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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2025년 3월 10일의 일들

by Andy

퇴근하고 아내를 만나 함께 차를 차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경, 집에 도착해 차를 주차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할머니가 없는 거 같아, 집에 불이 다 꺼져있어"

하교하고 잠깐 집에 들렀다가 가방만 던져두고 나가 놀던 쌍둥이 아들 두 녀석들이 해가지니 집에 들어갔는데 인기척이 없자 전화를 한 것입니다.

마침 도착해 주차를 하고 있던 참이라 "아랐어, 올라갈게..." 대답하고 올라가더랬습니다.

정말 집에 불이 꺼져 있고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도 불 켤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자기들 방에 들어가 뒹굴고 있더랬습니다.


어머니 방문을 열어보니 어둡기만 하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동네 산책 가셨나 싶었습니다.

오시겠지 실었는데 닫혀있는 화장실 문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어머님은 물이 가득 차 찰랑거리는 욕조에 온몸을 담근 채 움직이지 않고 계셨습니다.


너무나 정정하셨고, 건강하셨고, 거동도 불편함이 없으셨던 터라 욕조에 잠긴 모습을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까지도 동묘에서 몇천 원에 사 온 옷을 자랑하셨고, 광장시장에서 사 오신 먹거리를 함께 먹었을 만큼, 거동이 불편하지도, 인지적으로 문제가 있지도 않았던 분이셨습니다.


그렇게 뭐지 싶은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머리 전체가 물에 잠겨 나오지 않는 상황에 잘못됐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숨을 거두신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119 구급대원이, 경찰이 다녀갔고, 다급함에 전화했던 누나와 여동생들이 들이닥쳤고, 곡소리와 탄식이 공간을 채우다 간신히 수소문한 장례식이 가능한 병원으로 어머님의 시신을 옯겼고, 그 다음 날부터 장례가 치러졌습니다.


이일 이후로 제 글이 멈췄습니다.


물론 어머님이 없는 일상이 매우 달라 글 쓸 시간적 여유가 없음도 이유였겠지만, 어머님, 아니 엄마에 대해 정리가 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는 심적 부담이 매우 컸습니다.


엄마의 인생을 제가 어찌 정리할 수 있을까 싶지만, 적어도 아들 된 입장에서 바라본 내 엄마의 삶을 곱씹어 기록해 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쓸 수 없었습니다. 아니 써지지가 않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생각이 많아지다 다시 사라져 버리기를 반복할 뿐 도무지 써지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아직은 아닌가 보다 싶었습니다.

엄마가 없다는 것도 낯설고 감당이 안되는데 엄마에 대해 글로 정리를 한다는 것이 너무 지나친 욕심이었달까요?


그렇게 모든 글이 멈춰졌고, 거의 4개월이 흘렀습니다.

연재하던 성경에 대한 글도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부분에 다달아, 넘어진 김에 쉬어가는 이유가 됐던 것 같습니다.

다시 성경에 대한 생각과 글을 정리하는 것은 아직 버겁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그동안 써 놓은 글을 읽어보며 글의 맥락을 되짚다 보면 다시 써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전에 그동안 써놓은 글을 이곳'어느 날의 글'에 옮기는 일이라도 다시 시작해 봐야지 싶습니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계엄을 실행한 정권을 심판해 탄핵이 이루어졌고, 정권이 바뀌었으며, 국제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미국도 이스라엘을 도와 이란에 미사일을 던지는 일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20년간 출퇴근을 하던 강남에 더 이상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어머니가 지내시던 방엔 두 아들들이, 아들들이 지내던 방은 제 사무실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일들이 별것 아닌 듯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 내야겠지요.

그러다 보면 다시 글이 써질 날도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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