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볼 영화만 12
마진 콜 (Margin Call, 2011)
감독: J. C. 챈더 (J.C. Chandor)
각본: J. C. 챈더 (J.C. Chandor)
출연: 재커리 퀸토 (Zachary Quinto), 캐빈 스페이시 (Kevin Spacey), 제러미 아이언스 (Jeremy Irons)
2007년에 시작된 미국의 부실 주택 담보 채권 위기(Subprime Mortgage Crisis)를 주제로 한 영화다. 마진콜(Margin Call)이란 빌린 돈으로 산 주식값이 크게 떨어졌을 때, 증권사가 부족한 담보금을 당장 채워 넣으라고 요구하는 비상 경고다. 제때 돈을 채우지 못하면 담보로 잡힌 주식은 강제로 처분된다.
영화 <마진콜>은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의 하룻밤을 다룬다.
미국 사람들은 대부분 집을 구입할 때 집을 담보로 은행 등에서 30년 이상 장기대출(mortgage)을 이용한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이 계속 오르고 투기용 가수요까지 가세해 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높은 변동금리로 비우대 주택 대출(subprime mortgage)을 시행했다. 집값이 계속 오르니 많은 사람들은 높은 금리를 부담하면서도 무리해서라도 집을 구매했다.
또 대형 투자사들은 은행의 주택 대출을 근거로 파생 투자 채권(MBS, Mortgage-Backed Securities) 상품을 만들어 일반 채권처럼 거래했다. 활발한 주택 거래와 함께 이 채권을 통해 투자사들은 많은 돈을 벌었다.
2007년 들어 집값의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고 주택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터지자 이 위기는 연속해서 모든 금융기관까지 밀어닥친다.
미국발 금융 위기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은 2008년 9월 15일 총 자산 규모 700조 원(600 billion dollars)에 이르는 미국 최대 투자사 리먼(Lehman Brothers)의 부도 사태다. 이날 전 세계 주식은 대폭락했으며 미국과 세계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아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계 경제는 아직도 그 충격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Be smart, be first, or cheat
영화에서 한 투자 회사의 직원이 자신들의 주력 파생 상품인 주택 대출 담보 채권인 MBS가 가치를 잃었으며 며칠 사이에 휴지조각보다 못하게 될 수 있음을 발견한다. 목요일 밤에 회장을 비롯한 고위 인사가 모여 대책 회의를 하고 다음 날 아침 자신들이 보유한 막대한 양의 MBS를 모두 팔아치우기로 한다.
하지만 이는 아무 가치가 없는 채권을 오랫동안 거래하던 다른 투자회사와 고객들에게 아무 경고도 하지 않고 떠넘기고, 자신들은 거의 손해 보지 않고 살아남는 비윤리적 행위다.
이에 머리는 좋지만 냉혹한 회장 터드(Tuld)와 아직은 조금은 양심이 작동하는 영업 총책임자 로저스(Rogers)가 충돌한다.
Sam Rogers: The real question is: who are we selling this to?
John Tuld: The same people we've been selling it to for the last two years, and whoelse ever would buy it.
로저스: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누구에게 이 쓰레기를 판다는 말이지요?
터드: 우리가 지난 2년 간 이 채권을 팔아왔던 사람들과 또 사겠다는 모든 사람에게.
Sam Rogers: But John, if you do this, you will kill the market for years. It's over. And you're selling something that you know has no value.
로저스: 하지만 이런 짓은 몇 년간 시장을 죽이는 일이 됩니다. 바로 끝장난다니까요. 그리고 아무런 가치가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파는 격이지요.
John Tuld: We are selling to willing buyers at the current fair market price. So that we may survive.
Sam Rogers: You would never sell anything to any of those people ever again.
터드: 사겠다는 사람에게 판다니까.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는 가격으로.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지.
로저스: 이 사람들에게는 다시는 아무것도 팔지 못하게 된다니까요.
John Tuld: I understand.
Sam Rogers: Do you?
John Tuld: Do you?
John Tuld: [pounding on the desk] This is it! I'm telling you this is it!
터드: 안다니까.
로저스: 정말로요?
터드: 당신이야 말로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기는 한 거야?
터드: (책상을 치며) 더 이상 방법이 없다니까. 정말로.
로저스는 마지막으로 설득을 시도한다.
Sam Rogers: You are panicking.
John Tuld: If you're first out the door, that's not called panicking.
로저스: 회장님도 겁먹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니까요.
터드: 다른 사람보다 먼저 빠져나가면 그 건 비이성적인 일이 아니야.
회장이 가지고 있는 자본시장에서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John Tuld: There are three ways to make a living in this business: be first, be smarter, or cheat.
터드: 이 바닥에서 살아남고 돈 벌려면 세 가지 방법이 있어, 가장 먼저 하던가, 더 똑똑하던가 아니면 속이던가.
자본주의의 속성이 이 말에 다 포함된 것은 아닌지? 소름이 끼친다.
또 이들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정당화하기 위해 궤변도 서슴지 않는다.
Jared Cohen: Sometimes in an acute situation such as this, often, what is right can take on multiple interpretations.
코헨 사장: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는 정당한 일이라는 것도 여러 해석이 가능한 법이야.
A Fire sale
금요일 일찍 로저스는 자신을 신뢰하고 따르며 휴지 조각보다 가치 없는 채권을 팔아야 하는 모든 영업 직원을 소집하여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한다.
Sam Rogers: Thank you all for coming in a little early this morning. I've been here all night... meeting with the Executive Committee. And the decision has been made to unwind a considerable position of the firm's holdings in several key asset classes.
로저스: 평소보다 일찍 와주어서 고마워요. 나는 회사에서 밤을 새웠어요. 우리가 내린 결정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자산 중 상당 부분을 처분하기로 했어요.
The crux of it is... in the firms thinking, the party's over as of this morning. There's gonna be considerable turmoil in the Markets for the foreseeable future. And *they* believe it is better that this turmoil begin with us.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오늘 아침을 기해 좋은 시절은 다 끝났고 곧 큰 위기가 닥칠 예정이라는 것이지요. 회사는 기왕 발생할 위기라면 우리가 시작하자는 결정을 내린 상태요.
As a result, the firm has decided to liquidate its majority position of fixed income MBS... today. I'm sure it hasn't taken you long to understand the implications of this sale, on your relationships with your counter parties and as a result... on your careers. I have expressed this reality to the Executive Committee, and they understand.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오늘 아침을 기해 좋은 시절은 다 끝났고 곧 큰 위기가 닥칠 예정이라는 것이지요. 회사는 기왕 발생할 위기라면 우리가 시작하자는 결정을 내린 상태요. 그래서 우리가 보유한 MBS 중 거의 대부분을 오늘 팔아치우려고 해요. 이렇게 팔아치우고 나면 이제까지 거래하던 사람들과 관계는 엉망이 되는 것이 확실해지겠지요. 이런 우려를 경영진에 전달했고 그들도 이해했어요.
As a result, if you achieve a 93% sale of your assets, you will receive a 1.4 million dollar one-off bonus. If the floor as a whole achieves a 93% sale, you will get an additional 1.3 million dollars apiece.
그 결과로 여러분에게 배당된 물량 중 93% 이상을 팔아치우면 개인당 백사십만 달러 (약 16억 원)를 보너스로 지급할 것이고 여러분 전체가 배당 물량의 93% 이상을 팔아치우면 또 개인당 백삼십만 달러를 받게 될 것이요.
Sam Rogers: For those of you who've never been through this before, this is what the beginning of a fire sale looks like. I cannot begin to tell you how important the first hour and half is gonna be. I want you to hit every bite you can find: dealers, brokers, clients, your mother if she's buying.
이런 일을 안 겪은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이렇게 파는 일은 재고 떨이라고 보면 돼요. 거래 시작 처음 한 시간 삼십 분이 가장 중요해요. 가능한 모든 사람들에게 거래를 제안해야 해요. 거래처 영업직원, 금융회사 중개사, 고객들, 구매 용의가 있다면 어머니에게도 연락해요 어머니 부분은 물론 농담이다).
And... no swaps, it's outgoing only, today. Obviously this is not going down the way that any of us would have hoped, but... the ground is shifting below our feet, and apparently, there's no other way out.
사고파는 일은 오늘 금지예요. 팔기만 하는 거예요. 우리가 평소에 바라던 대로는 절대 일이 풀리지 않고 있지요. 그렇지만 땅은 우리 발밑에서 이미 흔들리고 있고 다른 방도가 없어요.
영업직원들은 양심에는 어긋나지만 개인당 30억 원을 벌기 위해 아무 가치도 없는 금융상품을 자신들과 오랫동안 거래하던 사람들에게 넘길까? 아니면 자신의 최소한의 윤리와 양심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갈까?
탐욕과 생존
부당하고 부도덕적인 조작행위가 금융 시스템에 벌어져도 금융회사 직원들은 저항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모건 하우절의 저서 《돈의 심리학》과 영화 <마진콜>을 연결해 보면, 금융 위기는 단순한 수학적 오류가 아니라 인간의 행동 편향과 심리적 실패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모건 하우젤은 눈에 보이는 화려함을 'Rich'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시간을 'Wealthy'로 구분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맨해튼의 마천루와 고가의 연봉을 누리는 'Rich'의 정점에 서 있다. 그러나 정작 위기가 닥쳤을 때 그들에게는 자신의 시간과 운명을 통제할 자유가 전혀 없다. 또 설사 회사가 부도가 나고 경제가 엉망이 되어 일반 서민들이 큰 고통을 받아도 자신들이 누리던 부와 사치를 계속 즐기는 일에는 문제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진정한 부(Wealth)란 하우절의 말대로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인데, 영화 속 인물들은 그 능력을 과도한 레버리지(Leverage)와 맞바꾼 셈이다. 한마디로 돈의 노예가 되어 조직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영화에서 투자 영업 부장 정도 되는 윌 페럴(폴 베타니 분)이 연봉 이백오십만 달러(약 35억 원)를 벌고도 돈이 "금방 사라진다" 며 허탈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우절이 경고한 '기대치가 수입과 함께 상승하는 함정'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목표 지점이 계속 뒤로 밀려나기 때문에, 그들은 아무리 벌어도 결코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기꺼이 자신들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는 거대한 금융 조직의 톱니바퀴가 되려 한다.
Seth Bregman: Will, did you really make two and a half million last year?
Will Emerson: Yeah, sure.
Seth Bregman: How did you spend it all?
Will Emerson: It goes quite quickly. You know, you learn to spend what's in your pocket.
Peter Sullivan: Two and a half million goes quickly?
Will Emerson: All right, let's see. So the taxman takes half up front, so you're left with one and a quarter. My mortgage takes another 300 grand. I send 150 home for my parents, you know, keep 'em going. So what's that?
Peter Sullivan: 800?
세스: 윌, 작년에 진짜 연봉으로 250만 불이나 받았어요?
윌: 아, 그럼.
세스: 그걸 어떻게 다 쓴 거예요?
윌: 금방이야. 원래 내 주머니에 있는 만큼 쓰게 되어 있거든.
피터: 250만 불이 순식간이라고요?
윌: 자, 봐봐. 일단 나라에서 세금으로 절반을 먼저 떼 가. 그럼 125만 불 남지? 주택 대출 갚는 데 30만 불 나가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 용돈으로 15만 불 보내드려. 그럼 얼마 남았지?
피터: 80만요?
Peter Sullivan: All right, 800. Spent 150 on a car. About 75 on restaurants. Probably 50 on clothes. I put 400 away for a rainy day.
Seth Bregman: That's smart.
Will Emerson: Yeah, as it turns out, 'cause it looks like the storm's coming.
Peter Sullivan: You still got 125.
Will Emerson: Yeah, well I did spend 76,520 dollars on hookers, booze and dancers. But mainly hookers.
Peter Sullivan: 76,5?
Will Emerson: I was a little shocked initially, but then I realized I could claim most of it back as entertainment. It's true!
윌: 그래, 80만. 차 한 대 뽑는 데 15만 썼고, 밥 먹는 데 7만 5천, 옷값으로 한 5만 썼나? 그리고 나중을 위해서 40만 불은 따로 챙겨두었지
세스: 그건 잘하셨네요.
윌: 그러게 말이야. 아무래도 곧 한바탕 폭풍이 몰아칠 것 같으니까.
피터: 그래도 12만 5천 불이 비는데요.
윌: 아, 그건 술이랑 여자들하고 노는 데 76,520불 정도 썼어. 사실 거의 다 여자에게 썼지.
피터: 7만 6천 불을요?
윌: 처음엔 나도 좀 당황스러웠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거 대부분 접대비로 올리면 환급받을 수 있더라고. 진짜라니까!
자본주의는 영원하다. 그러나 어떤 괴물이 될지는 모른다.
사람의 본성에 대해 냉소적일 만큼 날카로운 묘사를 하는 영국의 소설가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은 그의 대표작인 『인간의 굴레에서』(Of Human Bondage, 1915)에서 돈의 본질과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통찰했다.
I tell you that money is like a sixth sense without which you cannot make a complete use of the other five.
돈이란 마치 육감(여섯 번째 감각)과 같아서, 이것 없이는 나머지 다섯 가지 감각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네 “
물론 타인에게 굽실거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선택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바로 돈이라는 논리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더 많은 돈을 향한 욕망 때문에 자신의 영혼과 시간을 시스템에 저당 잡힌 상태다. 그들은 엄청난 부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탐욕이라는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고통은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욕심과 무관심이 자본주의의 근간인 금융 시장의 기본을 왜곡시키고 무너뜨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돈을 버는 일, 돈을 쓰는 일, 돈이 주는 효용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수작이다.
모두 이런 경제 위기에 고생했으니 이런 일은 이제 없을 것인가? 아니, 곧 또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