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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Mar 09. 2023

출간제안을 받았습니다

......작년 6월에요;;;; ㅎㅎ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참 드라마틱한 타이밍이다 싶은 일들이, 실제 벌어지는 순간들이요. 제겐 출간제안을 받은 그날들이 참, 드라마틱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게 일이 진행되어서 참 기쁩니다. 

소송은 끝났고! (원고도 피고도 아닌 삶이여, 만세!)

출간은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만만세! 




2022년 6월. 당시의 저는 선고 때문에 정신이 나가 있었습니다. 2년이 걸린 이혼소송에서 1심 선고가 내려진 건 6월 22일이었어요. 승소였죠. 승소를 하고 나면 어디든 가서, "제가!!!! 드디어!!!! 승소를 했습니다!!!" 하고 외쳐대고 싶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기분이 너무 이상했어요. 어우, 기분이 뭐 이래, 이거 겪으려고 2년을 질질 거렸나 싶은 허탈함과 온갖 감정들이 막 막... 아무튼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어요. 


꾸역꾸역 일상을 살아갔죠. 회사를 다니고, 퇴근 후엔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반복반복. 글쓰기에서 너무 멀어진 일상이었어요. 글? 그게 뭐지. 책? 가구처럼 벽에 붙어있는 저것들? ...... 게으른 저는, 직장인과 엄마 역할만으로도 충분히 바빴고, 다른 건 생각할 여력도 없었습니다. 

6월 30일, 브런치 메일 알람이 울렸어요. 새로운 제안이 왔다네요. 특별히 놀라지도 않았어요. 글을 읽고 메일을 주시는 분들이, 간혹 계셨거든요. 이번엔 어떤 사연일까 하며 툭- 열어봤죠. 에?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하더라고요. 아무리 읽어봐도 이건 출간제안 같았어요. 자음과 모음이 만나서 '출간'이라는 글씨를 만들고는 있는데... 세상에, 이게 뭔 일이지, 하는 멍-한 마음이었어요. 


그동안 브런치를 하면서, 남몰래(혹은 티나게) 깊게 깊게 샘내고 있던 글씨가 바로 '제안'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어우 세상에.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 받는 그런 사람은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나는 투고투고투고를 해서 아악아악 거리다가 힘겹게 책을 냈는데,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오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그런 분들 글을 읽고 나면 하나의 깨달음이 왔습니다. 

'역시. 세상은 넓고 글 잘쓰는 사람은 너~~~무 많군.'

깨달음 뒤엔 현타가 왔죠. 

'나따위의 이따위 글을 누가 읽겠어.'

자기 변명도 충분히 해봤습니다. 읽든 안읽든 뭔 상관? 나만 좋으면 되는 거 아냐? 

........................ 

그 이후에는 결국, '아무도 안 읽는 글이, 의미가 있나 없나'하는 생각이 퐁퐁 샘솟았죠. 뱅뱅뱅뱅 도는 자아비판(?)의 시간들. 그 뱅뱅뱅뱅의 고리를 끊어내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뜬금없이' 출간제안을 받다니요. 처음 든 생각은? 

1. 전남편이 브런치를 알게 되었나보다. 나를 낚아서, 항소 땔감을 마련하려는 거 아닐까. 

2. 내 소송이 끝난 걸 어떻게 안 거지? 글도 안올렸는데? 거 봐. 출판사일리가 없어. 


엄청 현실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의심과 불신과 불안과 두려움이랄까. 심지어 이 출판사 대표님은, '이혼도 처음입니다만' 매거진을 콕 집어서 출간하고 싶으시다네요? 그러니 어땠겠어요. 의심과 불신과 불안과 두려움이 더더 커졌죠. 세상은 넓고 글 잘 쓰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왜 하필 나를? 왜 하필 이 주제를? 어떻게 딱 소송 끝나자 마자? 

그럼에도 일단은 응답하고 싶었어요. 엉엉. 그것이 거짓이라 해도...........이런 제안을 제가 언제 받아보겠습니까!!!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었거든요. 출판사라 믿어버리자, 그럼 되지. 출판사가 아니면 그 다음에 무슨 얘기를 하겠지.....? (출판사일 거라 정말 믿고 싶기도 했습니다 ㅎㅎ) 그래서 메일에다가 마구 기쁨만을 표현했습니다. 

"출간은 모르겠고, 제안은 너무 기쁩니다! 세상에!"

이런 느낌을 가득 담아 꺅꺅 거리며 답을 보냈었죠. 진심인가요, 진지한 건가요, 묻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사실.... 딱 제안만으로도 충분했어요. '누군가 제 글을 읽었다는 뿌듯함'. 그리고 그 글로 칭찬과 인정을 받는다는 느낌. 그건 정말, 뭐랄까. 귀 시리게 추운날 뜨끈한 순대국밥 국물을 후루룩 먹는 느낌이랄까요. 덜덜 떨던 몸이 녹고, 눈물인지 콧물인지가 찔끔 흐르고, 빈속이 뜨끈하고 든든하게 채워지는 그런 느낌. 거기에 시원한 소주 한잔까지 곁들이면, 알딸딸해지면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그런 느낌. 오랜만에 느껴본 그런 충만함은, 승소와 함께 저를 휘영청 휘영청 휘청휘청 거리게 했던 것 같아요. 


출판사에서 출간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담은 메일을 보내왔을 즈음, 항소도 시작됐죠. 

휘청휘청이던 마음이, 마구 나부끼기 시작했습니다. 맛있는 밥을 먹어도 "젠장", 시원한 맥주를 마셔도 "씨발", 몇 시간이라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이 자식이 진짜!!!! 항소까지 하고 난리야!! 아악아악!!!!"

선고가 내려졌던 게 아버지 기일이었고, 항소가 시작된 게 어머니 기일 며칠 전이기도 했죠. 매년 힘든 그 시기에 선고와 항소와 출간제안까지. 저는 그 모두를 소화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즈음,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그녀가 나타났어요. 저의 멘토, 저의 누님(ㅎㅎㅎㅎㅎ). 사방으로 촉수를 뻗으며 살아가시는 그분이, 갑자기, 혜성처럼, 급 등장하셨습니다. 

"그냥 왔어."

너무 해맑게 얘기하셨지만, 서울에서 '그냥' 오기엔 제가 사는 곳은 너무 남쪽이었어요. 오전에 툭- 카톡이 오고, 기차를 타고 등장. 회사 근처에서 그분을 보니 현실감이 너무 없어서 웃음도 잘 나오질 않았어요. 사전에 아무런 얘기도 한 적이 없었어요. 요즘의 제 상황 같은 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타이밍에...? 진짜 드라마 주인공 같았습니다. 

얼굴을 뵌 김에, 출간 제안에 대해 상의를 드렸죠. 그 분은 길게도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하고 싶은대로 해. 책 내면 후~련하잖아.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해."

"........................."





그래서, 출간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하. 

최종원고를 2022년 12월까지 보내기로 했었는데, 역시나 기한을 못 지키고....(쿨럭쿨럭쿨럭) 1월 끝이 되어서야 원고를 넘길 수 있었죠. 

원고를 정리하는 기간 동안 항소는 취하됐고(= 소송은 끝났고), 덕분에 그 모든 이야기를 책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원고를 정리하면서도 사실... '대체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나는 걸까' 제가 궁금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송도, 원고도 다 정리가 되었네요. 인생 참, 내다보기가 어렵습니다. 역시. 

책의 프롤로그로 썼던 글을 보여드리면, 제 상태가 더 이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출간제안을 받았을 때 더 망설였었다. ‘이래도 될까? 이렇게 사적인 이야기를, 어쩌면 숨기고 싶은 그런 것들을 책으로 묶어도 될까?’ 
그럼에도, 내 생애 두 번째 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꽤나 강했다. ‘이런 내용을 책으로 묶어도 될까?’ 하는 걱정과 ‘책 내고 싶다’는 욕망의 전투.
당연하게도, 욕망이 승리를 거뒀다. 나는…, 욕망에 눈이 멀었다. 그래서 출간을 결심했다. 깊고 깊은 내 욕망을 자극해준, 이르비치 대표님께는 정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렇습니다. 쿨하게 인정하건대, 저는!!!! 욕망에!!!! 눈이 멀었습니다!!! 하핫. 


이르비치 출판사는, 앞으로 무궁무진대성할 출판사입니다. 하핫. 

출판사 창사 이후 첫 책으로... 저의 .... 원고를............. ㅠㅠ 괜찮겠습니까, 대표님!! 

.................앞으로 엄청난 작가님들의 책이 쏟아져 나올 예정인데, 세상에, 제가 마감이 젤 빨라서 !!! 1번이 되었습니다. 으어어어어어어. 덩달아, 저도 매우 떨고 있습니다. 


제 원고를 누군가 좋게 봐준 것만으로도 엄청 신나지만.. 그 좋게 봐준 사람이 막 엄청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득그득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와 계약을 맺은 출판사 대표님들은... 요즘 세상에 뭐 이런 다정한 사람들이 다 있지, 싶은 분들이라. 지금보다 더더더더 잘 돼서... 저같은 사람에게 자주 도움을  주시고 .....;;;;; 함께 으쌰으쌰 해 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홍보를 위해 텀블벅을 시작했는데, 함께 봐주시지 않으시렵니까. 흐흣. 

책도 정가보다 싸게 사고, 

거울도 받고, 

이혼녀로 태어난(?) 저를 축하도 해주시고,

첫발 내딛는 출판사를 응원도 하는! 

그런 엄청나게 다양한 혜택! 누려보고 싶으시죠. 그쵸. 

그 맘 제가 알죠!! 그래서 링크를 뙇! ^^;;


https://www.tumblbug.com/shinepub



(+) 텀블벅이 시작된 어제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감상에 젖었더랬죠. 

이 책이 진짜 유용할 사람들은 이혼을 준비하는 사람일 거다, 라는 현실적인 판단 하에..... (책도 팔리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도 되고!) 오래 전 가입해 둔 이혼카페들에 글을 올리려 들어가봤습니다. 2017년에 가입을 했더라고요. ㅎㅎ 소송 시작한 게 2019년인데, 2017년부터 저는 아마, 힘들었나봅니다. 


어쨌든 그래서, 이런 카페에 글을 올려야 필요한 사람이 사지! 라는 해맑은 생각으로 

짜잔! 텀블벅 주소! 하고 글을 올렸고.....

2분만에 "무기한 활동이 정지되었습니다" 하는 쪽지를 받았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대뜸 홍보를 아무 생각없이 카페에 질러버리는 이런 모지리를 받아줄 곳은 

역시 브런치뿐........ 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하. 


그래서 자꾸 홍보를 하게 되네요 ㅠㅠ 정말 ..... 여기밖에 없는 걸요 ㅠㅠ 

한줄요약 = 많관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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