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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강성 Apr 30. 2024

설득의 심리학 I (1)

주식과 투자 이야기 (3)

《설득의 심리학 1》은 심리학자, 작가이자 미국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의 심리 마케팅학과 교수로 있는, 로버트 베노 치알디니(Robert Beno Cialdini, 1945년~ )가 쓴 대중 심리학계의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은 26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각 나라에서 출판되었으며,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경영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치알디니와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4권 출처 구글 이미지]

이 책은 최근에 읽은 '찰리 멍거 바이블'에서 적극 추천하고 있고, 다른 주식이나 투자 관련 책들에서도 대중의 투자 심리를 분석하면서 많이 언급하고 있어 읽게 되었다.


총 4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워낙 1부가 유명하고 다른 책에서 인용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에 1부에 들어 있는데다가, 2부부터는 약간 응용 내지 각론의 느낌이어서 이번에는 1부만 정리해보기로 했다.


Part 1 설득의 무기


누르면 작동한다


자연 상태에서의 동물들의 행동 방식을 연구하는 동물행동학자들은 수많은 동물 종들 사이에서 기계적이고 규칙적인 행동 패턴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례) 어미 칠면조가 새끼 칠면조가 내는 '칩칩' 소리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천적인 박제 족제비의 배에 같은 소리를 내는 녹음기를 넣어 그 소리를 내게 하면 족제비를 새끼 칠면조처럼 보호한다고 한다.


‘고정행동 패턴(fixed-action patterns)’이라 불리는 이런 기계적 행동들은 ‘누르면, 작동하는’ 인간의 자동화된 반응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인간과 동물의 이와 같은 자동행동 패턴들은 주어진 상황과 관련이 있는 단 하나의 요인에 따라 촉발되는 경향이 있다.


‘유발 요인(trigger feature)’이라고도 하는 이 하나의 요인은 주어진 모든 정보를 철저하게 심사숙고하지 않고도 올바른 행동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가치 있는 역할을 한다.


널리 알려진 인간 행동 원칙 중 한 가지는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 이유를 밝히면 더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이유가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단지 '왜냐하면'이 중요하고 그 이후 실제적인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예: 앨런 랭어의 복사기 실험).

[앨런 랭어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랭어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은 인간 행동 대부분에서 그런 자동반응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점원의 실수로 원래 가격의 두 배로 판다는 가격표가 붙자마자 터키석 장신구에 우르르 몰려든 상점 고객들의 기이한 행태를 생각해 보자. 고객들은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원칙, 즉 고정관념을 구매 지침으로 삼았던 것이다.


의사결정의 지름길


스스로 의식하지는 못했겠지만, 오직 터키석 장신구의 가격에만 반응한 여행객들은 사실상 '가격'이라는 의사 결정의 지름길을 선택한 셈이다.


이런 ‘지름길 반응’의 장점은 효율성과 경제성이다. 대체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발 요인에 자동적으로 반응함으로써 생존에 필수적인 시간과 에너지, 사고 능력 등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 정신 능력 향상을 위한 에너지 음료를 제공하며 소매가격인 1.89달러를 받았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대량구매로 단가를 낮추었다며 훨씬 적은 금액인 0.89달러를 받았다. 그리곤 두 그룹에게 30분의 시간을 주고 얼마나 많은 퍼즐을 풀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비싼 음료가 더 효과가 더 좋으리라고 ‘기대’했고, 놀랍게도 그 기대는 실현되었다. 연구자들은 비싼 것은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으로 그 결과를 설명했다.
사례) 실험 참가자들에게 진통제를 준 다음 약간의 전기 충격을 주었다. 실험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진통제 한 알에 10센트라고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2달러 50센트라고 했다. 사실 두 집단은 똑같은 진통제를 받았지만, 비싼 진통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기 충격으로 인한 고통을 덜 느꼈다고 보고했다.


단점이라면 어리석고 치명적인 실수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접근 가능한 정보 중 오직 하나의 정보(아무리 예측 능력이 뛰어난 정보라도)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더욱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유발 요인을 조작해서) 부적절한 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려는 교활한 상대라도 만난다면 상황은 더욱 위험해진다.


심리학자들은 한 연구에서 우리가 일상적인 판단을 내릴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의사 결정의 지름길을 밝혀냈다. 휴리스틱스(heuristics, 모든 경우를 고려하는 대신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발견한 편리한 기준에 따라 일부만 고려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라는 이 지름길은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원칙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믿고 따르게 하는 휴리스틱스이다. 예를 들어 ‘전문가의 말은 진실’이라는 지름길 원칙을 생각해 보자. 우리 사회는 특정 분야의 권위자로 여기는 사람의 발언과 지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어리석은 경향이 있다.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람들


인간 사회에도 유발 요인을 모방해 인간 특유의 자동화된 반응을 이끌어냄으로써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당연히 존재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그런 원칙에 익숙해져 그 위력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런 각각의 원칙들을 쉽게 파악하여 손쉽게 자동화된 반응을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사회적 증거 원칙(princeple of social proof)을 살펴보자. 사회적 증거 원칙이란 주변 사람들의 믿음이나 행동을 보고 자신도 그대로 믿고 행동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온라인의 상품평이나 별점을 참고하여 제품을 구매할 때 우리는 바로 이 원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품평을 볼 때는 먼저 모방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요구를 따르는 승낙 과정은 사람들의 자동적인 ‘지름길 반응’의 관점에서 볼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현대인들 대부분은 일련의 승낙 유발 요인, 즉 언제 상대방의 요구에 응해야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될지 알려주는 특별한 정보들을 갖고 있다. 이런 승낙 유발 요인들은 특정 요구에 사람들을 따르게 만드는 (설득의)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주짓수의 기술


‘주짓수柔術’라는 일본 무술은 적수를 상대할 때 자신의 힘은 되도록 적게 사용하고 대신 중력이나 지렛대 효과, 가속도, 관성 등 자연법칙에 내재된 힘을 이용한다.

[주짓수 출처 구글 이미지]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무기들을 사용해 목표물을 공략할 뿐 자기 힘은 거의 들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누리는 또 하나의 엄청난 부가 이득이 존재하는데, 바로 상대를 조종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실제로는 상대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심지어 설득당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 스스로도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의 계획에 따라 자신이 설득당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힘에 따라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두 물건을 실제보다 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인지적 대조 원리(cognitive contrast principle)는 설득의 달인들이 즐겨 이용하는 무기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중개업자는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에게 형편없는 매물을 먼저 한두 개 보여주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근사한 집을 보여준다. 그러면 그 집은 다른 집을 먼저 보여주었을 때보다 더 멋지게 보인다.


의류 매장에서는 가장 비싼 제품부터 권하라고 직원들에게 가르친다. 비싼 값을 치르고 고급 양복을 구입한 후라면 아무리 비싼 스웨터를 내놓아도 양복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진다.


이 전략 무기는 여러 번 사용해도 사람들이 잘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다.


Part 2 상호성 원칙 -받은 대로 갚아야 한다


상호 의무감


몇 년 전 한 대학 교수가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무작위로 선택한 다음 그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발송한 실험을 했는데, 교수를 만나본 적이 없음은 물론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답장이 쏟아졌다. 그저 그들은 카드를 받으면 무조건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자동화된 반응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이 원칙은 국가의 행위로까지 확장된다. 1215년에 제정된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는 전쟁 시 적국의 상인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 원칙을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곳에서 안전하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 땅에서 안전해야 한다.” 상호성 원칙에 따라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받은 호의, 선물, 초대, 선의의 행동 등을 미래에 갚아야만 한다.

[마그나 카르타에 서명하는 존왕 출처 구글 이미지]

이런 부채의식이 얼마나 보편적인지 ‘당신에게 갚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much obliged)’라는 말이 ‘감사합니다(thank you)’와 동의어로 쓰일 정도이며, 이런 현상은 영어뿐 아니라 다른 언어권도 마찬가지다. 고맙다는 뜻을 지닌 일본어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은 미래에 자신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미를 함축하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 갚지 못할 것입니다’라는 뜻이다.


사회학자 및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상호성 원칙에는 인류 문화의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규범이 담겨 있다. 무엇이든 받은 대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뭔가 받은 사람은 상호성 원칙에 따라 갚을 의무가 생기므로 사람들은 자기만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제공할 수 있다.


상호성 원칙에 내재된 미래지향적 의무감 덕분에 사회에 유익한 온갖 종류의 지속적 인간관계, 상호작용, 교환 등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그러한 의무감의 지속 기간에는 한계가 있다.


[상호 의무감이 강력하게 오래 지속된 사례]

- 1985년에 에티오피아 적십자 회원들이 멕시코 지진 피해자들에게 50년 전 도움을 갚기 위해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5,000달러를 보낸 사례

- 2015년에 당시 94세인 영국의 저명한 출판인인 아서 조지 웨이덴펠드(Arthur George Weidenfeld) 경이 ISIS가 장악한 중동지역에서 유독 기독교 가정들만 구한 일이 있었는데, 이는 자신이 1938년 기독교 단체의 '유대인 아이들 구하기 운동(Kindertransport)'으로 구출되어 영국으로 건너간 빚을 갚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 사례
[웨이덴펠드 경 출처 구글 이미지]

상호성의 작동 방식


분명한 사실은 인간 사회는 상호성 원칙을 통해 상당한 경쟁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고, 그 결과 사회 구성원들은 어린 시절부터 상호성 원칙을 준수하도록 훈련받으며, 규칙을 어기면 사회적으로 심각한 제재와 비난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배은망덕한 인간, 무임승차자 등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부채의식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에게 걸려들 때도 있다.


상호성의 압도적인 위력


상호성 원칙이 다른 사람의 승낙을 얻어내는 효과적인 도구로 이용되는 이유는 그것이 지닌 압도적인 위력 때문이다. 그 힘이 매우 강력해서 어떤 부탁의 승낙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반감이나 의심 등)까지 압도해 버린다.


상호성 원칙은 누군가의 부탁에 대해 승낙 여부를 결정할 때 자주 영향을 미친다. 설득의 달인들이 선호하는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는 먼저 호의를 제공하고 보답을 요구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호의를 베풀 때 '괘념치 마세요' '대단한 일도 아닌걸요'라는 말 대신에 "입장이 바뀌었다면 당신도 제게 똑같이 해주었을 거예요"와 같은 말로 보답에 대한 의무감을 남겨 놓으라고 조언한다.


정치가의 착각 또는 은폐


정치판 역시 상호성 원칙이 위력을 발휘하는 영역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정치가가 상호성 원칙을 사용한다.


사례: 집권 초기 린든 존슨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안들이 전혀 무리 없이 의회에서 통과된 일

그 이유가 린든 존손의 정치적 역량이 아니라 오랜 세월 상하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동료 위원들에게 베푼 수많은 호의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카터, 클린턴, 오바마, 트럼프 등은 워싱턴의 외부 인사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며 거리를 두었기 때문에 의회와 법안 통과에서 문제를 겪었다고 한다.  
[린든 존슨 대통령과 방한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치알디니는, 한 로비 단체 대표가 "정부 공무원들은 자기 분야에서 가장 똑똑하며 성숙되고 세련된 사람들이고, 대부분 훈련을 통해 분별력과 비판력, 조심성을 겸비하고 있어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비웃으며, 그런 유형의 사람들(과학자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이 오히려 상호성의 원칙에 누구 못지않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사례: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의 니키타 흐루쇼프(Nikita Khurushchev)와의 협상

사실은 케네디의 '승리'는 그의 단호한 태도가 아닌 흐루쇼프가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하는 대가로 미국 또한 터키와 이탈리아에서 주피터 미사일을 철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케네디, 쿠바의 카스트로와 흐루쇼프 출처 구글 이미지]
사례: 사회심리학자 리 로스의 사촌형제들의 전략

캐나다에서 대규모 애완용품 할인기업을 소유하면서 각 도시와 창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을 하면서, 동생은 '각 도시의 정확한 적정 창고 가격이 얼마인지 파악하고 절대 거기서 물러나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항상 협상은 형이 한다는 이야기


공짜 샘플은 없다


상호성 원칙은 판촉 분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암웨이가 벅(BUG)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공짜 샘플을 제공해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유명하다.


또한 1978년 11월 가이아나에서 발생한 존스타운 집단자살 사건에서 살아남은 여성이, 자신이 병석에 누워있을 때 교주인 짐 존스가 제공한 특별한 음식을 '거부'했기 때문에 나중에 존스의 명령을 거절하고 탈출할 수 있었던 사례를 들고 있다.

[짐 존스와 존스타운 집단자살과 생존자 출처 구글 이미지]

고객 맞춤화를 통한 개인화


상호성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하는 것은, 받는 사람의 필요나 선호에 딱 맞는 선물을 하는 것이다. 패스트푸드 매장에 오는 고객에게 열쇠고리보다는 요구르트를 제공한 경우 효과가 더 좋았다고 한다.


아울러, 세계적인 호텔 체인에서 마침 어린이용 테니스 라켓이 떨어져 인근 스포츠점에서 직접 구매해서 제공한 것에 감동을 받은 고객이 추가 숙박을 하기로 했다는 사례를 이야기하며, 실수가 없는 것보다는 고객에게 맞추어 실수를 잘 만회하려는 모습이 고객에게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원치 않는 호의도 갚아야 한다


상호성 원칙은 자신이 원치 않는 호의에도 적용되기에 신세 지고 싶은 대상을 선택할 수 없으며, 결국 선택권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간다.


상호성 원칙은 불공평한 교환을 일으킨다


상호성 원칙에는 부당이득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어떻게 처음 받은 작은 호의 하나가 훨씬 더 큰 보답으로 이어진 것일까?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부채의식이 상당히 불쾌한 감정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빚진 느낌을 싫어한다.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에 빨리 갚아버리고 싶어 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다른 사람의 호의를 받기만 하고 보답은 하지 않는 등 상호성 원칙을 어기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배척당한다.


내적인 불쾌감과 외적인 수치심이 결합하면 상당한 심리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 심리적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상호성 원칙에 따라 종종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내주는 사람들의 행동도 그다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보답할 수 없는 처지일 때는 꼭 필요한 부탁조차 하지 않으려는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 차라리 물질적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 심리적 비용을 치르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상호성 원칙은 대부분의 인간관계에 적용되지만, 가족이나 오랜 친구 같은 장기적인 관계에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상호성은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런 ‘공유적’ 관계에서는 상대에게 뭔가 필요할 때 자발적으로 그것을 제공하려는 형태의 상호성만 나타난다. 이런 유형의 관계에서는 상호성 원칙을 적용한다 해도 누가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내놓았는지 계산할 필요가 없으며, 양쪽 모두 일반적인 규칙을 준수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상호 양보


'거절 후 양보' 전략


어느 날 거리를 걷고 있는데 열한 살이나 열두 살 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다가왔다. 아이는 자기소개를 하더니 다가오는 토요일에 열릴 예정인 연례 보이스카우트 서커스 행사의 입장권을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5달러짜리 티켓을 사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토요일 저녁을 보이스카우트 꼬마들과 함께 보낸다는 것이 생각만 해도 끔찍해 나는 바로 거절했다. 그러자 꼬마가 물었다. “티켓을 사주실 수 없다면 초콜릿 바 몇 개만 사주시겠어요? 하나에 1달러밖에 안 해요.” 그렇게 초콜릿 바를 두 개 사주고 나니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상호성 원칙의 기본 원리를 살짝 변형한 또 다른 방법으로도 상대의 승낙을 유도할 수 있다. 호의를 베풀어 상대의 보답을 유도하는 대신 먼저 양보를 함으로써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는 방법이다.


‘거절 후 양보’ 전략 또는 ‘문전박대’ 전략이라고도 하는 이 설득 기술은 상대가 양보를 하면 나도 양보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용한다. 처음엔 거절당할 것이 뻔한 무리한 요구를 하고 나서 한발 물러나 작은 요구(원래 바라던 것)를 하면 마치 양보처럼 보여 상대의 승낙을 받아낼 확률이 높아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거절 후 양보’ 전략을 사용하면 승낙을 받아낼 확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상대가 합의사항을 실천할 확률, 미래에도 이와 유사한 요구를 승낙할 확률까지 높인다고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미스터리


워터게이트 사건이란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획책하던 비밀공작반이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인 워터게이트 건물에 불법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사임하는 닉슨 출처 구글 이미지]

당시 불법침입 결정에 관여했던 사람 중 하나인 제프 스튜어트 매그루더(Jep Stuart Magruder)는 워터게이트 침입 작전이 발각됐다는 보고를 듣고 당연한 일이지만 몹시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우리가 그토록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을까?” 정말이지 어떻게 그랬을까


두 달 전 리디미첼, 매그루더, 존 딘(John Dean)과의 회의석상에서 처음 제안한 내용은 (워터게이트 불법침입과 도청 외에도) 특수 통신장치를 탑재한 ‘추격기’, 납치, 습격, 민주당 정치가들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고급 콜걸’을 태운 호화 요트 등을 포함한 100만 달러짜리 계획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리디가 다시 제안한 두 번째 계획은 첫 번째 계획에서 몇 가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비용도 50만 달러로 축소됐다.

리디는 두 계획이 모두 거절되자 이번에는 제법 ‘저렴한’ 25만 달러짜리 계획을 제시했다. 황당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앞의 두 계획에 비하면 한결 그럴듯해 보이는 마지막 계획은 그렇게 통과됐다고 한다.

[출처 중앙일보]

'거절 후 양보' 전략의 효과와 부작용


'거절 후 양보' 전략의 성공에는 상호성 원칙 외에도 인지적 대조 원칙 그리고 구조적인 특징도 있다. 처음에 20달러를 부탁해도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 상대가 허락한다면 처음 기대했던 10달러의 두 배를 빌릴 수 있고, 상대가 거절한다 해도 한발 물러나 원래 원했던 10달러를 부탁하면 된다. 어떤 경우라도 이익이다.


‘거절 후 양보’ 전략이 이토록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이 부탁을 수락한 희생자들이 분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거절 후 양보’ 전략의 희생자들에게서 이런 부정적 반응이 증가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헌혈 장기 약정


캐나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거절 후 양보’ 전략을 사용하면 피험자가 부탁(지역 정신병원에서 하루에 2시간 무료 봉사)을 승낙하는지뿐 아니라 약속대로 정말 봉사하러 현장에 나타나는지도 조사했다.

예상대로 무리한 부탁(지역 정신병원에서 일주일에 2시간씩 최소 2년 동안 무료 봉사)을 먼저 제시한 다음 한발 양보해 비교적 쉬운 부탁을 제시한 경우(76퍼센트)가 처음부터 쉬운 부탁만 제시한 경우(29퍼센트)보다 구두 승낙 확률이 더 높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과연 자원봉사를 약속한 희생자들이 약속에 따라 실제로 봉사 현장에 나타날까에 더 관심이 많았다. 실험 결과 약속의 실천에서도 ‘거절 후 양보’ 전략을 사용한 경우가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85퍼센트 대 50퍼센트).


게다가 ‘거절 후 양보’ 전략을 사용해 헌혈 승낙을 받아낸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84퍼센트)이 재헌혈에 동의한 반면, 단번에 승낙을 받아낸 학생들은 절반도 안 되는 수(43퍼센트)만 재헌혈에 동의했다. 추가 부탁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거절 후 양보’ 전략이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기분 좋은 부작용


양보 행동에는 두 가지 긍정적인 부작용이 따르는데, 합의 사항에 대한 ‘책임감’과 높은 ‘만족도’다. 희생자들이 약속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추가 부탁까지 수락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기분 좋은 부작용 때문이다.


협상 상대가 ‘거절 후 양보’ 전략을 사용했을 때 피험자들의 승낙 확률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피험자들은 합의사항 이행에 대해서도 더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피험자들은 협상 상대가 ‘거절 후 양보’ 전략을 사용했을 때 가장 많은 돈을 내줬으면서도 합의사항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상대의 양보를 통해 합의에 도달했다는 사실 자체를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상호성 원칙에 대응하는 자기 방어 전략


적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만 있다면, 설득의 전장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다. 진짜 적은 바로 상호성 원칙 자체다. 상호성 원칙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그 위력을 차근차근 약화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상호성 원칙의 위력을 이용해 승낙을 얻어내려는 사람을 상대하는 최선의 방어 전략은, 상대의 제안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일단 누군가 호의를 베풀면 우선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언젠가 보답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만약 상대의 호의가 더 큰 호의를 노리고 특별히 계획한 수단이자 술책이며 계략으로 밝혀진다면, 이런 상대는 우리를 이용하려는 사람이므로, 이 경우에는 우리도 정확히 동일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일단 그런 식으로 재정의하고 나면 상대에게 호의나 양보로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상호성 원칙에 따르면 남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자신도 이용당하는 것이 공평하기 때문이다.


Part 3 호감 원칙 - 우호적인 도둑


당신이 고객을 좋아한다고 진심으로 믿게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판매 방법은 없다. - 조 지라르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 예를 들자면 친구들에게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간단한 호감 원칙은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다.


저자는 그 예로 다윈의 진화론을 사람들에게 "논리적으로"(과학자들이 인정했다거나 실제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설득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실험을 언급한다. 영국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는 이미 300년 전에 이 핵심을 꿰뚫어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번도 논리적으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문제를 논리적으로 잘 생각해서 그 문제에서 벗어나라고 설득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조나단 스위프트와 걸리버 여행기 출처 구글 이미지]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조지 클루니나 엠마 왓슨이 진화론을 지지하는 책을 호의적으로 평가했다고 홍보하자 사람들이 진화론을 수용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한다. 어떤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 그 사실에 대해서도 호감을 느낄 수 있다.

[조지 클루니와 엠마 왓슨 출처 구글 이미지]

호감이라는 감정이 사람들의 선택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 의료 과실 분야에서 최고의 변호사로 손꼽히는 앨리스 버킨(Alice Burkin)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대부분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입니다. 저는 의료 소송을 진행하면서 ‘저는 정말 이 의사를 좋아하지만, 고발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의뢰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좋아하는 의사라면 고소하지 않습니다."


이익을 위한 호감


호감 원칙을 사업적으로 활용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바로 주방용품 브랜드인 타파웨어(Tupperware)의 독특한 마케팅 방식인 홈파티다. 타파웨어의 홈파티는 파티 주최자인 주부가 이웃이나 친지들을 불러 모으면 판매원이 직접 가정에 방문하여 타파웨어 제품의 사용법과 다양한 살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타파웨어 홈파티의 진짜 위력은 호감 원칙을 이용한 특별한 전략에서 나온다. 물리적으로는 판매원이 제품을 소개하고 제품 주문을 받지만 심리적으로는 한쪽에서 환한 얼굴로 다과를 대접하며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파티 주최자가 더 강력한 역할을 한다.

파티 주최자야말로 친구들을 자기 집으로 불러 모아 타파웨어 제품을 소개하고, (알다시피) 파티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 일정 부분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이다. 파티 참석자들은 친구가 제공하는 편안하고 따뜻한 환대를 즐기면서 왠지 친구의 호의에 보답해야 할 듯한 부담감을 느낀다.


가정용품 방문판매 업체인 샤클(Shaklee) 사는 영업사원들한테 ‘무한 체인’ 전략을 사용해 신규 고객을 발굴하라고 교육한다. 일단 고객이 제품을 마음에 들어 하는 듯 보이면 얼른 제품을 소개하고 싶은 지인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졸라대는 것이다. 그렇게 알아낸 지인을 찾아가 제품을 판매한 다음 ‘또’ 그 지인의 지인을 소개받는 식으로 고객 리스트를 무한 확장하는 방법이다.


디트로이트에 사는 조 지라드(Joe Girard)는 호감 원칙을 이용해 쉐보레 자동차를 판매하는데, 연 수익이 수십만 달러에 달한다. 지라드가 고객들에게 제공한 것은 단 두 가지였다. 바로 합리적인 가격과 왠지 자동차를 구매하고 싶은 호감 가는 영업사원이 되는 것이다.


사실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할 수만 있다면 지라드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고객들의 호감을 얻어내는지, 그리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


신체적 매력


대부분의 ‘누르면, 작동하는’ 반응이 그렇듯 매력적인 외모에 대한 반응 또한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데, 사회과학자들은 이런 반응을 일종의 ‘후광 효과(halo effect)’로 본다.


후광 효과란 한 사람의 긍정적인 특성 하나가 그 사람 전체를 달라 보이게 하는 효과로, 신체적 매력도 바로 그런 특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사성


또한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한다. 의견, 성격, 배경, 라이프스타일 등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과 비슷한 점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9개월 된 아이에서부터 모든 연령대에 적용되는 사실이다.


한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4억 2,100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파트너에게 호감을 갖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사성이었다.


칭찬


또 다른 요소는 '칭찬'이다. 1713년 조나단 스위프트는 한 유명한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서 배운 오랜 경구라네/ 아부야말로 바보들이 즐기는 음식이라는.” 하지만 그는 이 영양가라고는 전혀 없는 음식을 사람들이 얼마나 갈망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칭찬만 들으면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므로 호감을 얻으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칭찬에도 쉽게 넘어간다. ‘누르면, 작동하는’ 반응이다.


반복적인 접촉과 협력

우리는 대부분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어떤 물건을 보는 우리의 태도는 그 물건의 노출 빈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반복적인 접촉으로 ‘익숙함’이 커져도 대체로 호감도가 높아진다. 물론 부정적인 접촉보다는 긍정적인 접촉이 이뤄져야 한다. 가장 효과가 좋은 긍정적인 상황은 서로 협동해 어떤 일에 성공하는 경우다.

조건화와 연상 작용

호감도를 높이는 다섯 번째 요인은 ‘연상’이다. 광고주나 정치가들은 자기 자신이나 자사 제품을 긍정적인 것들과 관련지음으로써 연상작용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공유하려 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팬과 같은) 사람들도 간단한 연상작용의 효과를 알고 있어 긍정적인 사건과 자신을 관련짓고 부정적인 사건과는 거리를 두려 한다.


호감 원칙에 대응하는 자기 방어 전략


중요한 상황에서 호감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는 일을 줄이려면 혹시 상대에게 필요 이상의 호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상대에게 호감이 지나치게 느껴진다는 판단이 들면 일단 상호작용을 멈추고 상대와 상대의 제안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제안이나 부탁만을 평가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Part 4 사회적 증거 원칙


사람들을 자기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면, 보통은 서로를 모방한다. - 에릭 호퍼


베이징의 한 음식점에서 메뉴에 '인기가 더 있는'이라는 꼬리표를 달자 음식 판매가 13~20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단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인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많은 맥도널드 매장에는 ‘맥플러리’ 디저트가 있다. 주문하는 고객에게 “디저트는 어떤 걸로 하실까요? 맥플러리가 제일 많이 팔려요”라는 말 한마디를 덧붙이자 맥플러리 판매가 55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인기가 높을수록 더 인기가 높아진다


우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내린 판단을 근거로 삼는다. 특히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 결정해야 할 때 더욱 그렇다. 우리는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 살펴본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는 행동을 옳은 행동으로 보는 경향은 대체로 유익하게 작용한다. 사회적 증거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수록 실수할 확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증거 원칙이 보여주는 이런 특징은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 될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그런 성향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교활한 사람들이 매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사회적 증거에 너무 맹목적이고 반사적인 반응을 보이면 부분적인 증거나 거짓 증거에도 쉽게 속을 수 있다는 점이다.


95퍼센트의 따라쟁이들


영업 및 동기부여 컨설턴트 카베트 로버트는 “주도자는 5퍼센트뿐이고, 나머지 95퍼센트는 따라쟁이들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영업사원이 제시하는 어떤 증거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객의 98퍼센트가 실제 고객들의 상품평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예언 실패, 그 후


저자는 당시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종말론 사교 집단의 이야기를 한다. 그 집단의 신도 수는 대략 30명 안팎이었는데, 대재앙이 닥치기 직전 외계인이 비행접시를 타고 날아와 신자들을 다른 행성 같은 안전한 장소로 데려갈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믿고 대재앙일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대재앙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러자 은밀한 종교 집단이 이제는 열정적인 선교사 집단으로 변하였다. 신도들의 임무는 분명했다. 물리적 증거는 바꿀 수 없으니 사회적 증거라도 바꿔야 했다. 설득하라 그러면 너도 설득될 것이다.


사회적 증거의 최적화 조건


사회적 증거 원칙이 효과를 발휘하는 특별한 조건이 있다. 이런 무기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려면 어떤 조건일 때 자신이 그런 영향력이 가장 취약한지 알아야 한다.


불확실성: 확신이 없으면 주변에서 답을 찾는다


대체로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상황이 애매모호할 때, 불확실성이 지배할 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행동은 무엇이 올바른 행동이냐에 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처했을 때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런 경우 특히 다른 사람을 따라 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실번 골드만은 1934년에 손님들이 장바구니가 가득 차면 쇼핑을 중단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최초로 쇼핑 카트를 고안했는데, 처음에는 괴상한 모양새에 손님들은 카트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몇 명 고용해 매장에서 카트를 끌고 쇼핑을 하게 했다. 그러자 고객들이 곧 이들을 따라 하기 시작했고 카트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무역 4억 달러가 넘는 재산을 축적한 거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반응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기 쉽다.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처럼 사회적 증거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nace)’*라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원적 무지’는 데니얼 카츠(Daniel Katz)와 플로이드 헨리 올포트(Floyd H. Allport)가 만든 용어이다. 주로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용한다. 이는 ‘실제로는 다수의 개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특정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개인에게는 이 이슈가 소수의 입장일 것이라고 잘못 인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원적 무지를 잘 설명하는 이솝우화가 바로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그리고 1964년 뉴욕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괴한에게 습격당해 죽음에 이르게 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그녀는 도와 달라고 여러 번 비명을 질렀다. 열 명이나 넘는 사람들이 범행을 목격했지만 구하지 못했다. 다원적 무지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일이다.


많은 수: 바람잡이 사업이 번창하는 이유


1820년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단골이었던 소통(Sauton)과 포르셰(Porcher)는 ‘바람잡이’ 방법을 고안했다. 그들은 ‘공연 성공 보장회사’라는 기업까지 차려놓고 관객의 호응을 얻고 싶은 오페라 가수와 매니저들에게 박수부대를 대여했다.


음악사가 로버크 사빈은 이렇게 썼다. “1830년 이전에 이미 바람잡이 산업은 전성기를 맞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박수를 통해 엄청난 수입을 끌어모았다. … 하지만 소통과 포르셰 그 누구도 자신들의 박수갈채 사업이 오페라가 공연되는 모든 곳에 적용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사업이 번창하면서 바람잡이의 종류와 강도도 세분화되었다. 울라는 신호만 있으면 울 수 있는 ‘플뢰뢰르(Pleureur)’, 열광적으로 ’앙코르‘를 외치는 ’비쇠르(bisseur)’, 주변에 웃음을 전염시키는 ‘리외르(rieur)’ 등이 있었다.


오늘날 미국 대선과 같은 정치적 사건을 보는 사람들도 대중적인 반응에 영향을 받는다. 대선 후보자들의 토론회에서 학자들이 후보자들의 토론은 그대로 두고 현장 청중들의 반응을 기술적으로 조작한 다음 이 조작된 반응이 후보자를 보는 다른 청중들의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일관된 경향이 나타났다. 현장 청중으로부터 강력한 반응을 이끌어 낸 후보가 토론 능력, 리더십, 호감도 모두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일부 학자들은 대통령 후보들이 현장 청중 사이에 열성적인 지지자를 심어 실제보다 커다란 지지 반응을 끌어내지 않는지 우려하기도 했다.


'많은 수'가 효과가 있는 이유


타당성


주변에 있는 다수의 충고나 행동을 따르는 것은 훌륭한 의사결정 방법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자신의 선택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많은 수’는 선택에 대한 타당성을 부여해 줄 뿐만 아니라 전염 효과까지 갖고 있다. 수백 년에 걸쳐 사람들은 비이성적인 행동, 미친 짓, 패닉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중의 미망과 광기》에서 찰스 맥케이는 그전에 일어났던 수백 건의 사건에 대해 설명했는데, 대부분의 사건에는 전염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대중의 미망과 광기, 찰스 맥케이 출처 구글 이미지]

실행 가능성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일이 틀림없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실험에서 ‘환경이 좋아집니다’,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세요’, ‘전기 요금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보다, ‘여러분 이웃 대부분은 가정에서 에너지를 아끼려 애씁니다’라는 문구가 훨씬 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사회적 인정


우리는 많은 사람 중 하나가 됨으로써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갖는다. 집단과 같은 의견을 갖는 것이 비하면, 나만 다른 의견을 갖는 것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초래한다.


한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에게 뇌 스캐너를 연결해서 네 명의 다른 사람과 네 대의 컴퓨터로부터 자신의 의견과 다른 정보를 접하게 했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학자들이 ‘독립의 고통’이라 부르는 부정적인 정서와 연관된 뇌의 편도체 부분이 활성화되었다(정서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태).


그 반면 후자의 경우는 그런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 사회적 인정의 결과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집단 역학을 설명하는 좋은 속담이 있다. “사이좋게 지내려면 잘 지내야 한다.”


유사성: 또래 설득


사회적 증거 원칙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할 때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행동을 볼 때이다. ‘많은 수’와 마찬가지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행동은 그 행동이 타당하고, 실행 가능하며,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확신을 강화한다. 이 현상을 ‘또래 설득(Peer-suasion)’이라 부른다.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하고, 전기 자동차를 사고, 책임 있는 식생활 소비를 하고, 환경친화 정책을 지지하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 우리 또래의 숫자이다.”


평범한 사람들을 모델로 기용한 텔레비전 광고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제품이 무엇이든 광고는 ‘존’이나 ‘메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평가로 가득 채워진다.  


자살 보도의 베르테르 효과


200여 년 전 독일의 대문호 요하네스 볼프강 폰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주인공 베르테르의 권총 자살로 끝나는 이 소설은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당시 유럽에는 자살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고 한다.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심했던지 일부 국가에서는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신문 1면에 자살 사건이 보도되면 전용기나 여객기 등 비행기 추락 사고가 급증한다.”라는 통계 자료가 있다. 놀라운 사실은 자동차 사고도 급증한다는 것이다. 모종의 동일한 사회적 조건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살 충동을,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교통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사회적 증거 원칙의 부정적인 측면이 가장 극적으로 표출되는 분야가 바로 카피캣 범죄일 것이다. 1970년대에는 비행기 납치 사건이 마치 바이러스처럼 번졌고, 1980년대에는 타이레놀 캡슐에 청산가리를 주입하는 식의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잘못된 목표 설정이 가져온 부작용


패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의 입구에는 커다란 ‘절도 금지’ 표지판이 서 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

여러분의 유산이 매일 절도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1년에 14톤에 달하는 화석화된 나무가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원에서 화석을 몰래 가져가는 사람은 3퍼센트 정도로 많지 않다. 하지만 이 표지판은 매년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원을 찾으면서 절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고, 방문객들을 절도범과 동일시함으로써 오히려 전혀 생각이 없던 방문객들이 “우리도 챙기자”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미래의 사회적 증거


학자들은 인간의 지각에서 매우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변화에 주목할 때, 우리는 그 변화가 같은 방향으로 계속 지속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단순한 추정이 증권 시장의 기록적인 강세 장과 부동산 거품을 낳았다.


증권이나 부동산 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그 가치가 상승하리라고 전망한다. 몇 번 연속해서 판돈을 딴 도박꾼들은 다음 판도 당연히 자신이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그 행동에 참여하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많지 않더라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꺼이 시류에 편승하여 그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사회적 증거 원칙에 대응하는 자기 방어 전략


잘못된 정보는 차단하라


사회적 증거 원칙이 잘못된 정보 입력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사회적 증거가 고의로 왜곡된 경우다. 우리의 어떤 행동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은 우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사회적 증거를 조작한다.


요즘은 사회적 증거들이 조작된 경우 너무 분명하게 티가 나서 조그만 주의를 기울이면 언제 차단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정확한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경우 그냥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격을 가해야 한다.


잠깐 멈춰 주변을 돌아보라


사회적 증거 원칙이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경우가 한 가지 더 있다. 악의 없는 작은 실수가 눈덩이처럼 커다란 사회적 증거가 돼 우리를 잘못된 결정으로 이끄는 경우다. 다원적 무지 현상이 바로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자동 항법장치도 사회적 증거와 마찬가지로 결코 전적으로 신뢰하 만한 대상이 아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리지 않아도 이따금 저 혼자 고장이 나서 엉뚱한 길로 갈 수 있다. 우리도 군중이 보여주는 사회적 증거에 매몰돼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따금 위아래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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