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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sik Mar 29. 2020

메모해서 빌려쓰고 싶다

Class 101 - 팔지 않아도 사게 만드는 공감 4

오늘 2개의 강의를 연속으로 들었다. 제목을 봤더니 연속으로 쭉 이어서 시청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 두 강의의 핵심 주제는 '메모'와 '재창조'.

'메모'는 역시 메모를 잘 하자. '재창조'는 창조 말고 편집을 해보자.


당연한 말처럼 들렸지만 강의를 듣다 보니 내가 예상한 내용과 조금 다르게 흘러간 부분도 많았다. 오늘은 강의 내용보다도 나의 예상과 왜 다르게 흘러갔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메모의 힘

언제나 어디서나, 메모장은 옆에 있어. 강할 때나 약할 때나, 메모장은 옆에 있어.


메모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생각은 많이 하지만 늘 흘러 보내는 편이랄까. 아이폰 메모장을 켜서 타이핑을 하려다가도 '에이~ 해서 뭐해' 하고 그만두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필이 꽂히면 부와아악 하고 쓰기도 하지만)


보통은 노트에 메모하는 버릇을 기르라고 한다. 특히 회사에서는 '으이? 상사가 말하는데 왜 안 받아써!'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수능 언어영역에서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는가. 화자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또는 그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그래서 그런 책들도 유명하다 '필기로 성공한 비법' '메모가 바꾼 나의 인생' 등. 그 의도가 어찌 되었든 메모를 하고 시간이 흘러 다시 그 메모를 찾았을 때, 나는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 당시 상황과 의도, 그리고 내가 느꼈던 모든 것들을 잠시나마 다시 느껴볼 수 있다는 말이다.


아이폰 메모장에 끄적거렸던 내용들


여행 중 느꼈던 감정을 필기해보기도 했고, 갑자기 떠오른 서비스에 대한 why/finally를 써보기도 했다. 이런 활동이 처음엔 웃기기도 했다. 쓰다 보면 '이거 나중에 보기나 할까?'.


확실히 도움된 경우도 있다. 회사에서 일할 때 주로 다이어리에 '이런 마케팅 전략은 어떨까?'하고 수기로 기획서를 쓰곤 한다. 수기 기획서의 첫 시작은 정말 작은 키워드로 조그맣게 시작한다. 그러나 마지막엔 결국 엄청난 성공이 될 것이라는 엄청난 포부를 품고 있더라.


이런 수기 기획서는 실제로 마케팅 전략에 옮기기도 했다. 예를 들면, '물류기술이 뛰어나다'를 알리기 위해 줄곧 지켜보던 IT 유튜버를 섭외해서 어떤 꼭지를 내세워서 영상을 찍을지에 대한 기획서를 쓴 적이 있다. 이 기획서는 실제로 PPT 문서화되었고, 2018년 초에 실행하게 되었다.




빌려 써요

매 번 새로운 아이디어 만들긴 어렵거든요


첫 입사 후 하루 중 제일 많이 한 일이 카피 쓰기였다.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기에, 바쁘면 단순히 떠오르는 대로 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창조보단 빌려 쓰기가 편했다.


출처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중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제목이 워낙 인상 깊어서인지 아니면 무난해서인지, 이곳저곳에서 발견된다. 예전에 '슬기로운 감빵생활' 때에도 비슷하게 발견되었던 것처럼.


출처 : Gmarket 메인 배너


위에서 보이듯 국내 이커머스 1위에 빛나는 지마켓 메인 배너에서도 '슬기로운~'으로 시작하는 카피를 쓴 배너를 2개나 찾을 수 있다.


원 재료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의 타이틀을 편집해서 카피로 승화시킨 것이다.


출처 : SSG닷컴 프로모션 배너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를 원 재료로 사용해 SSG는 '아무 놀이 챌린지'로 카피를 썼다. 물론 서브 타이틀도 노래 가삿말을 차용했다. 사람들에게 익숙하거나 유행되는 원 재료를 통해 카피로 재가공하는 일은 옛날부터 번번이 일어났다.


이 일은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꽤나 어렵다. 또 보기엔 지루해 보이지만 가끔은 아주 큰 한방이 될 수도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을 테다.


예를 들면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를 재가공할 때 말이 되지 않는 카피가 되거나 또는 이해하기 어려운 카피가 되면 안 되므로, 재가공할 때 여러 실패와 도전을 거칠 수밖에 없다.


아 그렇다면, 큰 한방은 뭐가 있을까?

그 사례들을 한 번 천천히 살펴보자.



법 블레스 유


출처 : tvN 밥 블레스 유


tvN 예능 중 핫한 먹방 프로그램, '밥 블레스 유'. 혹시 이 프로그램이 처음 나왔을 때 유난히 많이 사용되는 카피를 본 적 있을까? 대부분 '**블레스 유'라는 식으로 활용되었는데, 내 기준에서는 그중 기억 남는 카피는 하나도 없다.


딱 한 가지를 제외하고. '법 블레스 유'.

'법 블레스 유'는 괘씸한 짓을 한 사람에게 법 때문에 해코지를 못하니 '너는 법 덕분에 산 줄 알아'라는 말을 돌려서 전달하고자 만들어진 신조어다.

(한국어 만세)


카피는 아니지만 정말 큰 한방으로 자리매김한 재가공의 사례다.



사딸라


출처 : 버거킹 유튜브


드라마 야인시대의 극 중 김두한 역을 맡은 김영철 배우의 명대사, '사딸라'. 미군을 상대로 일당을 1$에서 4$로 협상하면서 나온 소위 '김두한식 협상' 장면에서 유래된 유행어인데,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다가 버거킹 광고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사실 김영철 배우는 작년 한 해 많은 광고를 찍었는데, 배스킨라빈스에서 '넌 나에게 모나카를 줬어'라든지, 라이즈 오브 킹덤에서 '누가 라오킹 소리를 내었는가'라든지. 그의 유행어들을 모두 크리에이티브로 승화시켜버렸다.


이 또한 카피는 아니지만 크리에이티브로 승화시킨 완성 사례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vs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지


출처 : 덴탈투데이


여기 두 개의 카피가 있다. 전자는 이가탄의 TV광고 카피고, 후자는 인사돌의 TV광고 카피다. 무엇이 더 기억에 남는 카피인가. 개인적으로는 전자다.


전자의 일명 '씹뜯맛즐'은 새롭게 창조된 카피다. 2-2-3-3 운율에 멜로디를 더해 중독성 있는 CM송으로 만들어, 새롭게 창조되었으나 소비자들에게 아주 강력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반대로 후자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속담을 활용해 재치 있게 풀어낸 카피인데, 새롭게 재가공한 카피로 소비자들 앞에 나섰다.


재가공하더라도 원 재료가 모든 소비자에게 인상적인 내용이 아니면 실패할 수도 있다. 큰 한 방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최근까지도 명인제약은 이가탄 광고에 '씹뜯맛즐' 카피를 쓰고 있다. 반면 동국제약의 인사돌은 저 카피를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다. 효력이 떨어졌을까.




그래도 잘 빌려 써봐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결국 모방의 연속.


출처 : 구글 '하늘 아래 같은' 검색 화면


성경 구절 중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창조하셨기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창조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를 조금 비틀어 나온 신박한 카피가 바로 '하늘 아래 같은 ***은 없다'다.


이처럼 지금도 생겨나는 카피들은 사실 언젠가 이전에 누군가에 의해 쓰였을 문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쓰는 모든 카피들은 재가공, 즉 모방일 수밖에 없다. 완벽한 창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잘 빌려 써야 할 것 같다.

이왕 쓰는 카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할 테고 가고자 하는 목적성과 잘 부합할 수 있도록,


하늘 아래 같은 카피는 없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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