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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YES Feb 18. 2019

어떤 지식을 가지고 계시나요?

지식의 종류


캘리포니아의 폴게티 박물관에 한 미술상이 찾아와서 기원전 6세기의 대리석상을 사겠냐고 합니다. 세상에 빛을 본 쿠로스 상은 몇 백개 되지 않기도 하지만 훼손이 거의 없는 완벽한 형태의 이 대리석상을 1,000만 달러 정도에 팔겠다는 제의를 받은 박물관 측은 지체 없이 전문가 들을 불러 모아 이 쿠로스 상의 진품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최첨단 기법을 동원해서 조사한 결과 진품으로 결론이 난 뒤에 박물관 측은 구매를 결정했고, 미디어에도 이를 알리기 시작합니다.


그리스 쿠로스 상


그 사이에 몇가지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합니다. 폴게티박물관의 운영위원이던 이탈리아 미술사 학자 페데리코 제리는 조각상을 처음 보는 순간 손톱이 이상하다고 했고, 그리스 조각의 권위자인 에블린 해리슨은 조각상을 처음 보았을 때 뭔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낯설다'고 증언한 것이죠.



불안해진 박물관 측은 그리스에 이 쿠로스 상을 옮겨서 그리스 조각 전문가들을 모아 심포지엄을 열게 됩니다. 쿠로스 상을 처음 접했을 때 아크로 폴리스 박물관장인 게오르그 데스피니스를 포함해서 여러 전문가들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결국 새로운 조사가 시작되었고, 조사팀은 이 쿠로스 상이 가품임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14개월이 걸린 조사팀의 조사보다 단 2초 만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채린 이 전문가들의 판단 비결은 무엇일까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딱 오지만 설명할 수 없는 그 느낌적인 느낌..


이는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인 '블링크'에서 소개된 에피소드입니다. 이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가 쌓여 몸에 체득된 지식을 '암묵지' (Tacit Knowledge)라 하는데 이 저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능력이자 지식과 일맥상통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또 다른 저서인 '아웃라이어'에서 소개된 '만시간의 법칙'과도 연결이 됩니다. 어떤 일이든 10,000시간을 꾸준히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이론인데 이는 하루에 2시간씩이면 13.6년, 하루에 3시간씩이면 9.1년이 소요되는 그야말로 꾸준함과 인내를 요하는 기간입니다.



이에 비해 누구나 배우면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는 지식을 '형식지' (Explicit Knowledge)라고 합니다. 피아노를 잘 치는 방법과 같이 일정 기간 꾸준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암묵지에 비해, 형식지는 가구를 조립하는 쉬운 매뉴얼이나 지도를 보는 법 등 원리를 알거나 배우면 큰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지식을 의미 합니다.



온라인 상에 넘치는 정보와 지식은 때로는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정보를 접하는 데 소중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때로는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얻는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이럴 수록 나에게 맞는, 나에게 혜안을 주는 지식과 정보가 중요합니다. 나의 암묵지를 이론화까지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일단은 어느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볼 일입니다. 커넥팅 더 닷 (Connecting The Dots) 포스팅에서 말씀 드린 것 과 같이 점의 개수는 관심사의 갯수이고, 점의 크기는 나의 전문성이자 암묵지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Connecting The Dots at Brunch


저는 저의 암묵지를 사람과의 소통으로 하려고 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일정 수준의 지식과 경험도 필요하고, 잘 하기 위한 기술도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조건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공통된 목표가 확실해야 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Interest)과 공감 (Empathy)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쉽지는 않습니다만, 30분의 대화로도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거나 마음을 여는 수준이 되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암묵지는 무엇인지요? 여러분에게 암묵지가 무엇인지 알기를, 그것이 계속 자라기를 바랍니다.


*아빠가 쓰고 중학생 딸이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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