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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YES Feb 18. 2019

Connecting The Dots

연결하기

저는 넓고 얕은 지식을 자랑합니다. 저를 아시는 분들은 대부분 알고 계시는 사실입니다.  보험, 건설,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제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업계 사람들하고도 아이스 브레이킹을 포함해서 30분은 대화할 수 있지요.   얼핏 보면 매우 박식해 보이지만 한 꺼풀만 들어가 보면 바닥이 보인 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탄로 나지 않고 여태 살고 있습니다. 아니 탄로 나도 괜찮습니다. 모든 분야를 깊이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저도 일부러 그렇게 되려고 했다기보다는 주위가 산만한 성격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 혜택을 보고 살아서 넓고 얕은 지식과 인사이트를  유지하려고 하지요. 책을 읽을 때도 주제나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고, 종이신문을 십 수년 째 구독하고 있고, 여러 직업과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기도 합니다. 




한 영역에 수년에서 수십 년 간 집중에서 전문가를 넘어선 장인이 되는 시대가 있었고, 여전히 그런 영역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서는 영역파괴나 업계의 융합이 보편적인 지금 시대에서는 박학다식 (지대넓얕)의 컨셉이  유용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넥팅 더 닷 (Connecting The Dots)은 말 그대로 점을 이어 선을 만드는 것입니다.  살면서 보고 겪고, 살펴보고 공부하고 하는 모든 것들을 점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전문성의 정도가 점의 크기와 비례한다면, 전문적이지는 않더라도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 먹고사는 문제와 연관이 적은 그저 관심 있는 분야들은 점의 개수와 비례할 것입니다.




전통적인 예시이지만, 전화기와 컴퓨터가 만나서 스마트폰이 되기도 하고 음악과 IT가 만나서 '지니', '애플 뮤직' 등의 스트리밍 상품이 탄생했고, 동영상과 IT가 만나서 요즘 핫한 '넷플릭스'가 나오기도 했지요. 넷플릭스는 내가 어느 영화를 어디까지 봤는지뿐만 아니라 내가 이전에 본 영화를 바탕으로 취향을 분석해서 새로운 영화를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저장을 하면 오프라인에서도 볼 수 있어 비행기 탈 때나 오프라인 환경에서  편리합니다. 사무실과 자동차와 집을 공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이제 자리를 잡았는데, 사무실만, 자동차만, 내 집만 알았다면, IT를 몰랐다면,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몰랐다면 이런 융합된 상품이 나오기 어려웠겠지요.




스티브 잡스는 ‘걸어온 길(점)을 돌아봐야만 미래와 언젠가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믿었던 직관과 운명이 절대로 배신하지 않고 변화를 만들도록 해주었다고 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점이) 미래에 무슨 역할을 할지 우리는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과거의 점들이 서로 연결이 되는 체험을 할 것이니 그걸 믿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점의 개수가 많을수록 창의적인 선과 융합의 선을 그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스티브는 대학 시절 캘리그래피 수업을 들은 경험이  10년 후에 매킨토시 컴퓨터의 아름다운 서체 (산 세리프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수업을 들을 때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




                                                           

자기 발전 없이 일만 하는 행동, 주말에도 회사 걱정만 하는 행동에 대해서 당장은 회사가 고마워할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자기가 가진 것이 고갈되어 기본적인 성과를 내는 에너지마저 잃기 쉽습니다. 광고 전문가 박웅현 ECD는 그의 저서 '여덟 단어'에서 ‘창의력은 스퀴즈 아웃 (Squeeze Out)이 아니라 스필 오버 (Spill Over)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디어는 짜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넘쳐야 한다는 뜻이죠. 점의 개수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점을 연결시키는 창의력이 흘러넘칠 것입니다.





스피노자는 ‘깊게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라고 했답니다. 저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넓게 알지 못하면 깊이 알게 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국에 대한 발표를 할 일이 많습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설명하지 못하면 역설적으로 한국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알리기 어렵다’라고 예전 상사에게 들은 이후에는 한국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를 연구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하나의 점이라면,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 점을 추가한 뒤에, 두 점 사이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 지를 알게 된다면 한국을 더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든다면 마케팅 직군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마케팅 이론에만 몰두하고 자사 제품의 연구에만 매몰된 채 업계에서의 경쟁자 움직임과 소비자의 행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노력을 소홀이 한다면, 좋은 마케팅 계획이 나오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소비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느 미디어에서 어떤 컨텐츠에 열광하는지, 어떤 소비행태와 구매패턴을 보여주는지는 소비자 리포트 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마켓을 나가 보고, 타겟 소비자가 소비하는 미디어를 경험해보고, 직접 경쟁하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트렌드가 모이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관찰하는 것도 점 하나를 더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소비재 업계의 한 외국계 기업에서  영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영업본부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내가 이 본부에서 영업을 10년 했다'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신 선배는 자나 깨나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인 '커피'만 생각했습니다. 5년 후에도 그 선배는 '내가 커피 영업만 15년 했다'라고 자랑스러워합니다. 문제는 그 선배는 그 회사를 그만 두면 커피 회사 이외에는 안타깝게도 갈 곳이 많지 않습니다.  커피를 판매하는 것에는 전문가일 수 있어도, 그 이외의 '점'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품이 바뀌어도 영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영업과 관련된 분야 즉 마케팅, 물류, 영업기획 등의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했다면 새롭게 취업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전 예전 대학원에서 들었던 강의 중에 '협상'이라는 강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관련된 자료를 찾고 책을 읽으면서 나름의 점의 크기를 키웠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강의를 조금 하다가 나중에는 2개의 대학교에서 학부생과 대학원 학생들 대상으로도 정기적으로 하는 강의가 될 정도로 일이 커졌습니다. 회사에서 시키지 않은 일이었지만 관심을 가지고 추가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얻은 결과이지요. 협상이라는 점을 키우고 있으니, '대학교 강의'라는 점을  그리는 기회가 생긴 것이지요. 이러 다가 협상이 아닌 다른 주제로 대학교 강의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꿈이라면, '협상'에 관한 이론과 실무에 능한 직장인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윈윈 하는 협상'을 알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점이 그려지기도, 있던 점이 커지기도 하는 새로운 기회가 또 올 것이라 믿습니다.



넓게 파는 노력이 깊게 파는 지름길이 될 것이고, 내가 걸어온 길의 점들이 언젠가 미래의 점과 만나서 그어지는 훌륭한 선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섹션 별로 중요한 기사로 채워진 종이 신문의 이점도 결국 점의 개수와 연결이 됩니다. 관련된 칼럼 링크를 첨부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왜냐면] 나는 왜 종이신문을 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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