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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강성 May 04. 2024

설득의 심리학 I (2)

주식과 투자 이야기 (3)

Part 5 권위 원칙


영국 정부의 행동조사팀(Behavioural Insights Team, BIT)의 연구원들은, 상당한 재력을 가진 부자들이 의미 있는 사업에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투자은행 직원들에게 하루치 일당을 기부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다양한 기술을 비교해 보았다.

[출처 구글 이미지]

BIT는 대상을 몇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에게 '상호성'과 '권위'의 원칙을 따로 내지는 결합한 몇 가지 방식으로 기부를 권유해 보았다.


그 결과 기존 방식은 5퍼센트였고 단독 방식 중 최고는 12퍼센트였는데, 두 가지를 결합한 방식, 즉 자원봉사자들이 사탕 선물을 주고('상호성' 적용) 거기에 더해서 CEO가 개별적으로 권유 편지까지 보내자('권위' 적용), 기부율은 17퍼센트까지 솟구쳤다고 한다.


스탠리 밀그램 실험


치알디니는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의 권위 복종 실험을 소개한다. 밀그램은 "징벌에 의한 학습 효과"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실험에 참여할, 나이 20대 에서 50대 사이의 남성 40명을 신문 광고를 통해 모집하였고, 피실험자들을 교사와 학생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교사 역할과 학생 역할의 피실험자를 각각 1명씩 그룹을 지어 실험을 실시했다. 학생 역할의 피실험자는 양쪽에 전극이 부착된 의자에 묶인 채 실험관에 의해 전기 충격 장치가 연결되었고, 교사 역할의 피실험자는 전기 충격 발전기가 있는 다른 방으로 안내되었다.

전기 충격 발전기에는 15V부터 시작해 450V까지 15V씩 증가하도록 총 30개의 스위치가 달려있었고, 교사가 학생에게 문제를 냈을 때 학생이 틀리면 교사가 학생에게 전기 충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스탠리 밀그램과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실험을 시작하기 전 밀그램은 피실험자들이 450 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3% 정도가 인체에 치명적인 300 볼트 정도까지 올릴 것이라 예상했고, 450 볼트까지 전압을 올리는 것은 전체 피실험자 비율 중 0.1%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충격적 이게도 65%의 피실험자가 450 볼트까지 전압을 올렸다. 기계에는 300V 이상의 충격을 주면 위험하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고, 300V에 도달한 순간부터 학생 역할의 배우는 전기 충격을 받으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지시에 따라 계속 전기 충격을 가했다. [참조: 나무위키]

[스탠리 밀러 권위 복종 실험 출처 구글 이미지]

권위의 위력


밀그램에 따르면 그런 실험 결과가 나온 것은 피험자들이 윗사람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권위에 대한 뿌리 깊은 복종심이었다.


실험복 차림의 권위적인 연구자가 피험자한테 ‘선생’의 의무를 다하라고 강요하고, 필요한 경우 명령까지 서슴지 않자 피험자들은 희생자들의 신체적ㆍ감정적 고통을 보면서도 감히 연구자에게 반항할 수 없었던 것이다.


브라이언 윌슨의 사고


이는 브라이언 윌슨(S. Brian Willson)의 이야기에서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987년 9월 1일 윌슨은 니카라과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에 항의하는 의미로 동료 두 명과 함께 캘리포니아 주 콩코드에 있는 미 해군 무기저장고 앞 선로 위에 드러누웠다.


그렇게 하면 그날로 예정된 기차를 이용한 무기 반출을 중단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해군과 철도 당국에는 이미 사흘 전에 자신들의 계획을 예고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기관사들은 기차 운행을 중단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200미터 전방에 누워 있는 시위자 세 명을 보고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동료 두 명은 다행히 간발의 차이로 화를 면했지만, 윌슨은 급히 피하던 중 다리가 걸려 무릎 아래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베트남에서 4년이나 복무한 경험이 있는 윌슨은 놀랍게도 이 불행한 사고와 관련해 기관사나 위생병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베트남에서 한 일과 똑같은 일을 한 겁니다. 비정상적 정책에 근거한 명령을 무조건 따랐을 뿐입니다. 그들은 희생양입니다.”

[브라이언 윌슨 출처 구글 이미지]

맹목적 복종의 매력과 위험


권위에 대한 복종 역시 인간의 사회 조직을 잠깐만 살펴보면 그 존재 이유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사회 전반에 체계적인 위계질서가 형성돼 있으면 유익한 점이 매우 많다.


자원을 생산하고, 거래하고, 적군을 방어하고, 사회를 확장하고 통제하는 정교한 구조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권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런 사회구조가 존속하기 어렵다.


위계질서의 반대 개념은 ‘무정부 상태(anarchy)’다. 무정부 상태에서는 어떤 문화적인 혜택도 받기 어렵다. 사회철학자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무정부 상태가 인간의 삶을 ‘외롭고, 궁핍하며, 비참하고, 야만적’으로 몰고 갈 거라고 확신했다('리바이어던' 중에서).

[토마스 홉스와 리바이어던 출처 구글 이미지]

종교적 가르침도 같은 역할을 한다. 성경의 첫 장인 〈창세기〉에는 절대적 권위에 반항한 결과 아담과 이브 그리고 전 인류가 낙원을 상실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구약성서》에서도, 하나님의 명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설명도 요구하지 않고 무작정 어린 아들의 가슴에 단검을 꽂으려 했던, 성경에서 밀그램의 실험과 가장 공통점이 많은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아담과 이브', 아브라함 출처 구글 이미지]

밀그램이 지적했듯이 권위자의 명령에 따르면 실제로 유익한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나 교사처럼) 우리보다 더 똑똑한 권위자를 따르는 것이 확실히 유익하다. 그들이 더 지혜롭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상벌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권위자가 고용주나 판사, 정부 지도자 등으로 대체되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이런 권위자들을 따르는 것이 유익하다. 권위자들은 사회적 지위 덕분에 더 많은 정보와 힘을 갖고 있으므로 그들의 요구에 따르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런데 권위자에게 복종하는 것을 너무 당연시하다 보면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명령에도 그대로 따르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는 다른 설득의 무기에도 모두 적용되는 역설이다.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에 이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자동 복종이라는 편리한 방법을 도입한다.


그러나 그런 식의 맹목적인 복종은 그 기계적인 특성 탓에 축복인 동시에 저주가 될 수 있다.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기에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권위의 압력이 상당히 강력하고 가시적으로 작용하는 의료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누구나 건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이 중요한 분야에서 많은 지식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의사들은 권위자로서 존경을 받는다. 더욱이 의료계는 권력과 명예의 위계질서가 확실한 곳이다.

[1898년 의사의 가운과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카두세우스 출처 구글 이미지]

따라서 의사가 아무리 분명한 실수를 하더라도 하급자 가운데 누구 하나 의문을 제기할 ‘생각’조차 못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일단 합법적인 권위자가 명령을 내리면 하급자는 ‘생각’을 중단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매년 의료 과실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모든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수를 합친 것보다 많으며, 전 세계적으로 1차 및 외래 환자의 40퍼센트가 매년 의료 과실을 겪는다.

[출처 구글 이미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분별없는 행동을 하면 틀림없이 거기서 이득을 취하려는 설득의 달인이 있게 마련이다. 광고주들은 의사들이 존경받는다는 점을 이용해 자사 제품 광고에 의사 역할을 맡은 배우를 출연시키는 경우가 많다.

[출처 구글 이미지]

내용보다 암시


실질적인 권위를 갖추지 못한 설득의 달인들이 주로 이런 상징들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기꾼들이 늘 권위자의 직함이나 복장, 장식 등을 휘감고 다니는 것이다.


'직함'은 실제로 획득하기가 가장 어렵지만 사칭하기엔 가장 쉬운 권위의 상징이다. 연구에 따르면 직함은 키에 관한 인식에도 왜곡을 일으켜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키도 커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직함과 관련하여, 연구진은 외과, 내과, 소아과, 정신과 등 다양한 병동 간호사실에 소속된 간호사 22명에게 똑같은 내용으로 전화를 걸었다. 의사라고 신분을 밝힌 다음, 특정 병동의 한 환자에게 에스트로겐 20밀리리터를 투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가 떨어지는 순간 ‘지적인 전문가’의 자격을 포기하고 ‘누르면, 작동하는’ 반응으로 이동해 버렸다. 자신의 할 일을 결정하는 데 자신이 가진 상당한 의학 지식과 경험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자동 복종 과정을 거쳐 실수를 저질렀다. 자신의 업무 환경에서는 합법적인 권위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항상 가장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복종 성향이 너무 지나치다 보니 진짜 권위자도 아니고 가장 쉽게 권위자를 사칭할 수 있는 상징, 즉 의사라는 직함 하나만으로도 자동반응을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기계적인 복종을 일으키는 두 번째 권위의 상징은 '복장'이다. 사회심리학자 레너드 빅먼(Leonard Bickman)은 한 연구에서 권위자의 복장을 갖춘 사람이 내리는 지시를 거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줬다.


연구진은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에게 몇 가지 괴상한 부탁(예를 들어 버려진 종이봉투를 주우라거나, 버스정류장 반대편에 서 있으라는 등)을 했다.


절반의 경우는 부탁하는 젊은 남성 연구자가 일상복 차림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보안요원 제복 차림이었다. 그러자 부탁 내용과 상관없이 보안요원 제복 차림일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부탁을 들어줬다. 여성 연구자가 보안요원 제복을 입고 부탁했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

[출처 구글 이미지]

서양 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권위를 표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 또 다른 복장이 있다. 바로 '신사 정장'이다. 정장 역시 낯선 사람의 복종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영국 신사 정장과 킹스맨 출처 구글 이미지]

값비싼 보석이나 고급 자동차 같은 장식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특히 ‘자동차와 사랑에 빠진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더욱 특별한 지위의 상징이다. 앞차가 신호등에서 꾸물거릴 때 앞차가 고급차인 경우 소형차인 경우보다 경적을 더 늦게 울리거나 아예 얌전히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보석과 패션 관련 영화들과 롤스로이스 출처 구글 이미지]

신뢰할 수 있는 권위


여러 연구에서는 특별히 설득력 있는 권위, 즉 신뢰할 만한 권위를 구별한다. 이런 권위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그 특징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킨다. 바로 전문지식과 신뢰성이다.


전문지식은 ‘후광 효과’를 낳는다. 여러 학위와 수료증으로 도배된 병원은 유능하다는 평가뿐 아니라, 환자에게 친절하고, 우호적이며, 관심도 많다는 평판을 받는다. 전문가가 쓴 기명 논평은 독자들의 의견에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전문가로부터 전문적인 정보를 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 자체가 신뢰받는 정보원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들이 정직하고 공정하게 전문적인 충고를 해주리라 믿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설명해 주리라 믿는다.


단점 먼저 전략


영리한 전략을 통해 빠르게 신뢰성을 획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유리한 특징을 설명하고, 단점은 설명이 끝날 때까지 유보하거나 아예 언급도 하지 않는 대신,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먼저 단점을 언급하는 사람은 정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장점보다는 단점을 먼저 언급하면, 이미 신뢰가 형성된 상태에서 주요 장점을 듣게 되기 때문에 설득하려는 이의 말을 그대로 믿게 된다. 긍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기꺼이 지적하면서 정직하다는 평판을 받은 사람이 한 믿을 만한 말이기 때문이다.


도미노 피자가 2009년 ‘뉴 도미노’ 캠페인에서 과거 피자 품질이 형편없었다고 고백하자, 매출은 하늘 높이 치솟았고, 도미노의 주가도 같은 궤적을 그렸다.

[출처 구글 이미지]

워런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간 보고서의 서두에서 작년에 그가 혹은 회사가 저질렀던 잘못을 설명하고, 그것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한다.


다른 회사의 연간 보고서처럼 문제를 묻어버리고, 최소화하고, 조작하려 하기보다 버핏은 자신이 회사 내부의 문제들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문제를 기꺼이 공론화하려고 한다는 것을 보고서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2016년 주주총회에서의 연간 보고서에서 기업 주가가 S&P 500보다 두 배 더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1993년 덱스터 슈를 잘못 인수한 것을 먼저 언급하면서 “오늘 저는 버크셔의 내부를 분명하게 볼 수 있도록 내시경 검사를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그런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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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원칙에 대응하는 자기 방어 전략


권위의 위력에 대항할 수 있는 한 가지 전략은 불시에 당하고 놀라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권위(그리고 권위의 상징)가 우리의 행동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므로 설득 상황에서 권위 원칙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


가장 기본적인 방어 전략은 권위의 위력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동시에 권위의 상징이 매우 위조하기 쉽다는 사실까지 인식한다면, 누군가 권위의 힘으로 설득하려 들 때 자신을 적절히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자격에 초점을 맞춰라


권위적인 인물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먼저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라. ‘권위를 행사하려는 이 사람이 정말 전문가인가?’

[출처 구글 이미지]

권위자가 신뢰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에 관한 문제와, 그 자격이 당면한 현안과 관련이 있는지에 관한 문제다. 이런 방법으로 상대의 권위를 입증할 증거를 찾다 보면 우리는 자동 복종이라는 심각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교활한 진실에 주의하라


우리 눈에도 당면 현안의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이 권위자로 행세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이 전문가는 얼마나 진실하게 행동하고 있는가?’하는 두 번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아무리 최고의 전문가라 해도 자신이 가진 정보를 정직하게 사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위자의 신뢰성을 자문할 때는 설득의 달인들이 진실한 척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간단한 술책에 주의해야 한다. 바로 권위자 자신의 이익에 거스르는 주장을 하는 방법이다. 처음엔 작은 결점을 언급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부차적인 결점을 만회할 수 있는 훨씬 중요한 장점을 부각한다.


‘어비스, 2등이기에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 ‘로레알, 비싸지만 제값을 합니다.‘ 이런 술책을 사용하는 설득의 달인들은 사소한 문제를 솔직하게 고백함으로써 더 중요한 문제에서 큰 신뢰를 얻는다.

[최근 로레알 광고 출처 구글 이미지]
Part 6 희소성 원칙


무언가를 사랑하려면 그것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G. K. 체스터턴


이혼전문 변호사가 양쪽의 입장을 협상할 때, 최종 제안을 한쪽 방에서 받은 다음, 다른 방으로 건너가 “이 제안에만 동의하시면, 타협할 수 있습니다” 보다는 “타협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 제안만 동의하시면 됩니다”라는 표현이 설득을 이끌어내기 쉬웠다고 한다.


아이폰 신상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이 물건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하자 훨씬 더 비싼 물건을 주고 좀 더 앞 순번의 사람과 자리를 바꾼 사례를 이야기한다. 이는 위험하고 불확실한 조건에서 사람들은 어떤 가치 있는 물건을 얻기보다는 잃지 않으려는 선택에 훨씬 크게 동기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손실 회피(loss aversion)’는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얻는 것보다는 그 물건을 잃는 것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기업의 경우 의사결정자들은 잠재적 이익보다는 잠재적 손실을 더 크게 생각한다. “타결됐어요”라는 말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미 얻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타협하지 않으면 이미 얻은 것을 잃어버리는 셈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훨씬 쉽게 동의한다고 한다.


부족은 최선, 손실은 최악


모든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희소성 원칙에 취약하다. 수집 품목의 가치를 결정할 때 수집가들은 바로 이런 희소성 원칙을 확실히 활용한다. 수집 시장에서 희소성의 중요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귀중한 실수’라는 현상이다(인쇄가 번진 우표 등).


사람들은 뭔가를 얻는다는 생각보다는 비록 가치가 같다 해도 뭔가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하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은 멋진 데이트 상대를 얻었을 때보다는 그 상대를 잃는다고 상상했을 때 훨씬 더 강렬한 감정을 느꼈다. 성적도 마찬가지였다.


설득의 달인들은 당연히 그런 현상을 이용할 것이다. 가장 노골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한정 판매’ 전략이다. '시간제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일도 이번에 하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를 얻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할 때 조급함과 흥미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마감 시간’ 전략도 마찬가지로 희소성을 상업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자유의 침해에 대한 심리적 반발


희소성 원칙이 위력을 발휘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근거는 다른 설득의 무기와 마찬가지로 희소성 원칙이 의사결정의 지름길이 돼준다는 점이다. 즉 그 원칙을 따르면 대체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근거는, 선택의 기회가 줄어들면 우리의 자유가 축소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갖고 있는 자유를 잃어버리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의 특권을 보존하려는 욕망은 심리적 반발 이론의 중심이다.


심리적 반발 이론이란 심리학자 잭 브렘(Jack Brehm)이 통제권 상실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설명하려고 개발한 이론인데, 이 이론에 따르면 자유로운 선택이 제한되거나 위협을 받으면 자유를 유지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자유(그리고 그와 결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갈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잭 브렘 추도사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청소년에게 부모가 지나친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 발생하는 ‘부메랑 효과’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만 한 것이 없다. 사회과학자라면 양가 부모가 개입해 젊은 남녀에게 심리적 반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할 것이다.


실제로 콜로라도 주에서 140쌍의 십 대 연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부모의 반대는 처음에는 서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하며 각자의 부정적인 행동을 더 많이 지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은 서로를 더 사랑하고 결혼을 더 갈망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연구 도중에도 부모의 반대가 심해지자 사랑이 더 강렬해졌고, 부모의 반대가 약해지자 로맨틱한 감정도 시들해졌다고 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금지한 것을 더 원하고 결국 그것을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상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같은 경향을 보인다. 어떤 정보를 검열하고 금지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금지 전보다 해당 정보에 더욱 호감을 보이면서 열렬히 원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접할 때, 그 정보가 자신을 설득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받아들일 가능성은 줄어든다. 사람들은 우선 반발을 경험한다. 이 경우 반발의 강도를 줄임으로써 반발에 승리를 거두는 방법도 있다.


어떤 요구를 한 후 “하지만 여러분은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어요” 내지 “물론, 마음대로 하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더니 설득의 비율은 오히려 상당히 증가했다고 한다(‘하지만 넌 자유야’ 기법).


희소성 원칙을 위한 최적의 조건


희소성 원칙도 유난히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순간이 있다. 첫째, 기존에 풍부하던 어떤 대상이 갑자기 희소해지면 가치가 급격히 높아진다. 처음부터 수량이 한정적이던 대상보다 최근에 희소해진 대상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1985년 4월 23일, 코카콜라는 코카콜라의 전통적인 톡 쏘는 맛을 뺀 뉴코크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사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사람들은 뉴코크의 맛이 더 좋았다고 응답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애틀의 투자자인 게이 멀린스(Gay Mullins)가 ‘옛 콜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그를 포함한 이 모임의 참가자들은 민사 · 사법 · 입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예전의 코카콜라 맛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예전 레시피를 공개하라는 단체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회사를 협박했고, 결국 회사는 뉴코크 출시를 전격 철회했다.

[출처 코카콜라 홈페이지]

코카콜라와 같이 한 사람의 역사와 전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제품이 사라져 더는 구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 제품을 더욱더 원하게 마련이다. 새로운 맛이 대체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돈 주고 살 수 없는 전통적인 맛을 갈망하게 된 것이다.


제임스 데이비스(James C. Davies)는 사회·경제적 조건들이 일정 기간 꾸준히 발전하다가 짧은 기간 동안 갑자기 악화될 때 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미국에서 독립혁명이 일어났을 때 아메리카 식민지는 서구 사회에서 생활 수준이 가장 높으면서도 세금은 가장 낮은 지역이었다. 역사학자 토머스 플레밍(Thomas Flemming)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혁명을 일으킨 것은 영국이 (세금을 부과해) 이런 풍요와 번영을 훼손하려 했을 때였다.

[토마스 플레밍과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데이비스는 이 새로운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19세기 로드아일랜드 주에서 발생한 도어의 반란(Dorr’s Rebellion, 1842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헌법이 선거권을 지주 또는 그 장남으로 제한한 데 대한 불만으로 일어난 반란), 남북전쟁, 1960년대 도시 지역에서 발생한 흑인 폭동 같은 미국의 사례를 모두 조사했다.

[도어의 반란 출처 구글 이미지]

또한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이집트혁명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혁명과 반란, 내전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 거의 모든 경우에 한동안 삶의 질이 향상되다가 갑자기 악화되면서 폭력적인 반란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구 소련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는 수십 년 동안 압제에 시달린 구소련 국민들에게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라는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새로운 자유와 권리, 선택권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러운 정책 선회에 놀란 일부 관료와 군인, KGB 수뇌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고르바초프를 가택 연금하고 1991년 8월 19일 자신들의 정권 탈취 사실과 구질서로의 복귀를 발표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고르바초프가 인정한 자유와 선택권을 맛본 국민들은 예전과는 달랐다. 개방 정책의 성과를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는 시위가 순식간에 들불처럼 번지면서 겁에 질린 쿠데타 세력은 결국 시위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고르바초프에게 권력을 반환하고 용서를 빌었다.

[고르바초프와 쿠데타 반대 시위 출처 구글 이미지]

둘째, 희소한 자원에 가장 강한 매력을 느끼는 것은 그것을 높고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상황이다. 1973년에 ABC 프로그램 담당 부사장이던 배리 딜러(Barry Diller)가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한 번 방영하기 위해 33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결정했는데, 당시 3대 네트워크 방송사가 입찰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당시 CBS 방송국 사장 로버트 우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에는 모두 이성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방영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해 신중하게 매입 가격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다 입찰이 시작됐죠. ABC가 먼저 200만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제가 240만 달러로 받았고, ABC가 다시 280만 달러로 올리더군요. 분위기가 점점 가열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계속 가격을 올렸습니다. 결국 저도 320만 달러까지 불렀죠.

그러다 한순간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맙소사, 이런 식으로 낙찰을 받다니 도대체 어쩔 셈이지?’ 마침내 ABC가 나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불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안도감까지 느껴지더군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MacKenzie, 1974, p. 4).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

사람들은 희귀한 자원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우리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척한다. 때로는 이 특징을 좀 더 두드러지게 만들고 싶을 때도 있다.


취향의 문제, 다시 말해 옷, 머리 모양, 향수, 음식, 음악 등에서는 차별화를 위해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전혀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다.


2001년 6월 14일, 거의 모든 미군이 전투모를 검은 베레모로 바꾸었다. 그 이전까지 검은 베레모는 특별 훈련을 받은 정예 전투부대인 미 육군 특공대의 상징이었다.


미국 육군 참모총장 에릭 신세키(Eric Shinseki)는 이 명령을 내리며 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고 했고, 이제 군은 하나로 통합되어 ‘군 우월성의 상징’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검은 베레모를 지급받은 수없이 많은 군인 중 그의 기대와 부합된 행동을 했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이 명령은 전 · 현 특공대원 사이에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이들은 검은 베레모의 배타적 상징을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해결 방안은 직관적이었다. 그는 특공대에게 검은색을 제외한 다른 색을 선택하여 엘리트 집단으로서의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특공대는 사슴 가죽색을 선택했다. 그 색은 이제 특공대를 나타내는 베레모 색이 될 것이다(지금도 특공대는 자랑스럽게 그 색을 선택하고 있다).

[에릭 신세키의 베레모와 특공대 베레모 출처 구글 이미지]

희소성 원칙에 대응하는 자기 방어 전략


희소성 원칙의 영향력을 깨닫기는 어렵지 않지만, 실제로 대비책을 세우는 일은 만만치 않다. 희소성 원칙이 작동하면 무엇보다 우리의 이성적인 사고 능력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CBS 로버트 우드가 <포세이돈 어드벤처> 공개 입찰과 관련해서 언급했듯이 ‘광기에 사로잡히면 이성 따윈 멀리 던져버리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격렬한 감정 자체를 경고 신호로 삼아 주짓수 고수처럼 상대의 힘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면 된다. 즉 마음을 진정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우리가 희소한 대상을 사용하는 데서가 아니라 소유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대상이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더 맛있고 더 느낌이 좋고 더 운전이 잘 되고 더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대상을 소유하고 싶어서라는 답이 나오면 제품의 희소성을 기준으로 삼아 제품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을지 판단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제품을 원하는 이유가 주로 기능적인 것(먹고 마시기 위한 것이나 운전하기 위한 것 등)이라는 답이 나오면 그 제품이 희귀하든 풍부하든 기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Part 7 일관성 원칙 - 한 번의 결정이 가져온 자동화 반응


나는 어제 혹은 그 전날에 만들어 놓은 나다. - 제임스 조이스


아마존은 매년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 보관부터 주문 처리, 포장, 배송까지 담당하는 물류센터) 최고의 직원을 선정하여 그가 퇴사하는 경우 5,000달러를 지급한다. 최고의 성과를 낸 직원에게 오히려 퇴사에 대해 고민해 보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베조스는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노동자들에게 “잠깐 시간을 내어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라고 격려하려는 것이었다고 썼다. 또한 그는 연례 사업계획서에 “제발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도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겠다는 직원들의 결정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원했던 것이고, 여기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직원의 헌신도는 직원의 생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캐나다 출신의 두 심리학자가 경마장에서 마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베팅을 한 이후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말이 우승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그 말의 우승 가능성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똑같은 경마장에서 똑같은 트랙을 달리게 될 똑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베팅이 끝나자 마권을 산 사람들은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굳은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일관성의 욕구


일관성이 이토록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는 이유는 일관성이 대부분의 상황에 적합한 가치 있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일관성이 없는 성격을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으로 여긴다.


신념과 행동, 말 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은 엉뚱하거나 표리부동한 사람, 심지어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반면에 수준 높은 일관성에서는 대개 뛰어난 인격과 지성이 연상된다. 일관성은 논리와 합리성, 견실함과 정직함의 핵심이다.


기계적 일관성의 첫 번째 매력은, 자동화된 대부분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일관성 역시 복잡한 현대 생활에서 의사결정의 지름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일단 마음을 정하면 일관성을 고수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의 말처럼 “사고라는 진짜 노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사람이 못 할 일이 없다.”

[죠슈아 레이놀즈와 그의 작품 출처 구글 이미지]

기계적 일관성에는 약간 비뚤어진 두 번째 매력이 있다. 우리가 심사숙고를 피하는 이유는 힘들고 어려운 인지적 작업 때문이 아니라 심사숙고의 가혹한 결과 때문인 경우도 많다.


세상에는 차라리 몰랐으면 싶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 이런 경우 자동적 일관성을 통해 이미 프로그램된 무의식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면, 곤란한 현실을 피해 안전한 요새에 숨을 수 있다. 완고한 일관성이라는 요새 안에 숨어 이성의 포위 공격을 피하려는 것이다.


일관성의 열쇠는 '입장 정립'


작은 요구에서 시작해 결국 그와 관련한 더 큰 승낙을 얻어내는 전략을 ‘한 발 들이밀기(foot-in-the-door)’ 전략이라고 한다. 사회과학자들이 이 전략의 효과를 처음 실감한 것은 1966년 심리학자 조너선 프리드먼(Jonathan Freedman)과 스콧 프레이저(Scott Fraser)가 발표한 놀라운 연구를 통해서였다.


자원봉사자로 가장한 연구진이 캘리포니아의 주택가를 집집마다 방문해 집주인들에게 터무니없는 부탁을 했다. 각 가정 앞마당 잔디밭에 공익 간판을 세우도록 허락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공익 간판 설치 사례로 제시한 사진에서는 볼품없는 글씨체로 ‘안전 운전하세요!’라고 쓴 커다란 입간판이 아름다운 주택의 전망을 완전히 망쳐놓고 있었다.


당연히 주민 대다수가 거절할 만한(승낙한 사람은 전체 중 17퍼센트였다) 불쾌한 요청이었는데도 이상하게 단 한 집단에서만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2주 전 또 다른 ‘자원봉사자’가 각 가정을 방문해 ‘안전운전’이라고 쓰인 가로세로 3인치짜리 작은 간판을 설치해 달라고 부탁했다. 주민 대부분이 허락할 만큼 소소한 요청이었지만 그 효과는 엄청났다. 주민들은 순진하게도 2주 전 안전운전과 관련한 소소한 부탁을 승낙했기에 그보다 훨씬 큰 부탁도 기꺼이 승낙했던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먼저 주민들에게 ‘캘리포니아를 아름답게 지킵시다’라는 내용의 청원서에 서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주를 아름답게 유지하자’는 주장은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는 주제이기에 당연히 거의 모든 집주인이 서명했다.


그로부터 2주 후 다시 전혀 다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흉물스러운 입간판 설치에 동의해 달라고 요청하자 무려 절반이 동의했다고 한다.


프리드먼과 프레이저의 발견에서 보여주려는 것은 아무리 사소한 요청도 함부로 승낙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승낙이 우리의 자아 개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의 승낙은 그와 유사하지만 훨씬 규모가 큰 요구는 물론 그와 거의 관련이 없는 수많은 다양한 요구에도 승낙할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선택할 때마다 당신의 중심은 그 방향으로 움직여, 결국 그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C. S. 루이스


그러나 모든 입장 정립이 자아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입장 정립이 이런 효과를 발휘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적극적이고, 공개적이며, 수고스럽고, 자발적이어야 한다.


입장 정립의 도구로 문서 작성은 장점이 매우 크다. 첫째, 자신의 행동에 대한 물리적 증거가 된다. 둘째, 작성된 문서를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할 수 있다. 당연히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도 그 문서를 사용할 수 있다.


영리한 정치가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식으로 상대에게 ‘꼬리표’를 붙여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대표적인 인물로 전 이집트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Anwar Sadat)를 꼽을 수 있다.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에 조인 후 악수하는 사다트,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

사다트는 국제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상대국이 얼마나 협조적이고 공평한 국가인지 익히 알고 있다고 협상 상대를 치켜세웠다. 이런 식의 칭찬으로 그는 상대의 긍정적인 감정을 유도했을 뿐 아니라 협상 상대의 정체성을 자신의 목적 달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암웨이 사에는 영업사원들에게서 최고의 실적을 끌어내는 방법이 있다. 개인별 판매목표를 정하고 이를 문서로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업 시작 전에 마지막 팁을 드리겠습니다. 목표를 정해 종이에 적어두십시오. 목표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목표를 세웠다는 것이고 달려갈 곳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목표를 종이에 적어두십시오. 뭔가를 적어두면 마력이 발휘됩니다. 목표를 달성하면 또 다른 목표를 세워 다시 적어두십시오. 거기서 시작해 앞으로 달려 나가면 됩니다.


1990년대 후반에 저는 서브웨이 샌드위치 체인의 창립자 겸 CEO인 프레드 드루카Fred DeLuca에게 왜 서브웨이에서 사용하는 냅킨마다 ‘2001년까지 10,000호점 설립’이라는 문구를 예언처럼 새겨 넣는지 물어봤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짓 같았습니다.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였고, 소비자들은 CEO의 계획 따위에 아무 관심도 없었으며, 가맹점들은 오히려 목표가 달성될 경우 경쟁만 치열해질 것을 깊이 우려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자 드루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목표를 냅킨에 새겨 넣으면 세상이 다 알게 될 테고, 그러면 나는 그 목표를 꼭 달성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니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드루카는 목표 달성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목표를 초과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젊은 연구자 엘리엇 에런슨(Elliot Aronson)과 저드슨 밀스(Judson Mills)는 ‘엄청난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뭔가를 얻은 사람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같은 것을 획득한 사람보다 그것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가정을 입증하기로 했다. 이 무슨 고마운 우연의 일치인지 두 연구자가 가설을 시험할 대상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사교클럽의 입회의식이었다.


사회과학자들은 “우리는 강력한 외부 압력 없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행동에 대해서만 내적 책임을 느낀다”라고 주장한다. 큰 보상이나 강력한 위협은 그런 외부 압력 중의 하나이며, 그 경우 일시적인 복종은 가능할 수 있어도 내적 책임이나 적극적인 헌신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설득의 달인들이 내적 변화로 이어지는 ‘입장 정립’을 선호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내적 변화는 처음 변화가 일어난 상황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상황 전체에 확대 적용된다.


둘째, 변화의 영향은 지속적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봉사정신이 투철한 시민상으로 바뀌는 행동을 한 번 하게 되면 여러 다양한 상황에서 봉사정신을 발휘할 확률이 높고, 자신의 자아 이미지도 이와 상관있는 쪽으로 형성된다.


또 다른 매력은, 내적 변화에 자동 강화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설득의 달인들은 변화를 강화하려고 일부러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일관성 원칙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자동차 판매상들은 이를 위해 ‘낮은 공 던지기(throwing a lowball)’라는 전략을 이용한다. 영업사원들은 먼저 고객이 관심을 보이는 차에 대해 경쟁사보다 700달러 가까이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고객이 구매 결정을 하고 나면 고객을 더욱 깊이 끌어들이고, 막판에 견적서에서 뭔가 누락되어 계약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만든다. 수만 달러짜리 거래를 하는 고객 입장에서 700달러 정도 추가하는 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영업사원이 계속 강조하듯이 700달러를 추가해 봐야 어차피 경쟁사와 같은 가격인 데다 ‘당신이 원하는 차가 바로 이 차가 아닌가.’


'낮은 공' 전략의 바람직한 사용법


아이오와 주의 한 연구진은 ‘낮은 공’ 전략이 주민들의 에너지 절약 습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겨울이 시작될 무렵 천연가스를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가정을 직접 방문해 에너지 절약 방법을 알려주고 앞으로 연료 절약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주민들은 모두 동의했지만, 몇 달 후 겨울이 끝날 무렵 각 가정의 가스 사용요금을 검토한 결과 실질적인 절약 효과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는 다른 집단에 다른 전략을 사용했다.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면 에너지 절약 모범 가정으로 지역 신문에 명단을 발표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진은 얼마 후 처음에 주민들의 연료 절약을 유발한 이유를 철회했다. 명단 발표를 약속했던 가정마다 편지를 보내 명단 발표가 불가능해졌다고 통지한 것이다.


그러나 명단 발표가 취소됐다는 통지를 받고 나자 주민들은 이전의 에너지 낭비 습관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오히려 절약률이 더 높아져 나머지 겨울 기간 동안 무려 가스 사용량이 15.5퍼센트나 줄어들었다.


명단 발표 취소를 알리는 통지가 도착하자 에너지 절약에 적극 참여하는 모범 시민이라는 주민들의 자아 이미지에 유일한 장애물이 제거된 셈이었다. 이 온전하고 새로운 자아 이미지 덕분에 주민들은 에너지 절약에 더 열심히 매진할 수 있었다.


일관성 원칙에 대응하는 자기 방어 전략


일관성이란 보잘것없는 정신이 가지고 있는 허깨비 같은 것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했다고 알려진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이 나온 <자립 Self-Reliance>이라는 에세이를 다시 읽어보면 사실 에머슨은 “바보 같은 일관성이란 보잘것없는 정신이 가지고 있는 허깨비 같은 것이다”라고 썼다.

[출처 구글 이미지]

일관성이 일반적으로는 좋은 것이고 필수적인 것이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완고하고 어리석은 변종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우리는 자동적이고 아무 생각 없는 일관성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일관성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일관성이 어리석은 선택을 유도하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첫 번째 신호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일관성의 덫에 걸려 어떤 일을 승낙해야 할 때는 배 속이 불편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는 상대에게 어리석은 일관성을 유지하느라 불합리한 요구에 응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신호는 이와 달리 최초의 입장 정립이 잘못됐다는 확신이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럴 때는 ‘시간을 되돌려 지금의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같은 입장을 취했을까?’라고 자문해봐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간적인 느낌이 정답이라 할 수 있다.


입장 정립과 일관성 전략은 특히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50세 이상의 연령층에 가장 효과가 높다고 한다. 개인주의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할 때 주변 사람들보다는 자신의 경력과 의견, 선택 등을 주로 참고한다. 이런 성향 때문에 자신이 예전에 한 말이나 행동을 수단으로 삼는 설득 전략에 특히 취약하다고 한다.


Part 8 연대감 원칙 - '우리'는 공유된 '나'이다


평화가 없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속해있다는 사실을 잊어서일 것입니다. - 마더 테레사


'우리'라는 관계


모든 사람은 끊임없이 '우리'라고 불러도 좋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구분한다. '우리'라는 집단 안에서는 설득과 관련된 모든 과정이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우리'라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집단 내부에서 합의.  신뢰, 도움, 호감, 협조, 정서적 지지, 용서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으며, 더 창조적이고 도덕적이며 인도주의적이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설득의 달인들은 대부분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단단한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우리'라는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연대감이라는 설득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같은 집단에 속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예스'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집단 연구 결과 세 가지 일반적인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 집단의 성원들은 다른 성원보다 동료 성원들의 결과와 행복을 선호한다. '우리 집단 성원들은 동료들의 선호와 행동을 자신의 길잡이로 삼으며, 이러한 태도가 집단 결속력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내집단에 대한 선호는 '우리' 집단은 물론이고 결국 자기 자신에게 진화적으로 도움이 된다.


연대감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


이러한 ‘우리’ 의식을 잘 활용하여 영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지만(아랍계 미국인을 활용한 판매왕 알리 레다의 예), 버나드 메이도프와 같이 유대인들의 유대감을 악용해서 엄청난 폰지 사기를 저지른 예도 있다.


폰지 사기라는 말 자체도 찰스 폰지(Charles Ponzi)라는 이탈리아 이민자가 1919년에서 1920년 사이에 이탈리아 이민자들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빼앗은 사기행각을 벌인 것에서 나온 말이다

[버나드 메이도프와 찰스 폰지 출처 구글 이미지]

연대감은 진실보다 강력하다


최근에는 ‘파란’ 거짓말이 생겼다고 한다. 이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과 검은 거짓말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즉, 누군가를 보호하는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려는 의도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 상대가 ‘우리’ 집단에 포함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우리’ 집단에 도움이 되는 거짓은 집단에 해가 되는 진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당 정치에서도 같은 이론이 적용된다. 정당 지지자들은 이데올로기보다는 ‘우리’라는 감정(같은 정당을 지지하고 정치적으로 생각이 같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충성도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린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있다.


팀의 승리가 곧 나의 승리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팬들에서 이런 집단의식이 작용할 뿐만 아니라 심판의 경우에도 같은 나라의 팀은 10퍼센트 정도 유리한 판정을 받는다고 한다. 또한 메이저리그나 프로 농구에서도 심판은 인종에 따라 판정이 달라진다고 한다. 저명한 작가 아시모프(Isaac Asimov)는 스포츠 경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모든 조건이 같다면,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우리가 응원하는 팀은 곧 우리의 대변자와 같다. 따라서 우리 팀이 이기는 것은 곧 우리가 이기는 것이다.”
[아시모프와 저서 ‘파운데이션’ 출처 구글 이미지]

연대감과 인간관계


실험 결과에 따르면,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도 그들 사이에 계속 불거졌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상대를 강압적으로 위협하거나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방식보다, 두 사람이 커플로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우리는 오랫동안 같은 시간을 보냈고, 서로를 사랑하고 있어 등) 상대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렇게 연대감을 이용한 설득은, 불합리한 추론을 바탕으로 하고, 전혀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는 단지 동반자 관계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것이 전부이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결정하게 만드는 것은 그 상황에서 가장 강력하거나 교훈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결정해야 할 순간에 의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그 어떤 것이다.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라는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정이다. 신체적 능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구가 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친구에는 동료 노동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가까운 친구 관계일수록 친구의 행동이 나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절친한 사이에서 더 강하게 연대감을 느낀다.


행동과학자들은 연대감이 인간 반응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연대감을 느끼게 해 주는 두 가지 요소를 발견했다. 하나는 같은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행동을 함께하는 것이다.


같은 집단에 속해 있다는 느낌


친족


진화생물학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생존보다는 같은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생각한다. 이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아’가 자기 신체의 외부, 즉 자신과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 안에 존재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생존과 관련된 결정에서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을 기꺼이 도와주려 한다.


우리와 유전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우리’라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집단은 ‘형제’, ‘자매애’, ‘유산’ 등과 같은 가족적 이미지와 단어를 사용하여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려는 의지를 증가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워런 버핏의 사례를 보면, 그는 2015년 2월 주주총회의 <50주년 기념 편지>에서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이후의 버크셔의 향후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주주들에게 “저는 오늘 가족들이 버크셔의 미래를 물었다면 아마도 대답했을 그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해드리려고 합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주주들이 그를 더 신뢰하게 만들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출처 구글 이미지]

신체적인 유사성 외에도 사람들은 태도의 유사성을 토대로 유전적 연관성을 평가하고, 내집단을 형성하며, 누구를 도울지에 대한 기준을 만든다. 한 사람의 태도 중 종교적, 정치적 태도가 내집단 정체성을 결정하는 게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친족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로 보인다.


장소


어떤 사람과 같은 장소 출신이라는 사실이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이러한 영향은 가정에서부터 지역이나 지방색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가정


홀로코스트의 시기에 박해받는 유대인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유명한 두 사람은 스웨덴의 라울 발렌베리(Raoul Wallenberg)와 독일 기업가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이다. 그런데 그들에 비해 덜 주목받은 사람은 1940년에 리투아니아 일본 총영사로 근무하던 스기하라 치우네이다.

[발렌베리와 쉰들러 리스트 출처 구글 이미지]
[스기하라 치우네와 그가 발급한 비자,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출처 구글 이미지]

당시 그는 히틀러와 관계를 의식해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본국의 명령을 무시하고 유대인들이 상하이까지 탈출할 수 있도록 서류를 만들어주었고 그로 인해 수천 명의 폴란드계 유대인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45년 후 한 인터뷰에서 “유대인의 국적이나 종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으며, 인간 가족의 일원이라는 사실만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스기하라나 마더 테레사가 보여 준 인도주의는 그들의 어릴 적 부모들이 다양한 사람들을 가정 안에서 돌보는 것을 보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개념으로 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역


인간은 유전적으로 연관된 연관된 개인들로 이루어진, 작지만 안정적인 집단 속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집 밖에서도 우리와 가까이 사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따르는 경향을 갖게 되었다.


홀로코스트에서 유대인들을 구해준 사람들 이야기 중에는, 친척이나 동네 사람들의 부탁을 받고 희생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우가 많았다. 프랑스인 앙드레 트로크메(André Trocmé) 역시 나치 점령기 동안 자신의 집 밖에 있던 한 유대인을 숨겨준 다음 소도시 르 샹봉의 다른 주민이나 그들의 친척들을 설득하여 수천 명의 유대인을 먹여주고, 숨겨주고, 몰라 도망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앙드레 트로크메와 그 이야기를 다룬 책 출처 구글 이미지]

지방색


같은 지방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우리’라는 감정과 더불어 놀라운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아마존 제품 구매자들은 같은 주에 사는 리뷰어들의 추천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남북전쟁 당시 같은 지방 출신 보병은 서로를 버리지 않았으며, ‘좀 더 결속된’ 부대에서 전우들에게 충성을 다하였다고 한다.


1942년 초 히틀러는 전 세계적으로 유대인들을 절멸하겠다는 계획을 베를린 반제회의(Wannsee Conference)에서 발표하고, 게슈타포 대령 요제프 마이징거를 도쿄로 보내 그곳에 거주하는 유대인 난민들에게 잔혹 정책을 펴라고 압박을 가하였다.


당시 히틀러와의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 군사정부는 유대인 난민 공동체에 두 명의 대표를 뽑아 회의에 참석하라고 했는데 당시 참석한 랍비 시몬 칼리시(Shimon Kalisch)는 위원회에서 ‘왜 나치가 당신들을 그렇게 혐오할까요?“라는 질문에 ”왜냐하면 우리는 당신들과 같은 아시아인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함으로써 그들의 심금을 울려 일본을 같은 편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랍비 시몬 칼리시 출처 구글 이미지]

함께 행동한다는 것


모든 인간 사회는 노래, 행진, 의식, 구호, 기도, 춤 등을 통해 동일하거나 조화로운 방식으로 반응하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같은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은 더 단단하게 결속되기 때문이다. 부족 사회에서 전쟁을 앞둔 전사들이 리듬에 맞춰 춤추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다 같이 똑같은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은 서로가 비슷하다고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서로를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비슷하다(likeness)’는 느낌이 고조되며 ’호감(liking)‘ 또한 고조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집단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도록 성원들을 설득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없을까? 음악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니얼 카너먼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시스템1과 시스템2로 구분했는데, 전자는 빠르고, 연상적이며, 직관적이고, 대체로 감정적인 반면, 후자는 느리고, 신중하며, 분석적이고, 합리적이다. 둘 중 하나가 활성화되면 다른 하나는 억제된다고 한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사람은 상대방을 잘 파악하여 시스템1과 시스템2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음악의 영향력은 시스템1에 속한다. 예를 들어 문자라는 인지 과정을 통해 음악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토로했던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는 “음악이 뭔지 글로 쓰라는 것은 건축을 춤으로 표현하라는 것과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음악에 감각적이고 본능적으로 반응하면서, 리듬에 맞춰 노래 부르고, 즉석에서 춤추고 흔들어댄다. 다른 사람이 있다면 함께 그런 행동을 한다. 음악이 의식을 지배하고 있을 때는 음악을 분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설득을 하려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시스템1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시스템2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음악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마케팅 전문가 스콧 암스트롱은 1,513편의 TV 광고를 분석한 뒤, 음악은 (과자나 탈취제와 같이) 익숙하고 감정에 기반을 둔 제품을 (생각할 가능성이 낮은) 감정적 맥락에서 광고하는 데만 사용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제품 구매에 앞서 냉정하게 사고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제품의 광고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함께 고통 겪기


1940년 여름 뒤셀도르프 지역에서 게슈타포는 친위대장 하인리히 히믈러로부터 ‘나치 고위 공직자의 명령이니’ 판사 에른스트 헤스(Ernst Hess)라는 유대인을 처형하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도 괴롭히지 말라’는 편지를 받았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1차 세계대전 중 헤스와 나치 고위 공직자(아돌프 히틀러로 보여진다)는 끝없이 이어지던 무시무시한 141일간의 솜(Somme) 전투 속에서 24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같은 전쟁터를 누비며 함께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한다.

[에른스트 헤스와 히틀러 출처 구글 이미지]

공동창작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만들고 기른 것에 특별한 애착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물건을 조립하고 난 다음, “자신의 아마추어적인 창작품이 전문가들의 작품에 필적한다고 느낀다.” 이를 가리켜 학자들은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고 부른다.


직원들과 함께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데 더 많이 참여했다고 느끼는 관리자일수록 그렇지 않다고 믿는 관리자들보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의 광고를 50퍼센트 더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심지어 광고 품질도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끼는 바가 컸다고 한다. 그리고 직원들도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충고 요청이야말로 좋은 충고이다


우리는 충고를 받겠다고 우리에게 온 사람들의 지혜에 찬탄해 마지않는다. - 벤저민 프랭클린


기업의 마케팅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을 때, 소비자들의 인풋은 충고 형태로 구조화되어야 한다. 단순한 의견이나 기대의 형태일 경우에는 단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반면, 충고 제공은 어떤 사람의 생각을 통합적인 상태로 만들어 자신의 정체성을 다른 정체성과 연결하게 만든다.


친구, 동료, 고객관 직접 대면해서 상호작용을 하며 충고를 하는 것은 매우 지혜로운 방법이다. 심지어 윗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도 효과적일 수 있다. 소설가 솔 벨로(Saul Bellow)는 “우리가 충고를 요청할 때, 보통은 공범을 찾는 것이다”라고 이 관계를 표현했다.


더 큰 화합을 위한 연대감


민족 정체성, 공통의 적, 공통 감정 경험, 역지사지와 같은 관계들 역시 외집단 성원과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이 관계에서 연대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관계에 반복적으로 초점을 맞추며 집중하게 된다면(주의 집중, attentional focus), 그 관계의 중요성이 크게 느껴지면서 관계가 더 지속적으로 될 수 있다(대니얼 커너먼은 이를 ‘초점의 오류(focusing illusion)’이라고 불렀다).


그것을 생각할 때, 다시 말해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는 삶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여러 연구에 따르면 초점의 대상이 바람직한 특성일 때, 그 특성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따라서 더 바람직하게 여겨진다.


연대감 원칙에 대응하는 자기 방어 전략


S&P 500에 포함된 제조업체 등의 ‘행동 수칙’을 분석한 결과, ‘우리’라고 지칭하는 행동 수칙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회원’ 혹은 ‘피고용인’이라는 용어로 직원을 칭하는 행동 수칙을 가진 기업들에 비해 직원들이 재직 중 불법행위에 연루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컸다.


‘우리’에 기반을 둔 언어는 참가자에게 조직은 윤리 정책을 위반하는 사람을 잡기 위해 열심히 감시하지 않는다고 믿도록 만들었다. 또한 참가자들은 윤리 정책을 위반하다 잡히더라도 회사가 관용적인 태도로 용서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에 기반을 둔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악의적인 구성원들이 기업, 노조, 종교 단체와 같이 다양한 집단에서 저지르는 자기 거래(self-dealing)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그런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우리‘라는 조직이 기꺼이 자신들조차 보호해 주리라 생각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둘째 그런 관용을 ’우리‘ 집단에서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언하고, 셋째 실제로 해고 조치로 대응하는 불관용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Part 9 순식간에 설득하라 - 자동화 시대를 위한 원시적인 동의


원시적 자동판단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판단할 때 입수 가능한 모든 관련 정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전체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정보만 이용한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들은 올바른 판단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지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실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더구나 영리한 설득의 달인들이 우리의 그런 실수를 이용하려 들면, 우리는 더 곤란하고 위험한 상황에 빠지고 말 것이다.


다양한 관련 사실들을 검토한 뒤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능력은 매우 독보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또한 효율성을 위해서 때로는 오랜 시간 모든 정보를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포기하고, 하나의 특징에 근거해 자동적이고 원시적으로 반응할 때가 있다.


설득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상호성, 호감, 사회적 증거, 권위, 희소성, 일관성, 연대감이라는 요소들을 그토록 자주 그리고 자동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를 바른 결정으로 인도해 주고 매우 믿을 만한 단서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상황을 철저히 분석할 상황이 안 되는 경우에도 되도록 최소한의 정보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최선의 단편 정보(single-piece-of-good-evidence)'에 의존한다.


결국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도록 해준 정교한 정신 능력 덕분에 우리는 너무 복잡하고 빠르고 정보가 넘치는 환경을 만들어냈고, 그 때문에 우리가 오래전에 뛰어넘은 하등동물들의 의사결정 방식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됐다.


현대적 자동판단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정치사상가이며 과학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1873년에 사망했다. 밀의 죽음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했던 마지막 천재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출처 구글 이미지]

과학 분야만 급속히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도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중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도 종류는 점점 더 다양해지는 반면 지속 기간은 더 짧아지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은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이 여행한다.


이렇게 수많은 정보와 다양한 선택권을 누리게 된 것은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특히 이런 발전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정보를 수집, 저장, 검색, 전달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현대 사회는 '정보 시대'라 불려도 '지식 시대'로 불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정보는 바로 지식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정보를 처리하고, 평가하고, 흡수하고, 이해하고, 통합하고, 보유해야 지식이 되는 것이다.


의사결정의 지름길이여, 영원하라


현대 사회에서의 정보와 지식의 폭발로 인해 우리는 점점 더 또 다른 종류의 의사결정 방식, 즉 신뢰할 만한 하나의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수락(동의. 신뢰, 구매 등)의 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의 지름길 방식'에 의존하게 된다.


누군가를 설득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해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유발 요인들이 바로 상호성의 기회, 우리와 비숫한 사람들의 복종 행동, 호감이나 연대감, 권위 있는 명령, 희소성 정보 등이다.


우리 사회는 인지적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어 지름길을 이용한 의사결정의 비율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부탁이나 설득을 할 때도 설득의 유발 요인을 한두 가지 정도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이 성공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설득의 달인들이 이런 유발 요인들을 사용한다고 반드시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발 요인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것이 아니라 억지로 꾸민 것이라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의사결정의 지름길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해서는 그런 식으로 유발 요인을 조작하는 행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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