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투자 이야기 (8)
3부 혁신과 경제 전략
들어가는 글
1896년에 다우지수가 만들어질 때 처음 포함되었던 기업들 현재까지 살아 남은 기업은 제너럴 일렉트릭(GE) 정도뿐이다. 당시 사료회사와 면실유 제조회사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후손들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머크를 두고 그런 생각을 할 지 모른다.
혁신은 어떤 회사가 흥하고 망할지 결정하는 핵심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혁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시대를 앞지르는 변화는 통상 조금씩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작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이전부터 좋아하는 기업에 계속 투자하게 된다.
3부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는 ‘혁신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핵심 주제는 ‘인간은 변화를 다루는 데 서툴기 짝이 없다’는 점이며, 마지막 주제는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18장 라이트 형제의 혁신 - 혁신이 불가피한 이유
모든 혁신은 과거로부터 어느 정도는 단절됨을 의미한다. 전구는 가스등을, 자동차는 마차를, 증기선은 범선을 대체했다. 그렇지만 마찬가지로 모든 혁신은 과거의 조각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에디슨은 시스템 조직 원리를 기존의 가스 산업에서 도출했고, 초창기 자동차는 마차 제조업자들이 만들었다. 최초 증기선도 범선에 증기 엔진을 붙인 것이다.
– 앤드류 하가든(Andrew Hargadon),《How Breakthroughs Happen》
미래의 제국은 정신의 제국입니다.
–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하버드 대학 연설, 1943
1903년 12월 7일, 오빌 라이트(Orville Wright)는 엔진 동력 비행기로 12초 동안 37미터를 날아 새 역사를 썼다. 이를 계기로 라이트 형제는 항공 복합 산업을 탄생시켰고 장거리 여행의 신기원을 열었다.
라이트 형제가 천재라고 여길 수 있는 것은 경유 엔진과 케이블 몇 개, 프로펠러와 베르누이(Bernoulli) 원리 등을 조합하고 활용해 비행체를 만들어내는 통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부는 어떻게 창출될까?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100~1,000년 전보다 부유해졌을까? 그사이 전 세계 자원 총량, 극단적으로 말해 지구상의 물질 총량은 변하지 않았고, 이를 나눠 가져야 하는 인구는 훨씬 더 늘었다.
하지만 전 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1,000년 전 수치의 약 30배에 이른다. 더욱이 부의 증가 대부분은 주로 지난 150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1990년의 US스틸(U.S. Steel)과 2000년의 머크(Meark)를 비교해보면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
1세기 전의 US스틸에서는 직원 대부분이 철광석을 운반해 용광로에 넣어 철강을 만드는 기존 지침에 따라 일했을 뿐, 새롭게 지침을 개발하는 직원은 드물었다. 물론 개선된 지침을 개발하는 일을 중요시했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이에 반해 오늘날의 머크 같은 제약회사를 살펴보면 주력하는 분야가 뒤바뀐다. 직원 대부분은 새로운 ‘지침’을 개발하는 데 매달린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업지침'이 부를 창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 번째 함축 의미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경합재(rival goods)와 비경합재(non-rival goods)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펜, 셔츠 같은 경합재는 누군가 소비하면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 반면, 지침서 세트 같은 비경합재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 함축 의미는, ‘혁신은 아이디어 조각을 재구성하는 것이므로, 이 조각이 많을수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더 많아진다’는 점이다.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데 쓰이는 블록이 4개 있다고 치자. 블록 4개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은 4×3×2×1, 즉 24가지다. 이제 블록을 6개로 늘리면 가능한 조합은 720가지로 늘어나고, 20개로 늘리면 조합은 대략 10의 19승까지 커진다.
이 같은 규모와 관련된 성장의 문제를 국가 단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난 200년간 미국 경제가 커지는 과정에서도 (대략 40년 단위로 측정한) 1인당 GDP는 실질적으로 가속되어왔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세상에서는 규모 자체가 성장을 제약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세 요소, 즉 "과학의 발전, 정보 저장 용량의 증가,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따르는 연산 능력 향상"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가속화할 거라고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는 혁신의 일면인 정보 전달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디지털 언어의 유연성 덕분에 이전과는 판이하게 아이디어 조각을 찾아내고 다룰 수 있다. 여기에 아이디어 조각의 보유량이 증가한다는 점까지 덧붙이면 혁신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예컨대 과학자들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디지털화, (게놈 지도 같은) 생물학적 지식, 향상된 연산 능력을 한데 묶으면 변화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21세기 라이트 형제의 후예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통합적 해결 능력을 보여주었다. 미래의 부는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사람보다 유용한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다.
19장 더 나은 성과를 위한 가지치기 - 두뇌 발달 과정과 비슷한 혁신
여기서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인터넷상에서 온갖 실험이 시도되고 있지요. 성공하는 것도 많고 실패하는 것도 많을 것입니다.
– 제프 베조스(Jeff Bezos), 인터넷 서밋(Internet Summit), 1999
아이가 태어나 세 살이 될 때까지 뇌의 신경과 신경을 연결하는 시냅스가 엄청나게 증가한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는 시냅스가 1,000조 개로, 어른보다 두 배나 많다. 아이의 뇌는 어른의 뇌보다 더 활발하고 더 잘 연결되어 있으며 더 유연하다.
하지만 시냅스는 이처럼 엄청나게 늘어난 후 어른이 될 때까지 상당한 가지치기 과정이 뒤따른다. 심리학자 도널드 헵스(Donald Hebbs)의 이름을 따 헤비안(Hebbian) 과정으로 명명된 이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쓸모 있는 시냅스는 더욱 강해지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가지치기당한다.
여러 대안에서 출발해 가장 유용한 것만 남기는 방법은 아주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탄탄한 전략임이 증명되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런 패턴이 수없이 되풀이된다. 미국 역사상 최대 산업인 자동차와 TV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은 두 산업이 초창기에는 전망이 불투명했지만 성장 잠재력이 컸으므로 엄청나게 투자했다. 하지만 두 산업 모두 시장을 지배하는 제품에 인기가 집중되면서 경쟁 업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더 가깝게는 디스크 드라이브와 PC 산업에서도 이와 같은 패턴이 나타났고 21세기 접어들면서 인터넷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특정 제품이나 프로세스가 지배하게 되면서 경쟁 기업 수는 줄어들지만 산업은 계속 성장한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가지치기 과정을 마치고 살아남을 기업들을 탐색해야 한다. 시장과 기업은 사회적 구조물이지만 자연과 특성이 아주 비슷하다. 뇌 발달과 산업 혁신 사이의 유사성은 한 예일 뿐이다.
20장 변화에 앞서가기 - 창조적 파괴와 기댓값 연결하기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한물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네.
– 리틀 피트(Little Feat), “늙은이들의 춤(Old Folks Boogie)”
초원에서처럼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리더가 되기 위한 싸움이 끝없이 계속된다. 자연계의 성공은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넘겨주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의 성공은 돈을 많이 벌고 업계 평균을 능가하는 투자수익률을 거둔다는 것을 뜻한다.
리더와 도전자 사이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면 투자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이 역학 관계는 혁신의 정신적 모형일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혁신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투자자들은 성장 전망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골디락스: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딱 알맞은 상태
산업이 단절이나 기술적 변화를 겪은 뒤 매출과 이익이 S 자 형태를 띤다는 증거가 많다. 성장은 천천히 시작해서 점점 빨라진 뒤 마지막에는 거의 정체된다.
투자자들은 과거의 모습이 미래에도 이어진다고 종종 생각한다. A 지점에서 투자자들은 미래 실적 예측에 신중한 나머지, 성장률을 상대적으로 낮게 예상한다. 즉,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댓값이 너무 낮다. 성장이 빨라지는 B 지점에 이르면 투자자들은 순진하게도 높은 성장률이 계속 유지된 다고 생각한다. 결국 C 지점에 이르러서야 기댓값을 낮추고 더욱 현실적인 전망을 반영하면서 주가는 조정 국면에 들어간다.
그래서 투자자는 A 지점에서 매수해 B 지점에서 매도해야 한다. 이 곡선의 마지막 단계에서 기댓값을 낮춰야 하는 달갑지 않은 고통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사람들은 ‘강렬한’ 경험을 한 뒤에는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최근에 좋은 성과를 보인 주식은 투자자의 머릿속에 강하게 남는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오래된 기업보다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에 투자하는 편이 더 낫다. 어느 신생 기업이 초과수익을 창출할지는 모르지만, 구닥다리 기업이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리처드 포스터(Richard Foster)와 사라 캐플런(Sarah Kaplan)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명저에서, 신생 기업이 확실히 자리 잡은 오래된 기업보다 주주들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그림 20.2 참조). 이는 그림 20.1에서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나아가 리처드 포스터는 1986년에 쓴 《이노베이션(Innovation: The Attacker’s Advantage)》에서 혁신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이 연구는 기존 기업을 뛰어넘는 신생 기업의 초과수익은 대부분 초창기 5년에 거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 뒤 15년 동안은 업계 평균에 근접하고, 20년이 지난 후에는 업계 평균을 밑도는 성적을 보였다.
포스터와 캐플런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경쟁 기업들이 혁신을 모방하거나 개선함에 따라, 혁신을 주도했던 기업은 의미 있게 성장하거나 자본비용을 넘어서는 수익을 창출할 여지가 거의 없어진다.
둘째, 신생 기업보다 안정되고 오래된 기업에 대해 시장이 더욱 정확하게 전망하고 주식 가치 평가도 정확해진다. 마지막으로, 거의 모든 기업이 비대화, 성공 뒤의 자만, 관료화(저자는 이를 ‘문화적 고착화’라고 불렀다) 같은 문제들 때문에 결국 혁신의 날카로움을 잃는다.
1998년, 기업전략위원회(Corporate Strategy Board)는 ‘정체 지점’이라 일컫는 S 자 곡선 위쪽의 변곡점을 자세하게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정체 지점은 그림 20.1에서 B 지점에서 C 지점으로 이동하는 구간에 해당한다.
위원회는 정체 지점에 도달한 기업의 83%는 향후 10년 내에 매출성장률이 연 5% 이하로 둔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의 70% 정도는 주가가 반토막 났다는 점이 투자자에게 더 중요한 사실이다. 성장률이 둔화될 때 기댓값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증거다.
21장 당신의 포트폴리오에는 초파리 같은 종목이 있습니까? - 산업의 가속적 변화가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시사점
경쟁우위를 통해 초과수익을 내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있다. 이런 현상은 산업 경제 전반에 걸쳐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 로버트 위긴스(Robert R. Wiggins), 티머시 뤼플리(Timothy W. Ruefli), “Hypercompetitive Performance: Are the Best of Times Getting Shorter?”, 1998
기술주들의 주가배수는 코카콜라(Coca-Cola)와 질레트(Gillette)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규칙이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뒤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여전히 업계 리더로 남으려면, 적어도 세 번의 위기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 빌 게이츠(Bill Gates), 〈포춘〉, 1998
유전생물학자들은 초파리로 연구하길 좋아한다. 1995년에는 초파리 연구로 얻은 통찰력 덕분에 과학자 3명이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초파리가 특성을 파악하기 쉽고 다루기도 편하지만, 특히 생애 주기가 짧다는 점에서 좋아한다(2주 정도).
비즈니스에서도 초파리처럼 진화가 빨라짐에 따라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유지하면서 초과수익을 창출하는 기간이 과거보다 짧아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추세는 가치평가, 회전율, 분산투자와 관련된 분야에서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속도의 함정?
찰스 파인(Charles Fine)은 《Clockspeed: Winning Industry Control in the Age of Temporary Advantage》라는 책에서 주기를 측정하는 단위인 '클록속도'를 여러 단계로 구분했다.
첫째는 상품 클록속도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 상품 클록속도는 신상품을 얼마나 빨리 출시하고 유지하는지와 관련된다. 신상품을 출시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는 사방에 널려 있다.
둘째는 저자가 이름 붙인 공정 클록속도다. 이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새로 만들어 전달하는 공정과 관련된다. 공정 클록속도는 자산의 평균 수명으로 측정하기도 한다. 이제는 기업들이 한 세대 전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초과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클록속도는 경쟁우위의 지속성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로버트 위긴스(Robert Wiggins)와 티머시 뤼플리(Timothy Ruefli)는 초과수익의 지속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면서, ‘장기간의 통계적인 초과수익’을 지속적인 경쟁우위로 정의했다. 이들은 네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1.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진다: 분석 결과, 가설이 입증되었다. 즉, ‘경쟁우위 집단’에서 탈락하는 확률이 점점 높아졌다.
2. 하이테크뿐 아니라 대부분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이 나타난다: IT 기업보다 비IT 기업이 경쟁우위 집단에 남아 있을 확률이 높았지만, 이들도 갈수록 탈락률이 높아졌다.
3. 기업들은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 경쟁우위를 연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승자 기업들이 단기적 경쟁우위를 사슬처럼 연결하려 한다는 가설이다. 분석 결과, 이 가설도 입증되었다.
4. 산업 집중도나 시장점유율이 높을 때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한다: 분석 결과, 이 가설은 기각되었다. 높은 산업 집중도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인 경쟁우위와 별 관계가 없었다.
투자자들의 진화
클록속도가 빨라지면서 투자자들은 다음 사항들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간이 짧아지면 주식 가치 평가법도 달라져야 한다. 상품 클록속도와 공정 클록속도가 짧아지면 특히 원래부터 별로 유용하지 않았던 PER처럼 과거 데이터를 사용하는 상대 가치법의 유용성이 줄어든다.
포트폴리오 회전율에도 클록속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업들은 일련의 경쟁우위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날 최적 포트폴리오 회전율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아울러 클록속도 단축은 분산투자의 필요성이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경쟁우위가 생겼다가 사라지는 기간이 짧아진다면, 포트폴리오도 이를 감안해 그물을 넓게 쳐 분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조직의 역동적인 변화 상황을 파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22장 승리의 비결 - 장기 전망과 단기 전망 사이의 균형
복잡계에서는 보드게임처럼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작지만 유용한 복수 대안을 마련해두고 상대방의 수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해나가야 하지요. 여기서 핵심은 복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안을 마련하는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존 홀랜드(John H. Holland), 2000 CSFB 리더스 포럼(Thought Leader Forum) 강연
경영자들은 단기 계획과 장기 계획을 매우 균형 있게 세워야 한다. 이는 고속도로에서 운행 속도를 늦추는 행위와 비슷하다. 차 바로 앞만 집중하면 먼 곳에 무엇이 나타나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반면, 너무 멀리 보면 바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안전운전을 장담할 수 없다. 즉, 상황에 따라 초점을 적절히 옮겨가며 멀리 보기도 하고 가까이 보기도 해야 한다.
성공전략
체스 전문가 브루스 판돌피니(Bruce Pandolfini)는 체스 챔피언들의 공통적인 행동 유형 4가지를 발견했는데, 장단기 전략 수립에 유용하다.
1. 너무 멀리 보지 마라: 고수라면 10~15수 앞까지 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필요한 만큼 몇 수만 볼 뿐이다. 정보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너무 멀리 보는 것은 시간 낭비다.
2. 복수의 대안을 마련하고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하라: 고수는 이리저리 수를 따져본 뒤에 움직인다. 좋은 수가 떠올랐다고 바로 두지 않는다. 더 좋은 수가 있는지 따져본다. 이것이 내 모토다. 복수의 대안을 비교해야 좋은 수를 찾을 수 있다.
3. 상대를 읽어라: 체스를 잘 두려면 사람의 마음도 잘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체스도 감정이 드러나면서 인간이 하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4. 티끌 모아 태산: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거나, ‘까짓것, 그쪽이나 챙기셔’라고 생각하며 무시한 자그마한 이득을 취하라. 그러면 더 유리해져서 왕(King)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단순 규칙 전략
기업은 경영자가 단기적인 결정을 올바르게 내릴 수 있을 만큼 "유연한 장기 의사결정 규칙"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가 불투명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잘 경영할 수 있다.
캐시 아이젠하트(Kathy Eisenhardt)와 돈 술(Don Sull)은 이를 ‘단순 규칙 전략’이라 불렀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복잡한 전략보다는 ‘큰 방향만 제시하는, 단순하지만 엄격한 규칙’ 몇 개만 채택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들이 제안한 5대 규칙이다.
1. 업무 방법 규칙: 어떤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할지 정하는 규칙이다. 이는 ‘우리 회사에 특별히 필요한 업무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다.
2. 사업 영역 규칙: 기회를 찾아야 할 사업 영역과 비사업 영역을 구분하는 규칙이다.
3. 우선순위 규칙: 기회를 추구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 규칙이다.
4. 조율 통합 규칙: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는 기회들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규칙이다.
5. 사업 정리 규칙: 한물간 사업을 언제 정리할지 정하는 규칙이다.
23장 적자생존 - 적합성 지형과 경쟁 우위
가장 강하고 똑똑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변화에 가장 적합한 종이 살아남는다.
– 찰스 다윈(Charles Darwin),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
1997년 봄, 21세의 타이거 우즈(Tiger Woods)는 마스터스 메이저 대회에서 2위와 12타 차의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마스터스 동영상 비디오를 보고 부치 하먼(Butch Harmon)에게 스윙 교정을 요청했다.
이후 1999년 2월까지 스윙 교정 중에 우승은 단 한 번에 그쳤지만 그는 실력이 늘고 있다고 자신했고, 결국 1999년 봄부터 그 해 10개 대회, 2000년 9개 대회를 우승하고, 그 다음 해 4개 메이저대회를 동시에 석권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적합성 지형(fitness landscape)
적합성 지형은 원래 진화생물학자들이 진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특히 종(species)이 적응력을 높이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고안한 말이다. 이 과정에서 쓰인 분석 틀은 기업 경영 전략에도 유용한 개념으로 발전했다.
적합성 지형은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 아주 유용한 도구다. 어느 기업이든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첫째, 회사가 처한 적합성 지형은 어떤 모양인가? 물론 회사의 결정이 적합성 지형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적합성 지형의 형태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둘째, 기업이 주어진 지형에서 적응력, 예컨대 경제적 가치를 점차 높이기 위해 옳은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가?
첫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완만한 지형, 거친 지형, 험준한 지형 등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 완만한 지형: 적합성 지형이 꽤 안정적인 산업들이 여기에 속한다. 비교적 평평해서 순환적으로 유리한 국면에서는 기업 대부분이 초과수익을 창출한다. 전기와 전화 같은 유틸리티, 에너지, 제지, 금속 같은 원자재, 자본재, 비내구성 소비재, 리츠(REITs) 업종이 여기에 속한다.
• 거친 지형: 적합성 지형이 자주 변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지는 않다. 지형은 더 거칠다. 타사보다 높은 경제적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이 종종 있다. 금융 서비스, 소매, 헬스케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IT 업종이 여기에 속한다.
• 험준한 지형: 사업 모형이 진화하고 있고 불확실성이 크며 신상품이 속속 출현하는, 아주 역동적인 업종이 여기에 포함된다. 봉우리와 골짜기가 시시각각 바뀌고 급변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생명공학, 패션, 신생 기업 대부분이 이 지형에 속한다.
적절한 점프는?
컨설턴트인 에릭 바인호커(Eric Beinhocker)는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일반 전략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 작고 점진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단기 점프’라 불렀다. 처리 절차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대부분 단기 점프에 속한다.
둘째, 더 높은 봉우리나 낮은 골짜기를 향해 불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장기 점프’라 불렀다. 기존 사업과 무관한 분야로 진출하려고 대규모 인수합병을 하거나 신상품 개발에 투자하는 조치가 여기에 속한다.
완만한 지형에 속한 기업들은 단기 점프를 통해 처리 절차를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에 험준한 적합성 지형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은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장기 점프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 거친 지형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은 장단기 점프를 잘 혼합해야 한다.
상황에 맞는 전략 선택하기
적합성 지형에 따라 장단기 점프를 다르게 혼합하듯이, 상황에 따라 재무 분석 기법과 조직 구조도 달라져야 한다.
완만한 적합성 지형에는 전통적 DCF 모형이 잘 들어맞는다. 산업 활동이 대체로 명확하게 정의되기 때문에 중앙집권적 경영 방식이 효과적이다.
거친 적합성 지형에서는 전통적 DCF 모형과 전략적 옵션을 잘 섞어야 한다. 가치를 창출할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전략적 옵션을 취할 수는 있지만, 필수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험준한 적합성 지형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현황과 미래 적응력을 판단하기 위해 전략적 옵션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 게다가 이 기업에는 ‘단순 규칙 전략’이 유리하다.
24장 현재의 상황이 미래에도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큰코다친다 - PER 평균을 쓰는 어리석음
과거 데이터의 평균이 의미가 있으려면 동일한 모집단에서 추출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모집단에서 추출된 데이터는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비정상적 데이터로 구한 과거 평균으로 예측해봐야 터무니없는 짓이다.
– 브래드포드 코넬(Bradford Cornell), 《The Equity Risk Premium(주식 위험 프리미엄)》
기업의 무형자산은 유형자산보다 가치와 성장에 더 많이 기여한다. 하지만 무형자산에 투자하면 비용으로 회계 처리되어 자산으로 잡히지 않는다. 이런 비대칭적 회계 처리는 무형자산 투자는 비용으로 처리하는 반면, 유형자산 및 재무적 투자는 자산으로 잡음으로써 기업의 성과와 가치에 대한 평가를 왜곡하는 문제를 가져온다.
– 바루크 레브(Baruch Lev), 《Intangibles(무형자산)》
비정상성은 시계열 분석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으로, 기후와 금융 분야에서 특히 강조된다. 서로 다른 기간의 평균을 비교하려면 모집단의 통계적 특성이 같아야 정상적이다. 시간에 따라 모집단의 특성이 바뀌면 비정상적 데이터라 할 수 있다. 비정상적 데이터로 구한 과거의 평균을 현재의 모집단에 적용하면 엉뚱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론적·실증적으로 분석해보면 PER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비정상적이다.
재무분석의 기본은 위험조정수익률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세금, 물가상승률, 거래 비용 등을 제외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율과 물가상승률이 달라지면 적정 시장가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PER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으로 유형자산보다 무형자산이 중요시되면서 PER 수준이 달라지기도 했다. 기업은 신축 공장과 같은 유형자산에 투자하면 재무상태표에 자산으로 계상한 후 내용연수에 따라 감가상각 처리한다. 반면, 연구개발이나 광고 같은 무형자산에 투자하면 즉시 비용으로 처리한다.
따라서 투자 금액뿐 아니라 투자 유형도 순이익 대비 현금흐름 비율(= 영업현금흐름/당기순이익) 계산에 영향을 미친다. 투자 금액과 수익률이 같더라도 주요 자산이 유형자산이냐 무형자산이냐에 따라 순이익 대비 현금흐름 비율은 크게 달라진다. 무형자산 비중이 큰 회사는 대체로 순이익 대비 현금흐름 비율이 높다.
PER은 주식 위험 프리미엄에도 영향을 받는다.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란 무위험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위험한 주식에 투자해 얻으려는 초과수익률을 말한다. 참고로 주식 위험 프리미엄은 그 자체로 비정상적인 면이 있다.
위험 프리미엄은 미래 성장 추정치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결정되지만, 그중에서도 투자자의 위험 감수 수준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위험 프리미엄은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팽배하면 낮아지고, 반대로 비관론이 득세하면 커진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심리가 수시로 바뀌는 탓에 PER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25장 쓰러졌는데 일어설 수 없어요 - 평균회귀와 턴어라운드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경쟁우위를 달성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 본 연구의 핵심 결론이다. 더구나 경쟁우위를 일정 기간 유지했더라도 추락할 확률은 비교적 높다.
– 로버트 위긴스(Robert R. Wiggins), 티머시 뤼플리(Timothy W. Ruefli), “Sustained Competitive Advantage”
기업의 내재가치는 기대되는 성장률 및 이익과 함수 관계다. 성장률만 중시하면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자본비용보다 이익이 초과하면 우량 기업이고, 밑돌면 불량 기업이고, 같으면 그저 그런 기업일 것이다. 그래서 성장률을 논하기 전에 이익의 수준이 적정한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기업의 실적을 정확히 예측하려면 '경쟁 전략'을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기초적인 질문 세 가지로 전략을 분석해보자.
1.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이익을 내는가? 아니면 향후 매력적인 수준으로 이익이 성장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가?
2.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이익이 있다면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
3. 자본비용보다 이익이 밑돌 때 요구수익률 이상으로 회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미시경제 이론의 경험칙 중 하나는 시간이 갈수록 기업의 이익이 자본비용에 수렴한다는 개념이다. 기업이 고수익을 누린다면 경쟁자가 생겨나고 자본도 유입되어 결국 기회비용 수준까지 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수익성이 형편없으면 파산, 투자자금 회수, 구조조정으로 자본이 이탈해 결국 자본비용 수준으로 이익이 회복한다.
고수익 기업을 전략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주로 소비자 우위나 생산자 우위 같은 측면에서 이익의 원천을 알 수 있고, 이 경쟁우위를 지속하게 하는 틀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네트워크와 지식산업에서는 성장할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들도 있다. 성장률만 분석하면 회사의 전략적 강점과 그 결과로 나타난 실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주가는 기댓값을 반영하기 때문에, 투자에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기댓값을 잘 예측해야 한다. 이는 고수익 기업이라서 투자 매력이 있고 저수익 기업이라서 투자 매력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기댓값과 비교해 평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실적 부진 기업은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서 실적 부진 기업은 현금흐름이익률이 자본비용을 2년간 웃돌다가 2년 연속으로 밑돈 기업으로 정의했다. 이런 방식의 분석은 과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을 매수하는 가치투자자에게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평균회귀와 실적 회복에 대한 이런 분석을 통해, 경쟁력이 강하고 지속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주가가 싼 기업은 대부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과거에 장기간 초과이익을 기록했더라도 실적이 부진하면 회복하기 어렵다.
26장 참호전을 벌이면서 적과 협력한 사례 - 게임 이론을 통해 협력과 경쟁 관계 파악하기
참호전을 벌일 때 공생하는 모습이 만연했다. 지휘관들이 그것을 막기 위해 무진 애를 썼고, 전투로 마음이 격해질 만했고, 군대 논리상 적을 죽여야만 하고, 일선에서 적과 협력하는 일이 없도록 사령부가 압박했는데도 이런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 로버트 액슬로드(Robert Axelrod), 《협력의 진화(The Evolution of Cooperation)》
우리는 비즈니스를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이 지는 전쟁 같은 제로섬 게임이라고 대체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쟁이 항상 제로섬 게임일까? 아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전쟁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던 사례가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800킬로미터의 서부전선은 제1차 세계대전 중 가장 참혹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다.
상황이 이렇듯 참담하다 보니 서로 협력해 공생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쪽이 먼저 공격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이 따른다는 사실을 양쪽 모두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쪽이 공격을 자제하자 상대가 똑같이 화답했다.
이 얘기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신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최고경영자와 투자자에게도 해당되는 사례다. 경쟁적 협력이 특히 유용한 곳은 바로 가격 책정과 설비 증설 분야다.
게임 이론은 참가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호 작용하는 모습을 연구한 것이다. 이 분석이 그리 간단치 않은 것은 참가자의 행위 및 이에 대한 상대의 반응에 따라 각자의 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 이론에 나오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모형 중 하나는 죄수의 딜레마다. 기업들은 사실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단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속한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협력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때문에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반복되면서 협력이 진전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1980년대에 로버트 액슬로드(Robert Axelrod)라는 정치학자는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각 게임은 200수로 구성된다)에서 어떤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지 결정하는 토너먼트를 열었다. 우승은 맞대응 전략, 즉 처음에는 협력하고 이후에는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하는 전략이 차지했다. 맞대응 전략은 처음에는 아주 호의적이고, 상대가 변절하면 분명하게 응징하며, 용서는 빨리 해주는 방법이다.
경영자와 투자자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일 때 이 맞대응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분석 틀이 활용된 사례에는 미국 영화 산업, 미국 인스턴트 시리얼 산업, 코스타리카 담배시장 등이 있다. 이 분석 도구는 두 경쟁사가 시장을 확실히 양분하는 경우에 가장 유용하지만, 산업 집중도가 충분히 높은 경우에도 활용될 수 있다.
경영자와 투자자 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일 때 이 맞대응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분석 틀이 활용된 사례에는 미국 영화 산업, 미국 인스턴트 시리얼 산업, 코스타리카 담배시장 등이 있다. 이 분석 도구는 두 경쟁사가 시장을 확실히 양분하는 경우에 가장 유용하지만, 산업 집중도가 충분히 높은 경우에도 활용될 수 있다.
27장 성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 - 기업의 성장 한계에 대해
공중누각은 피난하기 참 쉬운 곳이다. 더군다나 세우기도 쉽다.
– 헨릭 입센(Henrik Ibsen), 《대건축사 솔네즈(Master Builder)
이익 성장률을 낮게 예상하기보다는 높게 예상하는 사례가 많다. 절제력을 바탕으로 냉철하게 예측하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아주 드물다.
– 찰리 멍거(Charlie Munger), 《Outstanding Investor Digest(뛰어난 투자 기법 요약)》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 컨설턴트인 크리스 주크(Chris Zook)는 《핵심에 집중하라(Profit from the Core)》라는 통찰력 넘치는 책에서, 1990년대에 지속적 성장을 구가했던 기업들을 연구한 결과를 제시했다. 표본은 매출이 5억 달러를 넘는, 7개국 1,800개 기업에서 뽑았다.
주크는 기업이 다음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살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매출 성장률 5.5%
실질 이익 성장률 5.5%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총주주수익률
이 목표들이 대부분의 전략 수립 시 요구하는 수준을 훨씬 밑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베인앤드컴퍼니는 조사 기업의 3분의 2가 두 자릿수 명목 성장률을 목표로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조사한 결과 전체 기업의 4분의 1만이 매출 성장률 기준을 충족했고, 8분의 1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준 모두를 만족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동 세대에서 경기가 가장 활황일 때 나온 결과라는 사실이다. 대다수 기업이 두 자릿수 성장을 추구하고 목표로 삼지만 대부분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
도시 인구 분포와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기업 모두를 포함한 전체도 뚜렷한 분포를 띤다. 과학자들은 이런 분포를 복제한 모형을 통해, 평균 성장률이 기업 규모와 무관하고, 성장률 차이는 기업이 클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원뿔 성장 모형'이라 부른다.
성장은 좋지만 이를 활용해 높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있다. 바로 제러미 시겔이 《주식에 장기투자하라》라는 투자의 고전에서 훌륭하게 분석한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사례다. 니프티 피프티는 1970년대 초에 고성장을 구가한 대기업들로, 성장 기대치가 워낙 높아 PER이 40 이상이었다. 하지만 뒤이은 1973~1974년의 약세장에서 모두 주가가 폭락했다.
뒤이은 총주주수익률을 감안하면 1972년에 이 니프티 피프티 기업들은 고평가되었는가? 그의 분석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다. 평균적으로는 PER이 적절한 수준이었다.
현실과 기대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는 전혀 새롭지 않다. 예컨대 S&500 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이익을 상향식으로 분석해 추정한 값은 하향식으로 도출한 값보다 늘 컸다. 하지만 오늘날 이 문제는 이익 기댓값 게임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 것 같다.
경영자와 투자자 들은 이익 추정치를 올리는 관습에 젖어들었다. 경영자들은 월가의 이익 전망치를 맞추거나 뛰어넘기 위해 애쓰고, 바로 이 점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이익 추정치를 올린다. 그러면 다시 경영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빠른 성장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투자자와 경영자 들은 기댓값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들은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증거가 많다. 더욱이 성장주라고 해서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전반적으로 기댓값을 상회하거나 하회하는 기업을 골라내는 일은 아주 어렵다. 투자자들은 상승 잠재력이 하락 위험보다 큰, 기대 수익이 양호한 투자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