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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최종)

리튬(Lithium) <미래의 자원>

by Andy강성
리튬(Lithium)
<미래의 자원>


16장 소금사막

하얀 황금에서 시작된 리튬 산업


달의 계곡, 밝고 붉은 호수, 소금산과 연기를 내뿜는 화산 옆에 자리 잡은 칠레의 살라르 데 아타카마(Salar de Atacama, 아타카마 소금사막)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희귀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이다. 소금사막 주변에는 플라밍고, 라마와 알파카의 야생종인 과나코와 비쿠냐가 살고 있다. 하지만 중심부를 향할수록 생명은 사라지고 더욱 메마르고 광활한 풍경이 펼쳐진다.


아타카마는 지구상에서 가장 메마른 땅이다. 습도가 12%를 넘지 않는 건조한 지역인데, 이런 자연 현상은 모래와 돌, 소금으로 이루어진 이 사막이 양쪽 산맥에 걸친 비그늘(Rainshadow)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동쪽으로는 안데스산맥이, 서쪽으로는 해안산맥이 있어 비가 매우 드물게 내린다.

[아타카마의 플라밍고(위)와 과나코, 비쿠냐(아래) 출처 구글 이미지]
[아타카마 소금사막 출처 구글 이미지]

아타카마는 하얀 소금사막과는 대조적으로 표면이 갈색인데다 생선 비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색이 갈색인 이유는 아주 얇게 모래가 덮여 있기 때문인데, 인근 사막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소금에 달라붙은 것이다. 이 소금물은 나트륨, 마그네슘, 칼륨, 붕소, 리튬 등 여러 종류의 소금으로 이루어진 진한 용액이다.


리튬이 물질 세계의 6대 핵심 물질로 자리 잡게 된 확실하고 실증적인 논리가 있다. 리튬은 매혹적인 금속이다. 빅뱅 당시에 수소, 헬륨과 함께 창조된 세 가지의 원시 원소로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물질 중 하나다. 리튬처럼 가볍고, 전도성이 있으며, 전기화학적 특성을 모두 갖춘 원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리튬처럼 에너지를 잘 저장하는 금속도 없다.


무척 가벼워서 기름 위에 뜨고, 아주 물러서 식칼로도 자를 수 있지만, 반응이 매우 빨라서 물과 공기에 닿았을 때 거품이 일거나 폭발하는 등 화학 실험실 외부에서 원소 형태로 본 적이 없는 물질 중 하나다. 이런 반응성은 왜 리튬이 가장 강력한 배터리의 핵심인지, 왜 21세기 현대 사회의 핵심인지를 설명해 준다.

[리튬 광석과 리튬 원자 출처 구글 이미지]

다가올 몇십 년 동안 탄소 배출을 제거하고 단계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세상 대부분을 전기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더 많은 터빈과 태양광 패널, 수력발전 댐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에너지를 저장할 방법이 없다면 이들 중 어떤 것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배터리가 모든 답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연결고리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다. 가볍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리튬을 능가하는 건 없다. 과학 저술가 세스 플레처(Seth Fletcher)가 언급한 것처럼 “우주는 우리에게 그보다 더 나은 걸 주지 않았다.”

[세스 플레처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살라르 데 아타카마는 단일 규모로는 리튬을 그 어떤 곳보다 더 많이 생산하는 곳이고, 그렇게 많은 리튬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안데스의 화산지대에서 미량의 화산 광물을 품고 깊은 협곡을 거쳐 분지로 흐르는 강물이 선상지에 스며든 뒤 살인적인 남아메리카 태양에 증발된다. 무수한 세월이 흘러 물은 증발되고 농축된 소금 혼합액이 남는데 다른 재료보다 더 빠르게 침전된 염화나트륨이 단단한 표면을 생성한 것이다.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업은, 앨버말(Albermale, 1위)과 칼리치를 아타카마의 다른 곳에서 비료로 만들었던 SQM(2위)이다. 리튬 추출 작업은 비교적 단순하다. 아주 오래된 소금물은 소금 표면 아래 살라르 전체에 자리 잡은 소금우물에서 퍼올려진다. 이렇게 퍼올린 소금물은 거대한 연못으로 보내져 물을 증발시킨다. 이 과정은 몇 달씩 느리게 진행된다.

[아타카마의 광산 염수 웅덩이 출처 구글 이미지]

먼저 염화나트륨이 침전되고, 이어 남은 소금물은 또 다른 커다란 연못으로 보내져 그곳에서 칼륨염이 침전된다. 이어 또 다른 증발용 연못으로 이동하여 마그네슘이 제거된다. 결국 1년이 넘게 땅속 우물에 남은 담청색 소금물은 황록색 용액으로 농축되어 마치 형광펜처럼 밝게 보인다. 이 단계에서 대략 25%의 염화리튬이 되는데, 녹색은 실제로 용액에 남아 있는 붕소에서 오는 것이다.


이 공정은 수천 년 전 이비사섬에서 페니키아인들이 소금을 만들 때 쓰던 공정과 정확히 같은 기술이며, 오늘날에도 소금 장인들이 바닷물로 천일염을 만들 때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리튬 채취 자연증발법 과정 출처 NRDC 리포트, 한겨레신문]

아직 무명이던 시절에 리튬은 조울증과 우울증을 다스리는 특효약이었다. 그리고 용융염 원자로에 반드시 필요한 냉각수이고, 핵융합을 달성하려면 꼭 필요한 삼중수소를 만드는 주된 요소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유리의 강화를 촉진하고, 금속에서 합금 역할을 하고, 리튬 화합물은 미끄러운 성질을 바탕으로 윤활제가 되며, 도자기의 색과 강도를 향상시킨다.


리튬이 우리 삶의 필수적인 물질로 자리 잡은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오랜 세월에 걸친 도전의 결과이다. 그런 점에서 시멘트 제조법의 재발견이나 반도체 발명과 조금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아무튼 튼튼하고, 강력하면서 회복력 있는 배터리를 만들어 내려는 탐구는 한 세기 동안 진행되어 왔다.


더 나은 배터리를 찾아서


배터리의 화학적 성질은 이탈리아인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세기 초 동그란 아연판과 구리판 사이에 소금물에 흠뻑 적신 판지를 넣어 층을 분리했다. 이를 계속 쌓음으로써 한 전극(이 경우 금속판)에서 다른 전극으로 흐르는 전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볼타와 볼타전지 원리 출처 구글 이미지]

반세기 뒤 프랑스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Gaston Planté)는 유리 용기에 담긴 산으로 세척한 나선형 납 전극을 활용해 최초의 충전식 배터리를 내놓았다. 오늘날에도 자동차 엔진을 발동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납축전지(lead-acid battery)는 빠르고 폭발적인 전력을 제공할 수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비교적 낮아 전력 저장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가스통 플랑테의 납축전지 출처 구글 이미지]

에디슨은 주기율표를 따라 납과 황산부터 다른 많은 재료까지 실험했고, 결국 10년을 실험한 끝에 수산화칼륨 용액으로 세척한, 니켈과 철의 복합 혼합물을 최종 결정하고 최고의 스웨덴산 강철로 그것을 포장했다. 광고는 이런 내용이었다. "구조와 원료에서 철과 강철을 사용한 유일한 축전지"


에디슨은 "자연이 운송 수단에 동력을 공급하고자 배터리에 납을 사용하려 했다면 그토록 무겁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금속 중 가장 가벼운 최적의 원소가 배터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였다. 주기율표에서 납의 반대쪽 끝, 수소와 헬륨 바로 아랫줄에 리튬이 자리하고 있다.


에디슨은 자신의 배터리 A셀의 전해액에 수산화리튬을 약간 첨가했는데 결과가 고무적이었다. 누구도 표면 아래에서 진행되는 화학반응을 분명히 정의하지는 못했지만, 리튬은 배터리 성능을 10퍼센트 향상시켰다.

[에디슨이 개발한 니켈-철 배터리 전기차 출처 구글 이미지]

이후 과학자들은 에디슨의 발자국을 따라 다른 배터리 화학반응을 발전시켰는데, 여기엔 니켈-카드뮴니켈-금속 수소가 포함되었다. 이것들은 AA처럼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충전지의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화학자들은 모든 원소 중에서도 가장 유망한 원소를 찾아내고자 고군분투했다. 수십 년 동안 발표된 관련 논문들에 따르면 궁극의 배터리는 리튬의 화학반응에 토대를 둔 것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까지 누구도 이 변덕스러운 물질을 배터리에 넣어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잘 길들이지 못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


최초의 획기적인 돌파구는 1970년대 엑슨모빌(ExxonMobil), 당시 에소(Esso)로 알려진 회사에서 시작되었다. 유가 충격에 직면한 이 석유회사는 한동안 세계 어느 기업보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배터리 부서를 운영하면서, 탄화수소가 없는 회사의 미래를 계획하고자 세계적인 화학자들을 고용했다. 그중엔 영국인 화학자 스탠리 휘팅엄(Stanly Whittingham)도 있었다. 그는 곧 배터리 산업을 뒤바꾼 혁명적 발견을 하게 된다.


당시 배터리 제조사가 직면한 주된 문제는 충전하기나 방전할 때마다 배터리 전극의 화학적 구조가 바뀐다는 것이었다. 에디슨은 이 현상을 극복하고자 오랜 시간을 투자했지만, 배터리의 효능이 그가 원한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결과만 얻었다. 휘팅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리튬 원자가 한 전극에서 다른 전극으로 큰 손실 없이 오가는 방법을 연구했다.

[휘팅엄 출처 구글 이미지]

이를 쉽게 설명해 보겠다. 배터리 내부에 두 개의 고층 건물이 한 세트로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자. 하나는 오피스 빌딩이고, 다른 하나는 아파트이다. 높은 두 건물은 각기 음극과 양극을 나타낸다.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배터리가 텅 비었을 때, 전기화학적 공백 상태를 많은 리튬 이온이 양극(cathode), 즉 주거지인 아파트에서 일하지 않고 쉬는 걸 뜻한다.


하지만 배터리가 충전되었을 때 원자는(혹은 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명칭으로 이온은) 음극(anode)으로 이동한다. 오피스 빌딩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들은 일하러 떠났다.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는 음극의 구조가 이런 충전된 리튬 이온으로 꽉 들어찬 것이다. 배터리가 사용되는 중에 이온은 아파트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러는 중에 전류를 생성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음극과 양극 사이를 오가는 걸 이해하면 우리가 2차 전지라고 부르는 충전식 배터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대략적으로 알게 될 것이다. 이온이 한 전극의 결정체로 된 구조에서 이동하여 다른 전극의 결정체 구조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이 개념이 휘팅엄의 묘안이었다. 그는 이를 ‘삽입(intercalation)'이라 불렀고, 오늘날 배터리 작동의 토대가 되었다.


휘팅엄은 이 이론을 적용해 세계 최초의 충전식 리튬 배터리를 만들었다. 시계용으로 설계된 작은 동전 크기의 배터리였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의 배터리는 킬로그램당(그 크기를 생각하면 그램당) 납축전지 전하의 15배를 보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휘팅엄이 동전보다 더 크게 만들려고 시도할 때마다 배터리는 불길에 휩싸였다.

[휘팅엄의 배터리 구조와 Exxon의 초기 리튬 이온 배터리 출처 구글 이미지]

리튬의 반응성을 길들이려는 노력으로 알루미늄과 합금하기도 했지만, 가연성을 완전히 억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휘팅엄의 배터리는 영국과 일본의 연구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10년 동안 골동품 취급을 받았다. 여기서 핵심 인물인 존 B. 구디너프(John B. Goodenough)라는 비범한 미국인 물리학자가 등장한다.


공교롭게도 그는 오토 쇼트와 카를 자이스가 처음으로 전문적인 유리 제조기술을 완성했던 독일의 도시 예나에서 태어났다. 구디너프는 예일대학교, 시카고대학교, MIT에서 수학 한 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옥스퍼드대학교 무기화학 연구소(Inorganic Chemistry Laboratory)의 책임자를 지냈고, 그곳에서 배터리 개발 사업을 주도했다.


그의 팀이 이룬 업적은 리튬 이온 배터리 양극(앞선 비유에서 아파트)에 맞는 최적화된 제조법을 발견한 것으로 오늘날 옥스퍼드 무기화학 연구소 입구에 위치한 푸른 명판에 새겨져 있다. 문제의 재료는 리튬 코발트산화물(lithuim cobalt oxide, LCO)로, 이것은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을 증진시키고 리튬 이온이 머무를 수 있는 안정적인 양극재를 제공한다. 배터리 폭발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더 이상 필연적이지 않았다.

[옥스퍼드대학교 무기화학 연구소 출처 구글 이미지]

몇 년 뒤 일본에서 최종 도약이 있었는데, 요시노 아키라라는 연구자가 다른 원료를 사용해 완성했다. 그는 구디너프의 리튬 코발트 산화물 양극을 특정 흑연(여전히 험비 정유공장에서 생산되는 니들코크스로 만들어지는 바로 그 종류)으로 만든 음극과 짝지었다. 이 조합은 훌륭하게 작동했다.


요시노가 배터리를 충전하고 방전할 때 리튬 이온은 안전하고 매끄럽게 한쪽 극에서 다른 쪽 극으로 움직였다. 게다가 두 전극을 맞추는 최고의 방법을 알아냈다. 종이처럼 얇은 시트에 재료들을 발라 얇은 막으로 분리된 금속 용기에 감는 것이다. 이 뛰어난 마지막 수완으로 배터리가 과열되기 시작하면 격리판이 녹을 것이고 폭발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요시노 아키라와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 특허 신청서 출처 구글 이미지]

일본 전자 회사 소니는 자사 캠코더에 전력을 공급할 더 나은 배터리를 찾고 있었고, 구디너프가 작성하고 요시노가 조정한 청사진을 만나게 되었다. 두 과학자의 방법을 사용하여 그들만의 인상적인 방식을 추가한 끝에 1992년 첫 리튬 이온 배터리를 만들었다.

[소니 최초 충전 리튬 이온 배터리 출처 구글 이미지]

당시에는 핸디캠 제품 중 일부에 사용되는 선택적 배터리팩이었다. 이 배터리팩은 일반적인 니켈 수소 배터리보다 세 배는 작고 가벼운데 용량은 더 컸다. 이후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점점 빠르게 확산되었지만, 스마트폰이 출현하기 전까지 최적의 장소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회로, 반도체, 모빌, 밝은 디스플레이 등을 갖춘 스마트폰은 전력 소모가 많아 가장 강력한 배터리가 필요했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휘팅엄, 구디너프, 그리고 요시노에서 비롯된 리튬 이온 배터리로 운 용된다. 세 사람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출처 구글 이미지]

유럽과 미국에서 배터리 설계의 그토록 많은 지적 발전이 이루어졌음에도 왜 생산은 늘 아시아가 주도하는 것인가. 간략하게 답하자면 일본에는 고밀도 배터리가 필요한 비디오카메라나 워크맨 같은 전자 제품 제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면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기 시대의 필수 요소가 되었고, 이제 리튬의 수요는 우리의 생산능력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제 살라르 데 아타카마의 광산과 연못은 우주에서도 쉽게 관찰될 수 있을 정도로 커졌으며, 사막 한가운데에 파스텔 물감이 묻은 거대한 팔레트가 떡 하니 놓여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아타카마 리튬 채취 출처 구글 이미지]

가장 가벼운 금속의 그림자


청록색을 띠는 아타카마의 광대한 증발 연못만큼 인류세를 잘 드러내는 곳은 없다. 그것은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세상을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나타내는 신호이다. 그러나 더 불편한 생각, 즉 인류는 지금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 화석연료의 발자국을 또 다른 형태로 대체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칠레의 살라르 데 아타카마는 세계 유일의 살라르(소금평야)가 아니다. 심지어 가장 규모가 크지도 않다. 규모가 큰 염원은 남아메리카 '리튬 삼각지대'로 알려진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에 존재한다. 볼리비아의 살라르 데 우유니(우유니 소금사막)는 가장 유명한 곳이다. 약 3,000제곱킬로미터인 아타카마의 면적과 비교해 훨씬 큰 1만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이 지역은 훨씬 더 많은 리튬을 매장하고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리튬 삼각지대가 세계에서 가장 리튬 소금물이 집중된 곳임을 자랑하지만, 중국의 칭하이-티베트 고원에서도 염호가 발견된다. 또한 스포듀민(spodumene, 리튬 알루미늄 규산염)이라고 하는 단단한 베이지색 바위에서도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단단한 암석의 기원은 리튬이 그리스어로 돌을 뜻하는 리토스(lithos)에서 유래한 명칭을 얻게 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중국 칭하이-티베트 염호 출처 구글 이미지]

스포듀민을 채굴하는 과정은 철이나 구리를 채굴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암석을 채굴해 정제하는 방식과 거의 동일하게, 처리하기 전 발파해야 한다. 호주에서는 이와 같은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어 현재 칠레를 제치고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이 되었다.


그들이 채굴한 스포듀민은 동정광과 다른 모든 광석처럼 전부 중국으로 보내져 정제되고 있다. 암석을 정제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발생시키는 힘든 작업이다.


실제로 단단한 바위에서 생산되는 리튬은 칠레의 소금사막 아래 소금물에서 생산되는 리튬보다 온실가스 배출과 물 사용량이 몇 배는 더 많다. 하지만 이 방법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인내하며 수 백만 세제곱리터나 되는 소금물이 증발하길 기다리는 것보단 발파하여 돌을 캐내는 게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스포듀민 출처 위키백과 구글 이미지]

그리고 더 많은 리튬 생산을 위해 광물 회사들은 새롭고 알려지지 않은 리튬 공급원을 찾고 있다. 영국 남서부 지역의 두 회사가 운영한 지 수십 년이 넘은 오래된 채 석장과 광산에서 리튬을 채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리오틴토는 몇 년 전 세르비아 야다르 계곡에서 발견한 암석에 기대를 걸었다. 자다라이트(Jadarite)는 슈퍼맨을 약화시키는 크립토나이트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화학 성분을 가졌다. 차이점이라면 크립토나이트와 달리 자다라이트는 녹색이 아니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다라이트 채굴 계획은 현지 사회를 격분케 했고, 몇십 년 만에 세르비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위가 일어났다. 2022년 초 세르비아 정부는 리오틴토의 탐사 인가를 철회했다.

[자다라이트 출처 구글 이미지]

리튬을 생산하기 위한 소금물이나 바위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구리 생산이 발전할수록 벌어졌던 일들이 필연적으로 리튬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진짜 문제는 리튬이 얼마나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리튬을 제거하는 데 비용과 환경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노력이 들어갈 것인가이다.


이곳 아타카마에서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당연히 이 자원을 둘러싼 환경 논란 대부분이 물에 집중된다. 대체 왜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에서 리튬을 채굴하는 데 물을 사용해야만 하는 걸까. 살라르 주변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택시 기사, 활동가, 농부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계속 듣는 불만 사항이다.


그리고 그들의 말은 일리가 있다. 소금물을 거대한 연못에서 또 다른 연못으로 옮기기 위해 리튬 광산기업은 실제로 염호 가장자리 땅에서 담수를 퍼올린다. 그 지점부터 강물이 땅 밑으로 떨어졌지만 아직 소금물로 변하지 않았다.


현지인들이 물방울 하나라도 보존하려고 애쓰는 순간조차 살인적인 사막 태양 아래 펼쳐진 광대한 연못에서 증발되는 건 생명을 유지시키고 갈증을 해소하는 물인 것이다. 많은 사람, 특히 살라르가 내려다보이는 여러 마을에서 살고 있고 그곳을 신이 내려주신 영토의 일부로 여기는 현지 토착민 공동체에게 소금물은 그들의 수자원 일부로 정의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광산기업과 규제 기관은 연못의 액체가 물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SQM 임원들은 소금물은 일종의 광물로 생각하는 게 더 낫다고 했다. 소금물은 물과는 무척 다른 특징을 보이며, 좀처럼 물과 섞이지 않고 담수보다 땅속으로 훨씬 깊이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서로 대항하는 두 가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까? 한편으로 물질을 향한 수요와 그걸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있다. 리튬의 경우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균형을 더욱 맞추기 어럽다.


칠레는 남미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불평등한 곳 중의 하나이고 그러한 사실로 인해 2019년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이후 칠레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군사 독재 시대에 만들어진 헌법을 개정하려고 애썼다. 리튬 생산의 국유화도 포함되었다. 몇몇은 리튬 추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헌법 개정 중에 36세의 선동적 운동가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가 대통령에 선출되었고, 활동가들 사이에선 구리와 리튬 생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보유량을 자랑하는 칠레가 제2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싹텄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출처 구글 이미지]

배터리 시대는 새로운 유형의 전기국가를 발생시키는 중이다.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그리고 물론 중국 같은 나라는 이런 재료의 추출과 정제 영역을 지배할 것이다. 20세기의 지정학적 이야기가 중동과 러시아의 독재자 및 폭군의 변덕에 의해 정의되었던 것처럼, 21세기가 지나가면서 결국 나머지 세상이 이런 중대한 원료에 의지하는 동안 새로운 인물과 나라가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이번엔 세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첫째는 우리가 에너지 사다리를 오르기보단 내려가는 중이라는 것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석유, 가스, 심지어 석탄보다 크게 낮은 에너지 밀도를 보인다. 둘째는 우리가 채굴하는 물질들이 연소되지 않고, 이론상 재활용될 수 있다. 셋째는 그런 물질을 추출하는 나라들이 과연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칠레 헌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사람들은 수정안을 거부하는 데 투표했지만,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는 구리와 리튬 추출 규제를 더 엄격하게 하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세상에 이런 물질들이 더욱 필요한 이 시점에서, 이런 전기국가들이 그걸 제공할 준비가 되었는지 분명하지가 않다.


17장 2차전지의 시대기

기가팩토리에서 새로 쓰는 에너지 연대기


네바다 스팍스 북부 사막의 계곡 바닥에는 상단에 붉은 줄이 쳐진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거대한 L자 형태의 건물이 있다. 이곳은 대략 미식축구 경기장을 33개 합쳐 놓은 크기를 자랑한다. 멀리서 보면 낮고 평평한 건물로 보이지만 사실 두 배 크기의 3층짜리 공장 공간을 포함하고 있다.

[네바다 기가팩토리 출처 유튜브]

수백만 개의 배터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AA 배터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굵은 손가락만 한 금속 원통처럼 생겼다. 칭하고 빠르게 지나간 배터리는 윙윙 소리를 내며 작은 트랙과 컨베이어벨트로 움직이고,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실려 강철 가로대에 의해 고정된다.

[테슬라 cell factory 출처 구글 이미지]

살라르 데 아타카마 땅 밑에서 추출된 리튬은 칠레를 떠나 이미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또 다른 공장에서는 양극화 물질(cathode active material)이라고 알려진 혼합물에 섞였고, 이 혼합물은 강철 용기에 딱 맞게 들어가기 전에 전극에 입혀진다.


이 배터리 공장은 재료과학 분야가 대규모의 수요와 정면충돌하는 곳이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이곳의 진짜 난제는 단순히 배터리 내부에서 뛰어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을 만큼 배터리를 양산하는 것이다.


결국 휘발유와 디젤로 움직이는 차와 트럭의 사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없다. 2020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 1 이상이 화석연료 차량에서 나온다. 이러한 사실이 바로 왜 오늘날 배터리를 향한 집착이 그토록 강한지, 왜 이곳이 그토록 중요한 지를 밝혀주는 이유이다.


세계 최초 기가팩토리의 현장


몇 년 전까지 배터리 회사가 한 달에 500만 개의 배터리를 생산한다면 거물급 회사로 여겨졌다. 이 공장은 그 정도 수량을 단 며칠 만에 생산한다. 건설 이후 몇 년 안에 10억 개 이상의 배터리를 만들었으며,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면 100억 개를 돌파했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일명 기가팩토리 네바다(Gigafactory Nevada)로 알려진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1이다. 세계 최초의 기가팩토리이기도 하다. 오늘날 몇 안 되는 건물만이 이 명칭을 사용한다. 이 글을 쓰는 현시점에 테슬라는 네 개 지역에 기가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상하이, 베를린, 텍사스 그리고 뉴욕 북부에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머스크와 그의 공동 창업자이자 엔지니어링 부문을 담당했던 J. B. 스트로벨(J. B. Staubel)에게 전기차 사업에서 다른 모든 걸 제쳐두고 가장 중요한 건 배터리 제조이다. 머스크와 스트로벨은 수백만 명의 자동차 마니아가 기꺼이 내연기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아주 탐나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그들은 차체 설계에 관한 업계의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훌륭한 내부 전력 관리 체계와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이런 야심찬 계획도 최고의 배터리가 실패한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이 네바다 공장에서 아주 엄청난 속도로 리튬 이온 배터리가 생산되지 않았더라면 자동차 업계의 혁명이 벌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공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무엇을 생산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공장에서 그것을 만드는지이다. 사방에 테슬라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지만, 네바다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배터리는 사실 파나소닉이 만든다. 이 공간의 3분의 2는 테슬라가 아니라, 100년 가까이 된 일본 전자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테슬라와 파나소닉 배터리 출처 구글 이미지]

여기서 핵심은 애플이 자체적으로 컴퓨터와 실리콘 칩을 만들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일이 전기차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를 양산하는 건 도전적인 일로 기초 기술이 간단하더라도 여전히 어려운 사업이다.


이곳 네바다에서 만드는 배터리를 잘라 내부를 살펴본다면 지금 말하고 있는 걸 즉시 이해하게 될 것이다. 강철 용기 내부엔 1미터 길이의 무척 얇은 시트가 세 개 들어 있다. 두 개는 검게 코팅된 금속 포일이고, 다른 하나는 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이 얇은 시트들이 배터리이다. 배터리는 리튬이 대부분 들어간 양극, 음극, 그리고 격리판으로 구성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 구조 출처 구글 이미지]

다시 고층 건물 비유를 해보자.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 이온은 문자 그대로 긴 양극 포일에서 음극 포일로 이동한다. 그러는 중에 격리판을 거치게 된다. 쨍그랑 소리를 내는 회전목마식 기계에서 이 포일들은 빽빽하게 감겨 용기에 들어간다. 이른바 '젤리롤(Jelly roll)'이 되는 것이다.


전 세계 기가팩토리는 자사의 '젤리롤 로더(jelly-roll loader)' 성능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용기에 딱 맞게 들어간 이 젤리롤엔 리튬 기반 전해액이 채워지고, 밀봉된 뒤 강철 뚜껑이 덮이면서 제조 과정은 완료된다.


[출처 구글 이미지]

AA 배터리 방식의 실린더가 2차전지의 유일한 형태는 아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스마트폰 내부 배터리는 직사각형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파우치형 배터리나 각형 배터리라고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양과 상관없이 원리는 원통형 젤리롤 내부와 똑같다.


테슬라가 첫 차인 로드스터를 구성하는 부품을 서둘러 모으던 중, 더 얇은 노트북을 만들기 위해 애플과 다른 제조사들은 원통형에서 파우치형으로, 그리고 각형으로 배터리를 교체했고, 갑작스럽게 시장에 저렴한 원통형 배터리가 넘치게 되어 그 결과 이 자동차 스타트업은 아주 반값으로 배터리를 대량 구매할 수 있었다고 한다.


테슬라는 현재 파나소닉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더 높고 비용도 덜 드는 두툼한 원통형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제조하는 계획을 자주 언급해 왔다. 이른바 '콜라캔(coke can)'이라고 하는 이 배터리는 제조하기 무척 까다로운데, 특히 과열과 오작동에 취약했다. 두 회사는 '의존과 경쟁'의 역기능적 관계에 갇혀 있다.


휘발유 자동차에서 가장 가치 있는 단일 부품은 내연 기관이다. 하지만 전기차에서 핵심 부품은 엔진이 아닌 배터리가 된 것이다. 따라서 그걸 누가 만드는지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일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중국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 배터리 생산의 8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네바다의 테슬라/파나소닉 기가팩토리는 다른 경쟁 시설보다 규모가 훨씬 커서 대다수 소식통은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2022년 갑자기 중국 남동부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 푸딩에 있는 CATL 공장에서 60기가와트시를 생산할 수 있고, 네바다 공장보다 30퍼센트 정도 더 큰 공장으로 키울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CATL 푸딩 공장 출처 구글 이미지]

2023년 테슬라는 네바다 공장의 생산력을 압도적인 140기가와트시로 또 한 번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인지, 그리고 다시 추월당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는 짐작되는 바가 없다. 배터리 우위를 향한 전투는 가속화되는 중이다.


중국 회사들은 전 세계 배터리 생산의 80퍼센트를 통제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료도 80퍼센트 통제하고 있다. 게다가 결국 배터리의 가장 귀중한 요소는 엔지니어링이나 포장이 아니라, 양극과 음극에 슬러리 형태로 코팅하는 물질들(리튬과 흑연)이다.


리튬과 흑연을 양극재와 음극재로 만드는 것은 아주 복잡한 사업이어서 그 자체로 하나의 경제를 차지한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우리가 거의 들어본 적 없는 회사들로부터 양극화물질을 공급받는다. 파나소닉은 재료 대부분을 스미토모 금속광산에서, CATL은 재료 대부분을 론베이 테크놀로지라는 회사를 통해 공급받는다.

[출처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전통적인 배터리 제조 방법은 리튬 코발트 산화물로, 리튬과 함께 니켈, 망간, 코발트를 사용하는데(머리글자를 따 'NMC'라고 부른다), 에너지 밀도는 리튬보다 살짝 낮지만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네바다에서 파나소닉이 만드는 테슬라 배터리는 미묘하게 약간 다른 방식으로 리튬에 더해 니켈, 코발트, 산화알루미늄을 사용한다(NCA라고 부른다).


리튬인산 철(LFP)로 부르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철과 인산, 리튬의 결합으로 다른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지만 많은 전력을 담아내지 못한다. 리튬 이온의 제조 방법은 다양하고, 각각의 고유한 장단점이 존재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모든 길은 리튬으로 통한다


이런 모든 화학반응에서 유일하게 제외할 수 없는 금속이 리튬이다. 세상이 전기화되면서 우리는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배터리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가정에서는 요금이 가장 저렴할 때 충전하거나 태양에너지를 저장해서 해가 졌을 때 사용하게 될 것이다. 몇몇 스타트업들은 배터리가 장착된 새로운 조리 기구를 개발했다.


장기적으로 수요가 계속 증가할 리튬의 대안이 될 만한 물질이 있지만(나트륨 이온 배터리 등) 주기율표의 위치를 생각하면 나트륨은 절대 리튬만 한 무게 대비의 전력과 용량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돌파구가 있을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현재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 넣어야 하는 전해액을 제거한 고체 배터리를 연구 중이다. 실리콘 칩이 진공 스위치에 했던 것처럼 기존 배터리에 희망을 전하는 도약인 것이다. 일부는 화학반응의 일환으로 공기를 활용하는 배터리를 연구 중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시제품이 여전히 고체 리튬 배터리 리튬 공기 배터리 등 특정 요소의 특별한 전기화학적 특성을 활용한 그러니까 모든 길은 리튬으로 통한다.


일반적인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 40킬로그램과 더불어 코발트 10킬로그램, 망간 10킬로그램, 니켈 40킬로그램을 포함한다. 이건 음극에 들어가는 흑연을 고려하기 전의 수치이다. 이런 물질들은 물론 다른 어떤 곳에서 가져와야 하고, 물질 확보를 위한 경쟁은 가속화되는 중이다.


CATL의 소유주인 쩡위췬(曾毓群, Robin Zeng)은 티베트에서 채굴권을 사들였지만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의 위치를 유지하려면 이런 저장고 정도로는 막대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2023년에 CATL은 볼리비아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여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리튬을 추출하기 시작했다.

[우유니 소금호수 출처 구글 이미지]

유럽 연합과 미국은 공급량 확보를 목적으로 아주 중대한 광물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배터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했다. 이 법은 백악관이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흑연 같은 중요한 자원을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채굴하고 공급하려는 회사들에 지극히 예외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우리는 미래에 동력을 공급할 자원을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장기적으로 의존하는 일을 끝내야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중국이 배터리 생산뿐만 아니라 배터리 원료 처리도 대부분 통제하고 있고, 중국의 규모의 경제 덕분에, 배터리는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가격이 89퍼센트 하락했다.


이런 비축물이 높이 쌓인 저장고들은 또 다른 재료 비축의 시대를 대비하는 중이다. 늘 저장해두던 코발트와 니켈에 더해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이 추가되었다. 이 재료들은 양극 파우더에 섞이고 전극에 바르는 재료로 이번 비축량은 리튬 삼각지대와 호주의 스포듀민 광산에서 캐낸 광물로 만든 파우더로 보충될 예정이다.


물질 세계의 복잡함을 살핀 사람은 누구든 단 하나의 국가에서 배터리, 반도체, 고급 유리나 화학물질의 공급망 전부를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열강이 세계 대부분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황금과 초석은 물론 여기서 고무, 저기서 구리를 찾던 19세기를 모방하려는 느낌이 든다.


제18장 변화하는 세계

자원의 저주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길


벨기에 브뤼셀 두칼레 거리(Rue Ducale)에 가면 거대한 말 위에 올라탄 중년 남자의 동상을 보게 된다. 이 남자는 레오폴드 2세로 20세기 초 20년이 넘게 콩고를 자신의 사유지로 지배한 벨기에 국왕이다. 그 시기에 식민지의 권력자들은 초창기 자동차 타이어의 고무, 학살된 코끼리에서 얻은 상아, 막대한 광물 자원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고, 그러는 동안에 콩고인들은 기근과 질병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

[브뤼셀 레오폴드 2세 동상과 손이 잘린 콩고인들 출처 구글 이미지]

식민지의 유산은 물질 세계의 불쾌하고도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점령당한 나라들은 권력자들이 떠난 뒤에도 한참 지속되는 파괴적인 유산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자원의 저주’는 채굴 허가권의 유용성으로 종종 부채질되는 고질적인 부패가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콩고만큼 생생한 연구 사례를 제공하는 나라는 없다.

[콩고 카탕가 광산 출처 구글 이미지]

그 어떤 나라도 콩고만큼 풍부한 주요 광물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콩고 남부의 옛 카탕가 지역에는 신콜로브웨(Shinkolobwe)라는 오래된 광산이 있는데,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곳보다도 가장 풍부한 우라늄 매장량을 자랑한다. 다른 지역의 우라늄 농도가 0.01퍼센트인 것과 비교해 거의 70퍼센트에 가까운 농도를 보인다.

[신콜로브웨 광산과 우라늄 광석 출처 구글 이미지]

콩고는 지질학적 특이성 때문에 코발트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발견되는데, 무려 전 세계 사용량의 70퍼센트에 이른다. 대부분의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 방법은 코발트를 사용해 전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을 돕는다. 코발트는 강철 합금의 주요한 원료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원이 불안정한 한 국가에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은 세계 여러 나라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공인되지 않은 전통적인 작업 방식으로 채굴하는 영세 광산의 작업 환경은 아주 참혹하다. 어린아이도 예외 없이 가족 전원이 보통 손 도구를 사용해 남부에 있는 붉은 땅에서 광석을 긁어낸다. 규제력을 지닌 보호책이나 보건 의료는 존재하지 않으며, 치명적인 사고와 부상은 흔한 일이다.

[코발트 광석 출처 구글 이미지]
[코발트 채굴 출처 구글 이미지]

레오폴드 본인을 제외하고 (오카탕가) 광산 연합만큼 직접적으로 콩고 자원의 착취를 상징하는 벨기에의 기관은 없을 것이다. 1906년 국왕이 콩고의 소유권을 벨기에에 이전하는 과정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콩고의 채굴 산업을 통제하고 운영했다.


구리와 코발트, 주석과 우라늄, 아연과 게르마늄, 은과 황금은 모두 광산 연합이 채굴했고 수익 대부분이 벨기에로 흘러들어갔다. 25만 명이 이르는 사함이 이 회사에서 강제로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비협조적인 노동자는 체형이 불법화된 이후에도 일상적으로 치코테라는 말린 하마 가죽으로 만든 채찍으로 살이 벗겨질 때까지 맞았다.


1960년 독립이 찾아오자 회사는 카탕가를 독립 공화국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저지했다. 이 음모는 실패했지만, 콩고의 독립 이후 첫 지도자인 파트리스 루뭄바(Patrice Lumumbar)*는 CIA가 조종한 쿠데타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의 신병은 분리론자들에게 넘겨졌고, 그들은 루뭄바를 죽이고 시신을 처분했는데, 회사가 그들이 루뭄바의 시신을 녹이는 데 사용한 황산을 제공했다고 한다.

파트리스 에머리 루뭄바(Patrice Émery Lumumba, 1925년 7월 2일 ~ 1961년 1월 17일)는 콩고 민주 공화국의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으로 1960년 6월 24일부터 9월 5일까지 초대 총리였다. 그는 19세기 후반 이래 콩고를 통치한 벨기에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설립한 콩고에서 지도적인 인물이었다. 1961년 1월 17일 루뭄바는 카탕가국의 수도 엘리자베트빌로 날아갔다. 거기서 유엔군의 출석에 불구하고, 그는 군대와 카탕가국의 내무 장관이 이끄는 작은 단체에 의하여 잡혔다. 그는 집 가까이로 끌려가 살해되었다. 1961년 루뭄바의 살해는 한번 아프리카 대륙을 식민지화했던 유럽의 권력들의 영향으로부터 통합하고 벗어나는 데 그를 아프리카 국가들의 시도들의 옹호자들로서 분투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출처: 위키백과]


이 회사가 두려워했던 것처럼 1960년대에 이르러 카탕가의 광산들은 국유화되었고, 광산 연합은 안트베르펜(영어식 발음 ‘앤트워프’) 외곽에 있는 호보켄 공장에서 금속을 제련하는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납광석에서 은을 추출하는 일이었는데 2001년 회사 이름을 유미코아(Umicore)로 변경했다. 1970년대 호보켄 공장 인근에 사는 아이들의 혈중 납 농도가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2015년과 2020년에도 다시 그 수치가 상승했다.


지저분한 일도 돈벌이가 될 수 있다


유미코아는 더는 콩고에서 코발트를 채굴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곳에서 나는 금속(니켈, 망간, 리튬)을 가공하여 충전식 배터리 전극에 코팅하는 초고순도 혼합제로 만든다. 또한 그들은 이제 폐기물(버려진 전자 기기, 낡은 배터리, 오래된 기계 등)을 정제하여 수산화리튬, 금괴, 은괴 등을 만들어낸다.

[유미코아 본사와 호보켄 공장 출처 구글 이미지]

전 세계에서 폐품이 재생되는 비율은 강철의 경우 70~90퍼센트, 알루미늄은 42~70퍼센트, 코발트는 68퍼센트, 구리는 43~53퍼센트이다. 리튬의 경우 1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20세기가 모든 소비자가 자주 쓰는 제품을 최대한 업그레이드하도록 권장되던 계획적 내구성의 시대였다면, 다가오는 시대는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이다.


배터리가 재활용의 유용한 사례인 이유인 첫 번째는 앞으로 채굴을 줄이고 싶은 광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콩고의 코발트 채굴의 열악한 환경, 심해 채굴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니켈이나 리튬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이슈들로 인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의 광물이 어디서 왔는지를 입증하는 배터리 패스포트를 만드는 글로벌 배터리 연합(Global Battery Alliance)을 결성하는 등 최근 점점 더 광물의 원천에 집중하게 되었다.

[글로벌 배터리 연합 출처 구글 이미지]

두 번째 이유는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이 새로운 산업이라 반복되는 자원 채굴의 고리를 끊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이 한참 나중에야 고려 대상인 다른 대다수 산업과 무척 대조적인 현상이다. 이제 새로운 배터리를 사용하면 사태가 달라질 가능성이 보인다.


그렇다고 남아메리카 리튬 삼각지대의 살라르에서 나는 소금물과 호주 오지에서 폭발을 통해 얻는 스포듀민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2030년까지 배터리에서 얻을 수 있는 광물은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예측 수요의 10분의 1 정도만을 제공할 뿐, 여전히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유미코아가 이 게임에 뛰어든 유일한 회사가 아니다. 테슬라의 공동창업자인 스트로벨레드우드머티리얼스(Redwood Materials)를 세웠는데, 수년 내에 낡은 전기차 배터리 수백만 개를 재생하고자 한다. 여기에 리사이클(Li-Cycle)이라는 캐나다 스타트업과 중국 GEM, 그리고 CATL의 재활용 분야 자회사 브룬프(Brunp)도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미래로 나아가는 길


배터리팩은 접착제와 잠금장치로 무척 단단히 밀폐되어 있어서 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 중 하나는 첫 단계, 즉 배터리를 불태우지 않고 이상적으로 분리하는 일이다.


다음 단계는 정확히 배터리를 태우는 일이다. 작은 배터리를 거대한 용광로에 넣고 녹인다. 용광로에서 나오는 용융액에는 니켈, 코발트, 구리가 들어 있고, 배출되는 슬래그(광재)는 리튬을 포함하고 있다. 슬래그는 건식 야금 방식으로 처리한다. 현재 이 방법이 최선이고, 구리, 코발트, 니켈은 95% 이상 재사용할 수 있으며, 리튬은 그보다는 덜 인상적인 50% 수준인데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하지만 세계는 2030년까지 수요를 충족할 만한 충분한 리튬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살라르 데 아타카마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양극재와 배터리 제조사가 요구하는 수산화리튬을 모두 제공할 정도로 빠르게 소금물을 증발시킬 수 없다. 더욱 빠르게 염호를 배수하려고 밀어붙인다면 칠레 당국은 이 사업을 전면 금지시킬지도 모른다.


인류는 앞으로 평탄치 않은 몇 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인간의 주된 제약이 상상력의 빈곤뿐이라고 굳게 믿었다. 우리는 무척 세련되고 매끄러운 경제 체계를 만들었고, 그다음에는 그걸 구축했던 물질에 대해서 완전히 망각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탄소 중립을 이루고자 하면서 우리는 열역학과 물질의 제약이라는 피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구축하는 중이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인류는 땅에서 에너지 자원을 찾았으나 오로지 연소만을 목적으로 했다. 석탄, 석유, 가스는 추출되고 소각되는 사이 탄소를 배출한다.


이제 우리는 재사용이 가능한 배터리에, 자연에서 캐내고 정제한 리튬을 다시 채워 넣는 중이다. 이렇게 변화한 발전 단계를 선보인다고 해서 채굴과 발파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는 일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상이 정말 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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