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오랜만의 본격부녀육아일지 간략보고

by Aner병문

1. 아비의 잘한점

말해 무엇하랴! 맞벌이 부부는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그냥 죄인이다. 하루 한두 시간 가슴이 터질듯 답답하여 집 밖 옥상도장에서 연습하는 태권도조차 눈치가 보였으며 교육 마무리 주간에는 아예 땀조차 흘릴수 없었다. 책은 그동안 단 한 줄도 읽지 못했으며 그나마 활동량과 운동량이 돌아와 9주동안 6킬로가 빠졌다. 덕분에 대회 체급도 미들에서 웰터로 재조정되어 다시 제출해야했다. 이러한 와중에 사실 아비로서 잘한 점을 논하고 이야기함도 우습다. 세상에 사람으로 나서 제 자식 아끼고 사랑치않는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다만 책 읽고 태권도하고 술 마시듯 할수있는 모든 것을 아이에게 했다. 본격 공부 시도는 그중 제일 잘한 일. 아이가 따르고 안 따르고를 떠나서 지금부터 슬슬 해두어야 일이 안되지…



2. 아비의 못한 점

ㅡ 늘상 부족해서 사실 뭐부터 말해야할지 항상 난감한데, 최근에는 역시 대화가 꽤 되는 아이에게 혼내고 윽박지르는 일이 아직도 몸에 배었구나 싶다. 물론 아이가 점점 더 대화와 합의를 알게 됨에 따라, 한창 교육 중에 아버지 어머니 다 편찮으시고 진짜 막막하던 차에 소은이가 떼까지 써서 대차게 한번 혼낸 이후로 정말 조심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몸과 마음이 급한데 소은이가, 소은이가 혼자 할거야! 소은이거야! 하면서 고집 부리면 순간 또 울컥 ㅜㅜㅜ 참자 참아ㅜㅜ



3. 딸내미 잘한 점

ㅡ 다 컸다. 진짜 다 컸다. 드디어 기저귀 떼고 대소변 다 변기에서 가린다. 아직 불안해서 밤새 기저귀 채워놓긴 하지만 아침에도 항상 보송보송하다. 다만 하나 아쉬운건 지지배가 티비 보고싶어서 화장실보다 늘상 요강을 타고앉아 힘을 쓴다는 것. 그러나 기저귀 못 뗄까 전전긍긍하던 때에 비하면 얼마나 다행이냐. 게다가 제 어미 닮아 요리랑 장난감 챙기는 일도, 제 애비 닮아 식사 전 밥상닦기와 반찬 나르기, 식사 후 저 먹은 것 부엌에 갖다드리기도 모두 척척! 무엇보다 소은아, 아빠 얼굴 잠깐 보자! 하고 손 잡고 차분히 이야기하면 잘 알아듣는다는게 참말 좋음.

ㅡ 지금보다 더 아기일때도 감은 잡았다만 역시 제 애비와 다르게 보스 기질이 있어서 뭐든지 소은이 거고, 뭐든지 소은이가 혼자 할거야! 다. 옷 입고 양말 신기, 밥먹기, 물 마시기, 짱난감 뜯기, 특히 최근에 제 무릎에 난 상처에 반창고 붙이기까지 아무리 졸리고 짜증스러워도 뭐든 제 손으로 해야지, 다했다 끝! 하고 잠. 저 기질 잘만 살리면 뭐든 큰인물 될지도..



4. 딸내미 못한점

ㅡ. 늘 하는 얘기지만 잘한 점은 저가 졸리지도 않고 배도 안 고플때 얘기고ㅜㅜㅜㅜㅜㅜ

ㅡ. 고집이 잘못 발현되면 아주 사람 돌아버림. 급하고 피곤한데 아니야아아아아아아 소은이가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드러누워버림. 그래도 요즘은 많이 좋아져서 쌍팔굽준비서기 자세로 소은이.이러면 혼나, 엉덩이 맞어! 그러면 아니야! 엉덩이 아니야, 싫어! 한다음 아주 제법 어디서 봤는지 팔짱을 탁 끼고 흥! 하며 턱까지 야무지게 돌린다. 솔직히 웃기고 귀엽지만 여기까지 어찌어찌 오는중…

ㅡ. 물론 네살배기한테 얼마나 바라랴만 아직 공부 안함. 3만원짜리 한글 장난감 사줘도 시큰둥. 애비 책보는 풍경은 많이 보므로 책은 가까이 하고, 말도 잘하고 숫자도 한글, 영어로 (굳이? 싶긴한데 어린이집에서 배워오는 모양) 하나부터 열까지는 다 셈. 다만 어서 읽고 쓰기를 가르치고 싶은데, 장난감은 장난치기 바쁘고 제 애비 책에는 또 낙서.. 야 인마! ㅜ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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