.. 잉크로 삼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눈물 때문에 화면이 안 보여도 글을 썼고, 너무 울어서 배가 고파도 글은 썼다. 그런 시간들이었다.
다시 보면 너무 솔직해서 낯이 뜨거워진다. '어차피 세상은 나한테 관심없어' 하는 마음으로 꽤나 솔직하게 썼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물성을 가진 책으로 만나고 보니 더 부끄럽다.
관심 없을 사람들을 예상하고 매우 솔직하게 썼는데, 책이 나오고 나니 관심을 청해야 한다.
'누가 읽든 일단 내가 편해지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 주제에, 이젠 '부끄럽지만 좀 봐주세요' 해야 한다니. 인생 참. 알 수가 없다.
가마솥으로 밥을 하던 시절. 솥에 눌러 붙은 밥 위로 물을 자작하게 붓고 끓여내, 차(茶)처럼 마시곤 했다는 숭늉. 내가 태어난 80년대엔 전기밥솥이 일상화되어 있었기에, 숭늉과 친한 삶을 살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글을 쓰는 내내 숭늉을 떠올렸던 것 같다. 그 시작은 ‘기억을 박박 긁어 글을 쓰고 있다’는 문장을 쓰면서부터였다. 기억을 박박, 누룽지를 박박 긁는 것이 이어지며 숭늉이 계속 떠올랐다. 예전엔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가끔씩만 떠올리게 되는 어떤 대상.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을 다루고 있는 내 글은, 그런 숭늉 같은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었다.
부모님을 떠나보낸 39세 싱글맘. 이렇게 간단하게 스스로를 소개하기까지, 나름은 고된 시간들도 있었다. 그 시간들 어디에선가 숭늉을 떠올리며 부모님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울기만 하는 날도 있었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웃기도 했었고, 쓰면서 이해가 되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었다.
그렇게 쓴 글들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주제 넘게도, 부모님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나름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벌인 일이었지만, 출판사들에 글을 보내면서는 마치 보따리장수가 된 것도 같았다. 부모님의 죽음을 보따리에 넣어 어깨 가득 짊어지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다니는 그런 느낌.
“똑똑. 부모님의 죽음 팝니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그런 것들을 엮어봤어요.”
‘끼-익’
놀랍게도 한 출판사에서 문을 열어줬다. 어깨에 짊어졌던 이야기를 책이라는 형태로 엮어내며, 마트 식품 코너 한구석에 자리 잡은 듯한 기분을 느낀다. 많고 많은 책들 사이에서 내 이야기가 눈에 띌까. 운 좋게 누군가의 손에 들려지게 된다면, 이 글들은 어떤 맛으로 느껴질까.
이 책의 프롤로그 초안이다. 편집과정에서 프롤로그 전체가 빠졌고, 지금봐도 빠져서 다행이다 싶은 글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공개하는 이유는,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는 무게를 드러내고 싶어서인 것 같다. 물성을 가진 책을 내고 싶어서 안달 났던 주제에, 그럼에도 여전히 '이래도 되나'하는 마음이 든다.
내 부모님의 삶을 이렇게 공개해도 되나.
내 가족의 이야기를 이렇게 엮어 내도 되나.
그리고 그 이야기를 팔아먹겠다고 이런 홍보글을 써도 되는 건가.
그런 자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에, 여전히 조심스럽다. 내 책. 내가 쓴 나의 책임에도, 그것을 어찌 대해야 할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가 참 하찮게 여겨진다. 이 책에 들어간 모든 글을 사랑한다. 그럼에도, 남 앞에 자랑스레 펼쳐두기엔 발가락이 오그라드는 그런 기분.
그럼에도 한 부라도 더 팔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다.
하나,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처음 글을 쓸 때부터 내 또래의 사람들에게 이 말이 하고 싶었다.
'나중에 후회할 일 하지 않았으면 해요.'
나같은 후회를 덜어내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하는 어떤 마음. 내 처신도 똑바로 못하는 주제에 뭘 남까지 생각하냐 싶지만,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젊은(?)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후회로 쌓은 시간에 대한 변명. 후회로 남은 내 시간에 대한 공유가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런 바람을 품고 쓴 글이기에, 누군가에게 가 닿길 바라는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또한, 개인의 기억을 풀어놓기만 하는 글을 넘어서려 나름은 애썼던 시간들이었기에.. 대물림이나 양육 등에 대해 꽤나 고민하며 쓴 글이었기에,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둘, 출판사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에.
막연한 희망을 품기도 버거운 시간들이 있었다. 글을 쓰는 시간을 아껴 부업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흔히들 말하는 인형눈알 붙이기 같은, 들인 시간이 오롯이 돈으로 바뀌는 그런 부업을 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자책을 하면서도 '내 마음 편해지려' 글을 붙잡고 있는 스스로가 참 한심하기도 했었다.
내게 출간은, '책이 나왔어'하는 단순한 사실 그 자체를 뛰어넘는 의미였다. 돈도 문제가 아니었다. 책 냈다고 되게 의미부여하네, 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 손을 잡아준 출판사 덕분에 스스로에 대해 미약하게나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원하는 걸 하면 작은 결과라도 주어지는구나.'
이 당연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게 해준 것이 출간이었고, 나를 향하던 주변 사람들의 걱정에 조금은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출판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건 당연했다. '단순하게 살아요', '행복해도 됩니다'하는 메시지를 내게 심어준 곳. 그렇기에 출판사에 누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꽤나 간절하다. 1500부. 이 분량을 전부 채우지는 못하더라도, 부디 손해가 남는 상태로 마무리 되지는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됐다. 판매량은 하늘에 맡기고, 누군가와 공명하면 된다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출판사 대표님을 떠올리면.. 더 간절해진다.
네. 책이 나왔습니다. 드디어.
이런 홍보글은.... 처음 보시죠;;
저도 처음이라 그렇습니다;;;
출간이라는 '사태'를 맞닥뜨려 매우 헤매고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꽤나 믿고 있기에, 진심을 전해보려 글을 시작했는데 길어져버렸습니다.
어쨌거나 책이 나왔습니다.
출간계약을 하고 퇴고를 하는 시기와
육아휴직 복직 시기가 맞물리면서 새 글을 자주 올리지 못했고,
그런 주제에 나타나 홍보글을 올리는 게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브런치말고는 활동하는 곳도 없어서 기댈 곳이 여기밖에 없네요.
......... ㅊ....... 채......책 좀 사주세요 ㅠㅠ 흑 ㅠㅠ
너무 일찍 떠난 부모의 시간을 더듬으며 써내려간
남겨진 딸의 치유와 성장의 기록
‘너무 늦게 깨달은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17세에 엄마를, 38세에 아빠마저 떠나보내고 남겨진 딸이 미처 몰랐던 부모의 시간, 상처 받은 내면을 더듬어가며 써내려간 투명하고 진솔한 에세이다. 너무 일찍 닥친 부모의 죽음, 그로 인해 휘청거렸던 삶과 일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가족으로 산다는 것’, ‘뒤늦게 깨닫게 된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 얘기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보듬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젊은 작가의 진솔한 성찰을 만날 수 있다.
-yes24 책 소개 일부
그런 책이랍니다. 성찰....까지는 모르겠지만;;; 진솔하긴 했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주변분들에게 선물로 주시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 주변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해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도서관 회원증 있으신 분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희망도서 신청'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주제에 웬 부탁이냐! 생각하시겠지만... 영업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좀 뻔뻔해져야 할 순간이... 제게 닥쳤지 말입니다 ㅠㅠ
(+) 읽으시고 블로그 등에 후기 남겨주실 분들이 계시다면, 대환영입니다.
후기 남기시고 브런치 '작가 제안하기' 통해서 주소 링크, 핸드폰 번호 보내주시면- 추첨을 통해(추첨할 것도 없을 것 같긴 합니다만;;) 작은 쿠폰이라도 하나 보낼게요!
............ 이런 거 불법인가요? 그만큼 간절하다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