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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킴 Apr 19. 2019

아마존의 '고객집착' vs. 애플의 '자기집착'

기업들이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은 태생적으로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주요 IT 기업들의 고객가치 성공 사례를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하였다.


어떤 기업들은 CEO의 경영철학이나 사내 행동강령에 고객가치 관련 내용이 아주 명확히 정리되어 반영되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기업들은 회사의 공식적인 경영 방침 그 어디에도 고객이나 고객가치 관련 문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까지 해당 기업들의 성과를 보면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이 더 성공적이라고 단언적으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주요 기업의 고객가치 성공 사례를 정리해서 전파하고자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기업인 LG, 삼성을 포함하여 아마존, 구글, 샤오미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전자에 속한다.


특히 아마존은 이들 기업들 중에서도 다소 과하리 만큼 고객가치를 강조하는 회사 중의 하나이다.  


아마존에는 네 가지 경영 원칙이 있다. 그 첫 번째 원칙이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이다. 사실 여러 기업에서 ‘고객가치 창출’을 최우선 경영 과제로 내세우고 있으‘고객 집착’이라는 다소 과격하게조차 느껴지는 표현을 쓰는 곳은 아마존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만큼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고객가치에 대한 완벽주의적인 집착은 강하다. 그리고 이러한 ‘고객가치에 대한 집착’은 아마존의 모든 사업 운영과 조직 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규범이 되고 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큰 기업도 30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으며 아마존도 언젠가는 파산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이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경쟁자가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고객가치 혁신에 집착하라 Customer Obsession rather than Competitor Focus.


‘베스트 서비스는 서비스가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서비스의 필요성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Best Service is No Service.’


아마존의 핵심 경영 가치를 잘 표현해 주는 문구들이다. 아마존 경영진의 ‘고객가치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진지한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반면 1세대 IT 선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1975년) 애플(1976년)의 경우 회사의 경영이념이나 CEO의 경영철학에서 고객가치가 포함된 문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B2B 사업 비중이 커서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스마트폰 노트북 같은 소비 IT 제품을 판매하는 애플은 다소 의외였다.


오래된 기업이라서 그런가 보다고도 생각해 봤지만 50년 이상된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합리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왜 그럴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각 기업의 탄생 과정과 그 기업이 만들어 내는 고객가치의 특성에 따라 『고객가치』를 바라보는 각 기업의 시각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가치는 각 기업이 만들어 내는 고객가치의 특성에 따라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다. 사업의 경쟁강도가 약할수록 기업의 고객가치에 대한 집착은 약해지고 반면 자기집착은 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분류는 기존에 없던 고객가치를 새롭게 창조creation 해 내는 경우이다. 


즉 기존에 고객들이 안 하던 짓을 "새롭게"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 없던 TV, 라디오 같은 가전제품들을 새롭게 발명하고, 대학 연구소에서나 쓰이던 대형 컴퓨터를 값싸게 소형화해 일반인들이 쓸 수 있게 하며, 스마트폰을 개발하여 기존에 없던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이는 것들이 기에 속할 것이다.


 경우 고객가치의 출발이 발명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아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고객가치를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고객가치 창출 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애플이 처음으로 개인용 맥킨토시 컴퓨터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IBM PC용 운영체제인 도스DOS를 개발하여 처음으로 시장에 선 보인 것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 분류에 속한 기업들은 태생적으로 기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전통적인 방식의 고객가치 창출보다는 독자적으로 새롭게 시장을 창출해 가는데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업 문화도 외부 고객 지향적보다는 내부 조직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친구이자 경쟁자로서 또 한 때는 동업자로서 세계 IT 시장을 이끌어 왔다.


1970년대 중반에 IT 1세대 기업을 창업하고 세상에 없던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만들어내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빌 게이츠스티브 잡스 입장에서 보면 시장은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며 고객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었을 것이다.


물론 개별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보면 많은 실패도 있었지만 어쨌든 시대에 앞서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을 선도한 두 경영자의 경영철학은 지금까지 40년 이상 두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하지만 1970~80년대처럼 창업자의 역량만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수 십 년씩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모든 정보가 개방되어 있고 주요 기업 간의 기술의 격차도 극히 제한적이라 먼저 시장을 만들어 치고 나간다 하더라도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타나는 데에는 채 1년이 걸리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전통적인 IT 시장도 이미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기존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싸워야 하는 새로운 시장에서 두 회사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과거와 경쟁력을 지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오듯이 앞으로 제2의 인터넷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당분간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같은 시대의 풍운아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분류는 기존에 일부 고객만이 향유하던 고객가치를 '대중화' 하는 경우이다. 


즉 기존에 일부 돈 많은 또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특수 계층에서만 폼나게 하던 짓을 "누구나"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일찍부터 카페 문화가 발달된 유럽과 달리 미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았으며 커피 애호가나 여유 있는 일부 가정에서만 커피 원두를 집에서 직접 갈아 마셨다.


이러한 미국의 홈메이드 커피 문화를 유럽식의 카페 문화로 탈바꿈시킨 것이 스타벅스였다. 늘 바쁘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러운 원두커피를 밖에서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갔으며 덕분에 스타벅스는 미국 전역에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릴 수 있었다.


1992년 기업 공개 당시 미국에만 165개 매장을 가지고 있었던 스타벅스는 이제 전 세계 76개국에 2만 개가 넘는 매장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커피 전문점 체인이 되었다.


스타벅스 1호점. 매장의 위치는 1971년부터 1976년까지 시애틀 웨스턴 에비뉴 2000번지였으나 나중에 파이크 플레이스 1912번지로 이동하여 현재까지 성업 중이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출발해 이제는 누구나가 다 전문적인 영상 미디어 제작자처럼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유튜브의 새로운 서비스 정책도 이 두 번째 분류의 또 다른 사례가 될 것이다.


유튜브 - 모든 콘텐츠 사용자가 동시에 콘텐츠 제작자가 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두 번째 분류에 해당하는 기업들 역시 기존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고객가치를 대중화해 새롭게 시장을 창출했기 때문에 생존 차원에서 절박하게 고객가치를 바라보거나 집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마지막 세 번째는 기존에 이미 대중화되어 있던 고객가치를 더욱 효율적으로 진화 발전시키는 경우이다.


즉 기존에 누구나 하던 짓을 새로운 기술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기존보다 더욱  "값싸고 편리하고 폼나게"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매장의 강점과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을 결합해 저비용의 유통구조를 만들고 가격파괴를 통해 기존에 시장을 지배하던 오프라인 유통들을 밀어내고 이커머스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한 아마존,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해 미국 전역에 3,00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 네트워크를 갖추고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던 비디오 대여 체인점 블록버스터를 파산시킨 넷플릭스, 차량 공유 서비스로 기존의 택시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우버, 기존의 단방향 유료 문자 서비스를 양방향 무료 메신저 서비스로 대체한 카카오톡 등 거의 모든 혁신기업의 가치 창출 활동이 이 세 번째 경우에 해당된다.


 이러한 기업들은 태생적으로 기존 전통 기업들과의 경쟁을 전제로 시장에 진입한다. 또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고객가치 차별화를 본인들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으며 당연히 고객가치에 대한 경영진의 집착이 매우 강할 수밖에 없다.


우버는 데카콘(기업 가치 10조 원 이상 스타트업) 1위 기업이다. 최근에는 항공 택시 공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우버 항공 택시를 타고 내릴 수 있는 스카이 포트 콘셉트




물론 모든 기업의 고객가치 창출 활동을 이 세 가지로 획일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겠다.


다만 초기 창업부터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기업일수록 고객가치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태생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일수록 자기 집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얘기를 하면 첫 번째나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자기 집착에서 벗어나 고객가치 중심의 활동을 강화한다면 그 경쟁력은 배가될 것이고, 반대로 세 번째 사례에 해당하는 기업이 고객보다는 자기 집착에 빠져 제대로 된 고객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면 어떤 고객가치를 만들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1. 기존에 고객들이 안 하던 짓을 "새롭게" 하게끔 만들 것인지


2. 아니면 기존에 일부 특수 계층에서만 폼나게 하던 짓을 "누구나" 할 수 있게끔 만들 것인지


3. 이도 저도 아니면 기존에 누구나 하던 짓을 기존보다 더욱 "값싸고 편리하고 폼나게"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줄 것인지


혹시나 첫 번째나 두 번째에 해당된다면 없는 시장을 새롭게 창출한다고 너무 자기 집착에 몰입되어 고객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고 세 번째에 해당된다면 생존 차원에서 더 절실히 고객가치에 집착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저서 『고객가치』 주요서점 링크

  교보문고 https://bit.ly/2STe3M2
  예스24 https://bit.ly/2TinC2z
  인터파크 https://bit.ly/2Cs9mPh

  알라딘 http://aladin.kr/p/T2P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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