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결혼.ㅡ 평생 관계를 유지할 각오.
삼천년 전의 단지 오천 글자만이 전해지는 노자의 도덕경조차 한 번 읽었다고 끝이 아니요, 수없는 주석과 풀이가 엎치락뒤치락 갑론을박을 한다. 뜻이 없다면 모르되, 뜻을 두었다면 갑골이나 죽간에 희미하게 새겼을 옛 글자 하나를 평생 붙잡고 살 각오를 해야 한다. 나는 학비도 떨어졌지만, 그럴 각오도 유지할수 없어서 공부를 그만두었다.
공부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그랬다. 유기농이 비싸다 투덜대는 이에게 굳이 사라 강권하지 않는다. 특정 회사 제품이 쓰기 복잡하다 어려워하는 이에게 굳이 비싼 돈 주고 배워가며 쓰시라 설득하지 않는다. 도장에 오는 모든 이들이 피 튀기는 맞서기를 통해 실전 능력을 기르고, 손발을 단련대에 두드려가며 돌 깨고 병목 날릴 수는 없다. 바라지도 않거니와 감량과 건강, 취미 목적으로 즐겁게 하시려는 분들에게는 굳이 태권도의 여러 분야를 깊이 짐지우지 않는다.
모든 사람간 인연이 그렇겠으나, 결혼은 그 깊이가 더하다. 평생 함께 할 각오 때문에 그렇다. 잡은 고기에.먹이 안준다며, 주석 한 번 쓱 읽고 옛 고전의 모든 풀이 다 아는듯, 반려의 배려에 안주해서 살수는 없다. 내가 해보니 결혼이란, 아무리 가깝고 편한 사이라도 매일매일 가볍게 약속 맞서기라도 하듯, 읽었던 책 잘못 읽었나 다시 읽듯, 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봐 쇄신하고 상대를 살피는 일이다. 피곤하고 번거로운 일이겠으나 반려도 나를 위해 그러할 것이기에 믿고 늘 관계를.새롭게 만들듯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므로 싫다면 안하면 된다. 살다가 인연이 아니어 헤어지는 일이 흠이 아니듯, 미혼도 흠이 아니다. 타인에 대한 헤아림, 평생 타인과 이불덮듯 삶을 같이 쓸 각오없이 상처를 주고받느니 내 가치관대로 내가 아는 영역의 삶을 꾸리고 사는 일도 썩 좋은 일이다. 다만 나는 그렇게 살려니 외롭고 괴롭고 혼자가 감당 안되어 못살겠더라. 그래서 아내와 나의 약한 면을 서로 바꾸었다. 서로 함께 살며 힘들때 서로를 감당해주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