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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전 석현 Jan 07. 2021

모두들 평화로운 한 해 되시길...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한 해를 위로라도 하듯 2021년 새해 첫날부터 하늘에선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두 아이는 밤새 내린 눈을 신기해 하면서 한시라도 빨리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감기라도 걸리면 새해 벽두부터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할까 봐 엄마는 노심초사다.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결국 밖으로 나가 눈놀이를 하자고 결정했다. 아이들 몸속에 찬기운 들까 봐 엄마는 스키복으로 아이들 중무장시켰다. 그 사이 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내려 보온병에 담았다. 아이들 언 몸 녹일 수 있을 만큼의 따뜻한 물도 함께 챙겼다.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에서는 벌써부터 많은 아이들이 눈 놀이에 정신이 없다. 

나 역시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작은 눈 뭉치 만들어 눈싸움 일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 이제는 체력이 따라주지 못해 그새 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가뿐 숨도 고를 겸 눈 내리는 놀이터 벤치 한 켠에 앉아 집에서 타 온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마시니 왠지 더 운치가 있어 보인다.  

말 그대로 새해 첫날 눈꽃이 피었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 보니 아이들 낀 마스크는 눈, 코, 침, 입김이 눌어붙어 눅눅해졌다. 집으로 들어갈 때가 된 것이다. 더 놀고 싶다는 아이들 간신히 설득하여 집으로 복귀했다. 


행여나 차가운 날씨에 감기라고 걸리까 봐 욕조에 따뜻한 물 듬뿍 받아 아이들 언 몸을 녹이게 해 줬다. 평소에도 물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 녀석이 욕조에 언 몸을 담그며 하는 말, “나 지금 너무 평화로워~”

차가운 날씨에 꽁꽁 얼었던 몸을 따뜻한 물에 담갔으니 온 몸에 온기가 돌터... 그런데 그 느낌을 평화롭다고 표현하는 아이의 말에 흠칫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통 목욕을 마치고 나온 아이의 몸 구석구석을 닦으면서 아이가 방금 전 한 말을 곱씹어 보았다. 

그러고 보니,  ‘평화(平和)’라는 것, 쌀(米)을 고루 나누어(平) 먹는다(口)는 뜻이 아니던가!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 검찰과 법무장관의 갈등, 부동산 폭등 등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지 못한 시간을 보냈다. 21년 한 해는 작년보다는 더 평화로운 한 해 되시길 희망해 본다.

떠나보내는 한 해의 아쉬움을 눈 밭에 그려보았다. 2020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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