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

오늘의 안주.

by Aner병문

아는 사람의 이름을 이 일기에 올리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 김종광 선생님의 첫 경험도 아닌데, 모두 내가 직접 지은 어줍잖은 별호를 올린다. 다만 내가 교육.근무를 할때 옛 제자로 본 그녀의 이름은, 사탕 그림 도안으로도 유명한 화가 이름을 땄는데, 그녀의 숙부가 몹시 좋아해서 그랬다 한다. 그녀는 전 직장에서 비슷한 경력이 있어 이해가 빠르고, 친밀도도 높았다. 몇몇 제자들이 그렇듯 내 사물함에 무언가를 쓱 넣고 가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다름아닌 손수 담갔다는 가양주!! 예전 술에는 마조람을 넣어 발효하더니, 이번 술에는 매실 향이 알싸하다. 어머니 보시면 뭐라할까 싶어 사물함에 2주가 묵혀두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챙겼다. 닷새간 연습한 도복, 책 한권, 수건, 속옷, 커피까지 든 가방이 휘청했다. 전직 아이돌 연습생 동료와 뚜껑에 따라서 슬쩍 맛을 보니 혀에 착착 감기는게 녹을듯했다. 교육 근무 하면 이런 선물도 주시는구나아, 나도 지원해볼까? 하시기에 웃고 말았다.



그러므로 아이 다 잠든 자정에 이제야 녹슨 아비는 묵혀둔 술병을 딴다. 혼자 쩍지게 마시는 술상이 아니므로 맛만 조금 볼 계획이다. 오늘의 안주, 가공치즈, 토마토, 커피땅콩, 그리고 도올 선생의 필로로기 가득찬 머릿말과 강신주 선생의 개념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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