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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Apr 24. 2023

'결혼해방일지' 출간!

제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세상에! 

이혼소송. 돌아보면, 내 글쓰기의 시작은 이혼소송이었다. 변호사까지 선임해 부부 관계를 끝내려는 마음은 늘 나부끼는 상태였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 상태 그대로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해댔었다.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매일매일 전화를 걸어 내 얘기만 해대자니, 지인들에게 절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전까지의 나는 긴 통화를 몹시나 힘들어 하는 인간이었기에, 지인들이 얼마나 피곤할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있잖아, 어제는 있잖아, 오늘은 그래서 있잖아. 바쁠텐데 미안해. 내가 시간을 너무 뺐었지.


… 이런 스스로가 정말 너무 싫었다. 시시콜콜 하소연만 해대는 캐릭터같은 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딱 그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혼자 떠들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글을 썼다.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면 그림을 그렸을 테고, 춤이라도 출줄 알았다면 혼자 미친 척 춤이라도 췄을 텐데. 대체 뭘 하며 산 건지, 아는 게 한글밖에 없었다. 친구에게 수다떨듯 온갖 얘기를 다 적어갔다. 그렇게 시작한 이혼소송 관련 글이 2년 동안 이어질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글들이 책이라는 것으로 엮이게 될 줄은 정말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상상하지 못한 일이 현실이 되어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들. 그땐 단 하나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인생 정말,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거구나. 




모든 저자에게 출간은 특별한 의미를 갖겠지만, 내 경우엔 출간이라는 것이 좀 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쓰는 글이 몽땅 내가 겪은 삶의 이야기이다보니 그걸 한 권으로 묶어내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삶의 한 단락을 정리한 것 같다고나 할까. 부모님의 죽음을 겪으며 느낀 바를 묶었던 내 첫 책 '만나지 못한 말들'을 출간했을 때의 기분 역시 그랬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게 자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순간을 살아낸 내 얘기를 묶어냈구나.'

두 번째 책 '결혼해방일지' 역시 표지를 쓰다듬으며 비슷한 기분을 느꼈었다. 

'결국 소송 2년을 버티고, 이걸 묶어냈구나.'

묶어낼 이야기 없이 평탄하게 흐르는 삶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내 삶은 우당탕탕 나름은 시끄럽게도 굴러갔었다. 책을 보고 있으면, 그 시간 속에서도 버티려 애썼던 스스로가 좀 장하게(....징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번 책 '결혼해방일지'는 퇴고과정이 꽤나 험난했었다. 연애와 결혼생활을 담은 1챕터를 '무려' 3번을 새로 써야 했었다. 출판사 대표님은 처음부터 "브런치 글을 수정만 하시면 될 것 같아요"하고 말씀해주셨지만, 그 말을 굳이 듣지 않고 새로 쓰기를 고집했었다. 좀 더 '쌔끈하게' 새로 쓸 수 있으리라는 근거없는 자신감. 출간제안을 받고 나서 정신을 놓아버린 것인지, 새로 쓰면 이전의 것과는 땟깔이 다른 엄청난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6월에 출간제안을 받고, 10월 정도까지 1챕터만 붙잡고 세 번을 새로 썼다. 


처음 쓴 글은 아주, 아주, 두루뭉술했다. 사랑했고 결혼했고 힘들었다, 정도의 느낌이랄까.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넣지 않고 느낌만으로 글을 채웠고,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출판사에서 다시 쓰기를 요청해 왔다. 


그래서 쓴 두 번째 글은, 아주, 아주, 구체적이었지만, 몇몇 사건에만 집중해 전개되는 글이었다. 사건과 당시의 내 감정. 그런 식으로 7여 년의 결혼생활을 뭉그러뜨려 애매~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때쯤엔 깨달았던 것 같다. 아, 나는 더 잘 쓴 글을 넣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이 결혼생활 자체를 두루뭉술하게 뭉개고 넘어가고 싶어하는 구나. 

첫 책을 보면서 자꾸 느꼈던 감정이 있었다. 

'이런저런 찌질한, 온갖 찌질한 얘기를 굳이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까발릴 필요가 있었을까.' 

쓸 때는 몰랐지만, 내놓고 나니 새삼 부끄러움이 몰려왔다고나 할까. 

그래서 두번째 책에서는 좀, 근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생활의 찌질함은 모두 빼고, 그저 가끔 웃기고 가끔 고통스러운 정도로 그려내며, 어떻게든 좀 대충 표현하고 싶었다. 


이번 역시,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정말, 출판사 사람들은 무엇을 배우는 걸까. 어쩌면 마음 읽기 기술 같은 걸 배울 것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다. (..... 지금도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 솔직하지 못한 글. 온갖 비유가 난무하고 그럴듯한 문장으로 길게 길게 이어놓기만 한 글을, 귀신같은 능력으로 거절했다. 결국,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솔직해지기로 결심을 하고 세 번째 1챕터를 써내려갔다. 쓰면서는 참 많이도 느꼈다. '나는 이 시기를 돌아보는 게 싫은 거구나. '

정말, 정말, 정말, 쓰기가 힘들었다. 연애와 사랑, 결혼초의 모습들을 돌아보고 글로 풀어내는 그 과정이 정말 괴로웠었다. 이제는 소송 중인(지금은 소송도 끝난) 남편. 현실이 시궁창이어서, 과거를 돌아보는 게 더 괴로웠던 것도 같다. 쓸데없이 아련해지는 내 마음 같은 건, 정말 싫었다. 그럼에도 나는 쓸데없이 아련해졌다가, 그땐 그랬지 하며 웃기도 했다가... 청춘을 돌아보는 노년의 마음이랄까. 돌아봐도 부질 없는 짓인 걸 잘 알면서도, 이놈의 퇴고 때문에 돌아봐야만 하는 상황. 결혼과정을 죄다 다시 겪는 듯한, 그런 시간을 보냈었다. 


그래, 그럼에도 다 써버렸다. 이유는? 나는 마감의 노예니까. 아니, 계약서의 노예니까. 

계약서에 싸인을 해버린 주제에 나 몰라라, 나 힘드네, 뻗어버릴 수도 없는 일. 정말.... 계약서의 위대함을 뼈저리게 느낀 그런 퇴고 과정이었다. 힘든 내 마음 같은 건 내 사정일 뿐. 계약은 계약이니까. 나는 원고를 넘기기로 약속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두 번째 책 '결혼해방일지'가 세상에 나왔다. 뜨거웠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와 베스트셀러였던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영향을 받은 제목임을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그 인기에 좀 업혀가보자, 하는 생각은 정말 없었는데.. 대표님과의 대화 속에 나온 저 제목이 그저 너무 '딱'이었다. 


앞서 말했듯 내게는, 출간이라는 이 과정이 인생 한 챕터 한 챕터를 정리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자체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 내 인생 이렇게 잘 정리해 나가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달까. 그럼에도, 온갖 정성과 마음을 기울여준 출판사를 생각하면 엄청난 죄책감이 든다. 이 넓고 넓은 세상에 하소연하듯 글을 던져놓는 존재감 없는 사람을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회사에, 적자를 끼치는 대죄는.... 이제 더는 짓고 싶지 않다. 나를 택해준 출판사 대표님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를 꽤 간절히 바라게 된다. 

출판사에서는 이런 이벤트도 진행 중. 


저자의 존재감없음을 잘 아는 출판사는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커피를 쏜다는 엄청난 약속을 내걸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요즘 저를 가장 괴롭히는 고민을 고백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글 쓰는 제 모습이 좋습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차분하게(?) 살아갈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꽤나 진지하게 합니다. 하얀 백지를 채워가는 타자소리. 그 소리를 낼 수 있는 제 모습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정말, 이제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첫 책은 부모님, 두 번째 책은 이혼. 

이보다 더 강렬한 사건이 제 삶에 또 있을까요. 강렬한 사건을 모두 엮어낸 후의 저는 이제 정말 무엇을 써야 할까요. 더 강렬한 사건 같은 건 정말 바라지도 않는데.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사건들은 너무 강렬했고.. 무탈한 일상은 글로 남기기엔 시시하기도 한 것이니까요. 좀 텅- 비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책 홍보글에서 이런 고민을 말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 건 잘 알지만, 여긴 브런치니까요. 쓰시는 분들이 모여계신 곳. 그러니, 이런 고민쯤 털어놓아도 되지 않을까요. 뭘 써야 할까요. 


아무튼................ 홍보라는 이 글의 목적으로 다시 돌아가서..

있잖아요 여러분.... 

'결혼해방일지'가 좀 잘 팔리면 말입니다...

지금은 찾을 수 없는 저의 방향을.. 번쩍!!!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아하하하하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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