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번외편 - 비가 오기 전에 얼른 후딱

by Aner병문

1주일 정도 이래저래 신경쓸 일이 많아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데다가, 사범님 생신이 겹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또 아침에는 어머니 따라 정화조 청소 돕는다고 세 시간 자고 일어나서 멍한 상태로 아내와 함께 육아를 하다가 결국 고꾸라지듯 침대에 엎드리자마자 모처럼 바로 잠들었다. 아무리 커피를 줄인들, 입에 달고 살던 버릇이 있으므로 한두 번 정도는 깨어 화장실에 가는 편인데, 어제는 웬일인지 아내와 소은이가 올라와 깨우도록 침을 흘리면서 달게 잤다. 어찌어찌 오늘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예견된 비가 수도권은 훨씬 늦어서, 아직도 충청도를 두들기고 있다고 하니, 물론 부여를 비롯한 충청도민들 큰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나, 일단은 물기 머금은 바람이 무겁게 어깨와 무릎을 감아채는 밤에도 얼른 밀린 훈련을 마저 했으면 싶었다. 그래서 집으로 서둘러 돌아와 물통을 부려놓고, 쓰레기를 정리해서 버리고, 집안 정리를 하고 소은이를 아내와 함께 재우다가, 비로소 11시쯤부터 하여 또다시 달밤의 체조를 시작했다. 날이 그리 덥지 않고, 모기가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3단 승단을 준비하도록, 이제 나의 하루 훈련량은 완전히 정해져서, 틀 연습을 쭉 돌고 나서 보 맞서기를 전부 연습한 다음, 체력 단련과 유연성 훈련을 하면 거의 끝이다. 도장을 가지 않더라도 옥상에서 보통 이렇게 하고 나면 한시간 십오분에서 삼십분 정도 걸리며, 씻고 빨래하는 시간까지 하면 얼추 두어 시간 다 되어가므로 아무리 아내와 아이가 잠든 시간이라고 해도 남편이자 아비로서 무시 못할 호사다. 행여나 도장에서 사제사매들과 어울리면, 다른 분들을 돕는만큼, 훈련의 밀도가 떨어지고, 중간중간 더 자주 쉬게 되므로, 여기에 맞서기를 좀 더 하여 균형을 맞추는 편이다. 아닌게 아니라 맞서기 연습도 꾸준히 해서 몸의 감각을 더 올려야 하는데 걱정이다. 좌우지간 늘 할 수 있는만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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