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060일차 ㅡ 새겨지는 몸에 대하여
그러므로 내가 훗날 아름답고 현명하며 무던한 아내와 내 얼굴을 빼다박은 딸을 두고 평온하게 살리라는 미래를 전혀 알수 없었던 삼십대 초, 나는 여전히 손에 잡히는대로 읽었고, 여러 무공을 전전하다 드디어 ITF태권도에 정착하여 당시 노란띠ㅡ막 단군 틀의 첫 동작인 ㄴ자서손칼대비막기를 배우고 있었을때, 잠시 교분을 두었던 사내의 돌잔치에 초대받아 간적이 있었다. 그는 유수의 명문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처자식이 있었으며 유도를 오래 해서 키가 크고 근골이 좋았다. 전형적인 타격기에 입문하여 마르고 날카로워지는 총각인 나에 비해, 그는 아이를 안기에 딱 알맞은 뱃살과 굵은 팔뚝을 지니고 있었는데, 저 것이 바로 아비의 몸인가 싶어 나는 속으로 경탄하였다.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마셔대고, 책을 읽고, 아직 정통무공인 태권도에 익숙하지 못했던 나는 그때 그의 두툼한 몸이 무척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 이제는 내가 마침내 남편이자 아비가 되었다. 열심히 연습해서 몸은 각져있지만, 술살과 근육이 뒤섞여서 나는 내 몸이 올바른 남편이자 아비로서 기능할지 자신할수 없다. 오래전 내 부러움을 샀던 젊은 수학선생은 갓난아들만 아내에게 남긴 채 이혼했고, 연이 끊어진 부모에게로 돌아가더니 위문여행을 가는 공항이라며 온 전화가 마지막이었다. 이제는 그의 몸과 삶이 어찌 바뀌었는지 알수조차 없다.
어제 무리한 탓인지, 양 무릎이 후벼내듯 빠질듯하고, 허벅지가 땅땅 굳었다. 디딤에 신경써가며 겨우 틀 연습을 마쳤다. 고작해야 훈련의 방향을 달리하고 양을 늘리는것만으로도 맥을 못춘다. 학교를 떠난 뒤로 체계없이 읽어댄 글처럼, 내 몸에도 무턱대고 기술을 새겨넣다 무리하고 다친 흔적들이 많다. 약하고 여린 몸이다.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