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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YES Apr 12. 2021

내가 협상교육을 업으로 삼은 이유 4가지

협상교육이라 쓰고 스캇워크라 읽는다

협상 교육을 처음 접한 건 2006년 알토대학원 (구 헬싱키 경제대학원)의 EMBA 과정에서였다. 김철호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뭔가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 네슬레라는 글로벌 기업에서 영업직으로 시작해서 할인점 본부 등과도 많은 협상을 해봤지만 상대방과의 협상을 이론으로 접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조인트 게인 (Joint Gain), 니블링 (Nibbling) 하이볼, 로우볼 등의 여러 가지 용어도 새로웠고 실제 협상 실습 또한 너무 재밌었다. 그때부터 Getting to Yes (로저 피셔), 협상의 기술 (허브 코헨) 등의 책을 사 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가 나의 협상여정의 1단계였다.


1980년 대에 변호사들이 협상이론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많은 수학적계산방식과 용어가 탄생했다. 단, 변호사들의 업의 특성상 이 때만 해도 협상의 원칙이 ‘Zero Sum (제로섬)’을 기반으로 했기에 내가 상대방으로부터 더 많이 가져오는 것이 우선인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2000년 대에 들어 새로운 이론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Joint Gain’, ‘Win-Win’ 등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를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내가 원하는 바를 모두 얻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Ugli Orange’ 케이스가 많이 인용되는 좋은 예시이다. 오렌지의 숫자는 3,000개로 제한되어 있는데 두 제약회사는 다른 이유로 모두 같은 숫자의 오렌지가 필요하다. 이럴 때는 통상적으로 왜 내가 오렌지가 필요한지 상대방에게 설득을 하다가 결국 흥정을 통해서 중간에서 나누는 것이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결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케이스의 재밌는 점은 알고 보면 한 쪽은 오렌지의 껍질이 필요하고 다른 쪽은 주스를 원한다는 사실이었다. 협상 대화에서 상대방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의 니즈 또한 제대로 알려줬다면 양 측 모두 3,000개의 오렌지 (껍질과 주스를 나눠서)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직장 내에서 후배나 동료들 대상으로 내가 배운 것을 나누다가 그들의 요청으로 아예 대학원에서 배운 협상과목의 교육자료를 내 경험과 합쳐서 교육자료로 직접 만들게 되었다. 내부에서 몇 번 강의자료를 나누다가, 지인인 홍 모 전무님의 제의로 마케팅MBA라는 외부강의의 한 꼭지를 맡아서 ‘마음을 움직이는 협상’이라는 주제로 외부강의도 시작했고, 몇 년 후에는 중앙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도 특강 형식으로 강의를 지속해 왔었다. Getting More의 저자인 와튼 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협상에 대한 새로운 기조의 선봉장으로서 그의 이론을 ‘마음을 움직이는 협상’ 강의 컨텐츠에 추가하기도 했는데, 그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내용(8%)’도 ‘절차(37%)’도 아닌 결국 ‘사람(55%)’이라는 내용으로서 ‘협상에서 공감이 중요하다’라는 주제로 기존 변호사들의 협상이론과는 방향성이 다른 주장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렇게 외부강의를 하던 시기가 나의 협상 여정의 2단계인 시절이었다.


나름 좋은 피드백을 받았었지만 지금은 내놓기 창피해진 '마음을 움직이는 협상' 장표들



지난 2013년 링트인 (Linkedin)을 통해서 영국 스캇워크 (Scotwork) 의 본사의 글로벌 비즈니스 총괄인 워런이라는 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글로벌 협상전문 교육 및 컨설팅 회사라고 소개하면서 한국의 대표자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마침 펩시코에서 영업총괄에서 베링거 인겔하임 컨슈머 헬스케어 비즈니스의 한국 대표로 이직을 하는 중이라서 일단 거절을 했지만 관심을 가지고 본 스캇워크의 교육모델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었다. 협상실습을 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다시 리플레이하면서 피드백을 주는 형식은 내가 알기로는 한국에는 거의 없는 형태의 교육이었다. 그러다가 베링거 인겔하임에서 글로벌 합병을 통해서 사노피 컨슈머 헬스케어로 옮기게 되었고 몇 년 후에는 BAT 코리아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기도 하면서 잠시 스캇워크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2020년에 BAT를 퇴직하면서 다시 스캇워크와 연결이 되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프로그램 자체의 경쟁력이 대단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한국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내가 알던 협상 지식과는 차원이 다른, 검증된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제약사 Top 10 중 9개 사가, 글로벌Top 10 식품/음료 (Food & Beverage) 기업 중에는 7개가 이미 스캇워크의 고객이고 46년 간 121개국에서 교육과 컨설팅이 진행중인 비즈니스이다. 게다가 46년 간 오직 협상만을 연구한 점이다. 협상의 구조와 기술도 100% 내부 (In-house)에서 개발하기도 했고, 어떻게 참가자들이 효과적으로 배워갈 것인지 지속적으로 연구한 케이스와 컨텐트 등도 매우 정교하다. 스캇워크의 전문가과정을 6개월 간 혹독하게 거치면서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던 내 교육내용이 얼마나 보잘 것 없던지,  강의료를 받고 이걸 강의했었다고 생각하니 민망하기도 했다.


두번째로는,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의 결과를 측정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가? 리더십 코칭을 받고 리더십이 얼마나 개선이 되는지,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받고 나서 개선되는 부분을 지표로 본 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스캇워크는 2가지 측면에서 측정이 가능했다. 1)조직의 협상역량을 측정할 수 있다. 스캇워크의 NSCS (Negotiation Skills Capability Survey)는 어느 조직이건 그 조직의 협상 역량을 9개 분야에서 평가한 뒤에 해당 글로벌 업계의 벤치마크와 비교한 보고서를 개발 니즈 (Development Needs)와 함께 제공한다. A라는 외국계 제약회사 한국 법인을 평가한다면 글로벌 제약업계의 벤치마크와 비교를 하는 것이다. 글로벌 스케일과 인사이트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2)교육비에 대한 투자대비수익률을 보여준다. 스캇워크 교육 과정이 끝난 뒤에 90일 이후에 참가자와 그 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데, 여러 질문 중 하나가 ‘교육 과정 이후에 지난 90일 동안 스캇워크 프로그램 때문에 발생한 추가 이익이 얼마입니까?’라는 것이다. 현재 기준에서는 ROI가 13.5배라는 놀라운 투자대비수익률을 자랑한다. 교육비가 4,000만원이라면 90일 동안 얻은 이익이 5억 4천만원이라는 것이다. 스캇워크의 가격은 높지만 투자 대비 효과를 감안하면 전혀 비싸지 않다는 얘기다.


세 번째로는 ‘배움이 몸으로 체득 (Embedded Learning)된다’ 점이다. 자전거를 배울 때 이론으로만 익히는 것이 소용없는 것처럼 협상도 경험을 통해서만이 체득된다. 스캇워크가 배움을 몸으로 체득하게 해주는 이유는 러닝모델에 있다. 이론 강의는 20%, 나머지 80%는  몸소 협상을 실습해 보며 상황 안에서 배움을 가능하게 해 준다. 참가자들이 실제로 협상을 준비하고, 협상하고, 동영상을 돌려 보면서 피드백을 받기에 생생한 경험을 통해 살아 있는 배움을 체득하는 것이다. 46년간 다듬어진 케이스는 매우 정교한 갈등 상황을 만들어 내며 참가자가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본인의 실수를 비디오로 보면서 피드백을 받는 형식은 배움이 몸에 배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실습이 반복되면서 첫번째 케이스에서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하던 참가자가 마지막 케이스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목도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항상 놀랍다. 실습과 경험, 그리고 자기인식 (Self Awareness)을 통한 ‘가르침(Teaching)’이 아닌 ‘배움(Learning)’을 얻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네 번째, 스캇워크의 컨설턴트이다. 남의 이론을 배워 지식으로 전달해주는 강사가 아니다. 실제 한국, 외국계 기업을 두루 거친 관리자이자, 협상이 몸에 익은 협상가로서 본인의 경험을 협상 컨텐트와 합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과정을 진행한다. 한국어로, 한국문화를 바탕으로, 한국의 비즈니스 상황을 이해한 채로 가르치는 것은 이론만 전수하는 강의나, 외국인에게 영어로 강의를 듣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의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외국과 비즈니스를 원하는 한국기업들에게 줄 수 있는 인사이트다. 외국계기업에서 지역본부나 글로벌 본사와 협의할 때, 또는 해외로 진출하거나 해외와 협업을 할 때 문화적 차이 때문에 협상 시 어려움이 적지 않다. (서양과의 협상은 왜 어려울까? 블로그 참고 – 링크) 문화적 차이를 아는 것이 협상 자체를 도와주진 않으나, 이를 모를 시엔 크게 불리할 수 있다. 무엇이 정서적 차이이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아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서양사람이건 누구건 스캇워크의 협상구조와 기술을 익히게 되면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훌륭한 협상가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전혀 다른, 새롭고 견고한 협상 교육의 틀, 이것이 내가 스캇워크의 러닝 모델을 한국에 소개하는 이유이며, 이제 많은 한국의 협상가들이 그 혜택을 실감할 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공식 홈페이지 www.scotwork.kr 

스캇워크 블로그 https://blog.naver.com/sco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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