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많이 먹여주고 싶다.
코로나 확산이 익숙해지면서, 교회에서 다시금 점심을 먹은지 좀 되었다. 어제.권사님께서 고추장에 무친 뒤 들기름에 살짝 볶아낸 건나물반찬이 맛있기에 당연히 말린 버섯이겠거니 했는데, 알고보니 호박이었다. 선선한 가을볕에 애호박을 바싹 말려다 양념해서 볶아내면 쫀쫀하게 씹히는 맛이 이렇게 좋아진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도와 매해 김치도 담그고, 웬만한 찌개며 국 정도는 그냥저냥 끓일 줄 알지만, 버섯으로 착각한 밑반찬은 또.처음이라 나중에 아내나 아이에게 해줄 요량으로 간단히 하는 법을 배웠다. 바닷가 사람인 아내는 겨울되어 굴맛이 들 철이면,굴이 먹고 싶다며 입맛을 다셨는데, 어머니께서 좋은 굴을 사다, 달걀과 밀가루를 입히고, 당근이며 파, 양파 등, 갖은 녹황색 채소를 얹어내 부친 굴전은 그 중 일품이었다. 평소 아내는 술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비 오는 날이며 자주 전을 부쳐주곤 하는데(물론 그 때 술 마시면, 다음주까지 못 마심.ㅜㅜ) 나도 아내에게 꼭 돌려주리라 마음먹고 굴전 만드는 법을 잘 적어놓았다.
최근에 바빠서 몇 번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다. 그나마 유튜브에 회자되는 혜자도시락이 제일 나았다. 함께 일하면서 약 2년간 밥 잘하는 유진이와 털보 큰형님이 해주는 밥을 먹다 다시금 속세로 나와 구내식당의 밥을 입에 물었을 때 그 푸석푸석한 식감과 플라스틱을 핥는듯한 비린내에 진저리를 친적이 있다. 지금도 삼각김밥을 먹을때면 일부러 데우지 않고 먹는다. 데우면 올라오는 오래된 쌀의 향을 견디기 어렵다. 퍽퍽한 밥맛을 가리고, 맛의 무게감을 주기 위해 달고 짜고 매운 양념을 잔뜩 넣는다. 그런 맛에 길들여진 혀는 슴슴하고 담백한 맛에 무감해진다. 맛의 축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미 예전에 비해, 사시사철 농약과 하우스로 재배하는 과일 채소와 옥수수 사료로 키운 육우육돈 등은 그 영양분이며 감칠맛 등이 많이 줄어들었다. 좋은 재료를 찾으려면 더욱 발품을 팔아야한다.
혼자 벌어 셋이 먹고 사는 빠듯한 가정이지만, 아직까지 아이에게 정백당 넣은 가공육이나 자극적인 탄산을 많이 먹이지 않았고, 좋은 잡곡에 좋은 생선, 고기, 나물 등을 먹이려고 애쓴다. 제 어미를 닮아서인지 딸은 우유와 콩나물을 잘 먹고, 날 닮아서 육회, 생선회조차 가리지 않는다. 곽선생이 애들은 미역국 좋아하나? 해서 아니, 우리 소은이는 갈비,육회, 광어 좋아해… 했더니 뒤집어진적이 있다. 제 애비와 할아버지의 술상에서 나도나도! 를 외치며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 탓이다. 콩밥과 김치, 멸치 등은 어렸을때부터 잘 먹었고, 브로콜리도 카레에 섞어주었더니 결국은 맛을 들여 싫어하지.않게 되었다.
결국 사람된 도리와 말과 글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식의 입맛을 정하고 기르는 이도 부모다. 제 나이 먹으면 부모는 고루하다며 또래와 어울려 과자며 음료수도 먹고 다닐 날이 분명 올 터이다. 그 전까지 좋은 맛의 본을.보이는 일도 부모의 일이다. 함께 밥과 국을 짓고, 김치도 담그고, 때 되면 송편 만두도 빚어보고, 큰 냄비에 전골도 끓여 나눠먹고픈 꿈이 있다. 가족 의 다른 말인 식구 란 함께 밥을 먹는 이들이란 뜻이다. 남하고도 시간내어 술 마시는데, 사랑하는 내 처자식과 스스로 만든 밥상으로 이야기 나누는 귀한.시간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