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모자퇴고 ㅡ 이른아침 어머니와 아들이 퇴고하다.
어머니는 물론 나 조금, 아버지 많이, 때로는 근처 다리 밑 장기두시는 아저씨 일당 주고 하루 도움까지 받아가시며 기어이 텃밭을 더 크게 완성하셨다. 때로는 원성도 높았고, 피곤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어머니는 매우 흡족하신지, 늦은 퇴근하여 보면 손녀 밥먹이고 씻겨놓으신 뒤 내게 맡기고, 달밤 아래 커피나 차를 드시며 흐뭇하게 밭을 바라보고 계셨다. 성격의 갈래야 달라도 풍류를 즐기는 기질은 물려받았구나 싶어 나 혼자 웃었다.
다음주 교육자료를 준비하러 회사 가기 전 도장 먼저 들르려 준비중인데, 여동생.먹으라 고추를.잘게.썰어 마늘과 함께 된장에 볶으시던.어머니가 문득 말씀하시었다.
야, 한번 들어볼래? 나가 밭에서 어쯔께(어제) 시를 하나 지었다이.
뭔디요, 말 해봇씨요.
(갑자기 서울말 )주인없는 그리움 있거든 속살이 보일듯말듯 하게만 심고 가게나. 어찌냐? 여그까지는 한방에 나왔다.
어제도 텃밭 뒷정리에 항시 나 회사 있는 동안 손녀 돌보느라 애쓰시는 아버지께서 막걸리 한 잔 드시고 싶다기에 한 잔 나누고 남은 족발 뼈 아침부터 뜯다가 바로 뱉을 정도로 첫 구절은 참말 좋았다. 주인 없는 그리움이라니, 나도 아기 엄마 만나기 전 누구보다 많은 그리움을 가지고 있었으며, 있지도 않을 다섯번째 계절을 그려본 적도.있었고, 부부가 된 뒤에도 그리움이 어찌 사람에만 매여 있지 않기에 이루지.많은 그리움이 더 있다는.사실을 모르지.않았으나, 그 모든 그리움은 오직.내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머니는 주인 없는 그리움을 그토록 가지고 계셨단 말인가. 안사돈ㅡ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뒤로 사는게 허망하다며.조금 사그라들긴 했지만 평생 불꽃같고 무쇠같던 어머니께도 주인이 정해지지.않은 그리움이 있으셨나 싶어.놀랐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았다.
어머니, 시는 깊게 들어가지만 많이 말하지 않는 것이어요. 나발나발 하고자프면 산문을 쓰지 머덜라고(뭐하러) 시를 쓰겄소. 운율이 안.맞응게 입에서 걸그작걸리잖애라.
그것도 좋았는디… 그러믄 니는?
주인없는 그리움 있거든 속살이 보일듯만 심고 가게나.
이라믄 어찌요? 운율이 딱딱 맞제.
어머니는 훨씬 낫다며, 나중에 밭에 붓으로 써서 걸어두겠다며 젖은 손 닦으시고 종이에 적으러 가셨다. 일찍이 한명회는 압구정 땅을 사서 정자에 자신의 글을 써서 자랑했다.했고, 당나라 시인 가도가 싯구의 마지막을 밀다, 와 두드리다 로 할까 고민하다 한유에게 조언을 들은 퇴고의 고사 역시 이미 유명하다. 어머니는 무르고 식었을망정 여전히.날카롭고 뜨거운 분이셨으나 아직은 건재하시다. 안양의 아웅산 수지 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