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을 보면 OLED TV와 QLED TV의 논쟁이 한창이다. 어느 기술이 더 앞선 기술이고 어느 제품이 더 고객관점에서 우수한 제품인가에 대해서...
두 TV 기술의 큰 차이는 OELD TV는 TV 화소 하나하나가 빛을 밝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QLED TV는 기존 LCD TV와 동일하게 화면 후면에 빛을 밝혀주는 백라이트라는 형광램프가 설치되어 있다.
LG가 OLED 기술을 이용하여 새롭게 개발한 Rollable TV
따라서 OLED TV는 특정부위만을 껐다 켤 수도 있으며 TV 후면에 형광램프가 없기 때문에 폴더블이나 롤러블처럼 디스플레이 형상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반면 QLED TV는 여전히 화면 뒤에 형광램프가 있기 때문에 두께를 줄이거나 형태를 바꾸는 데에는 OLED TV 보다 불리하다. 물론 이것은 기술적인 차이고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별다른 문제이다.
14인치 배불뚝이 브라운관 TV(CRT TV)를 팔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1990년대 후반에 와서 배불뚝이 브라운관 TV가 20인치가 넘는 평면 브라운관 TV로 바뀌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30인치대 LCD TV가 나오더니 이제는 40인치대 LED TV를 거실에 놔도 마냥 작아만 보인다. TV의 화질도 HD에서 FHD(HD 화질의 2.25배)를 거쳐 QHD(HD 화질의 4배)를 지나 UHD(HD 화질의 9배)까지 와 있다.
그럼 이렇게 기술적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화면은 점점 더 커지는 TV는 언제까지 우리 곁에 있을까?
"아니 무슨 소리인가? TV가 우리 생활 속에서 사라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하고 반문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글쎄, 그간 우리 곁에서 사라진 수많은 제품을 생각해보면 TV가 곧 없어진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우리 곁에 있으리라는 장담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곁에서 사라진 제품들을 한번 꼽아보자. 한때 여행 갈 때면 한 손에 꼭 쥐고 다니던 디지털카메라. 지금은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들 외에는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와 30만 화소, 100만 화소 200만 화소 계속해서 카메라 성능을 올려갈 때, 아무리 그래도 독립 제품인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은 못 쫓아가리라, 즉 디지털카메라는 영원하리라.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디지털카메라를 쫓아가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는 변함이 없지만 그 행위를 만족시켜 주는 수단은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를 거쳐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음악을 듣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수단은 레코드판이 돌아가는 전축에서 카세트 플레이어, CD 플레이어로 발전하더니 디지털 음원이 나오면서 한때 잠시 MP3 플레이어가 대세가 되었다가 이 또한 얼마 안 있어 스마트폰으로 대체되었다.
한때 유행했던 카 내비게이션도 사라졌고, VTR, DVD 플레이어도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본격화되며 사라졌다. 심지어는 그 많던 포터블 게임기들조차도 어느 순간 시장에서 사라져 버렸다.
스마트폰의 블랙홀 현상 - 열 손가락으로 다 꼽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제품들이 스마트포의 출현으로 시장에서 사라져 갔다.
집과 사무실에 하나씩은 있던 데스크톱 PC도 다 노트북으로 바뀌었고 그나마도 문서 작성을 빼고는 PC에서 하던 많은 작업들이 스마트폰에서 가능해지면서 PC의 사용 시간은 현격히 줄었다. 문서 작성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만 나온다면 노트북도 곧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럼 TV는 언제까지 우리 곁에서 쓸모 있는 제품으로 그 수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공부하는 아들 때문에 집에 TV를 없앤 지 몇 년 되었지만 신기하게 우리 집 식구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그나마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와이프는 태블릿을 TV로 사용하고 있고 아들은 공부하는 노트북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한다. 물론 TV를 거실에 놔둔다 해도 예전처럼 몇 시간씩 TV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즉 시간 싸움 share of time에서 이미 TV가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취미 활동의 증가와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면서 시간 싸움에서 서서히 밀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10년 후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TV가 우리 곁에서 사라진다면 지금 업계에서 하고 있는 OLED와 QLED의 기술 싸움은 크게 의미 없는 싸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는 것처럼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의 행위 자체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으리라. 하지만 그 수단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독립된 제품으로서의 카메라가 사라지고 VTR이 무용지물이 되며 집 밖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 젊은이들이 필수적으로 가지고 다녔던 MP3 플레이어가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사라질지 누가 생각이나 했었을까?
그래서 생각해 본다. 아직은 우리 곁에 쌩쌩하게 살아 있는 TV나 노트북 같은 전자 제품들의 수명이 앞으로 얼마나 남아 있을지... 10년 후에도 노트북이 우리 곁에 있을까? 10년 후에도 지금 같이 큰 TV가 우리 거실의 한쪽 벽 중앙을 크게 차지하고 있을까?
이처럼 우리 주위에 있는 제품들의 남아있는 수명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면 현재 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몸담고 있는 기업들과 이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미래를 준비해 나가는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작년 12월 구글의 모회사인 ABC의 자회사 웨이모 WAYMO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했다. 서비스 구조는 우버와 비슷하며 스마트폰 앱으로 목적지를 지정하고 택시를 부르면 자율 주행 택시가 집 앞으로 온다.
구글은 이러한 자율주행 택시를 조만간 1만 6천대까지 늘린다고 한다. IT 기업 구글이 택시 운송업에 발을 들인 것이다. 우버는 한발 더 나아가 드론 택시의 시험 운행을 시작했다. 5G의 도입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용 택시가 10년 후에도 계속 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싶지 않다.
구글의 웨이모 자율주행 플랫폼을 탑재한 무인 택시 - 2018년 12월 미국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택시업계와 '타다'와 같은 공유 자동차 서비스 업계 간의 생존을 담보로 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택시뿐만이 아니라 일반 승용차도 마찬가지이다. 언제까지 지금과 같이 운전석과 운전대가 달린 차량이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을까? 10년? 20년? 자율주행이 일반화되었을 때의 승용차의 모습은 분명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오늘도 일상생활 속에서 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름 의미 있는 역할들을 잘해주고 있는 제품들을 보며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저 제품은 수명이 얼마나 남았을까?' '10년 후에도 저 제품이 나와 함께 있을까?'
개인적으로 PC의 수명은 10년, TV의 수명은 20년 정도가 남지 않았을까 싶다. 우선 시간의 싸움 share of time에서 밀려 10년 후에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거나 책상에 앉아 문서 작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듯하다.
문서 작성은 음성인식과 글 써주는 프로그램(일종의 소프트웨어 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고 TV 시청은 콘텐츠가 AR, VR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개인용 글라스로 빠르게 대체되지 않을까?
AR 기술이 콘텐츠 제작에 도입이 되면 같은 드라마라 하더라도 보는 시청자에 따라 주인공이 중간에 죽을 수도 있고 끝까지 살 수도 있다.
즉 게임 콘텐츠처럼 일반 영상 콘텐츠도 시청자와상호작용 interaction 하면서드라마의 진행 방향을 바꾸어 나갈 수도 있다. 콘텐츠가 이렇게 바뀌면 지금의 TV로는 시청자와의상호 작용 interaction이 어려워 시청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콘텐츠의 변화가 개인용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도 있으리라.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