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번외편 ㅡ 다시 한 주의 시작
토요일 아침, 아내가 소은이와 이부자리에서 장난을 치다, 소은이 발을 유심히 보더니, 이기이 수포 아이가? 소은아, 니 수족구 걸맀는갑다! 손, 발, 입에 물집이 잡히며 아프다 하여 수족구 手足口 인데,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얼마전부터 유행이란 말은 들었다. 다행히도 소은이는 발에만 아직 물집이 잡혔으니 약한듯하다 했고, 약한 열과 콧물, 그리고 평소와 달리 자주 피곤해하는 것 이외에는 별일없이 잘 먹고 잘 지내고 잘 놀아서 나도 안심하고 주말 출근을 했다. 어른에게도 안 옮기지는 않지만, 증상은 없다하고 소은이 또래 어린이들에게는 아직 면역이 약하다 하니 다 나을 때까지 선생님의 확인서 없이는 어린이집조차 갈수 없다 했다. 다행히도 소은이는 별탈없이 주말을 잘 보냈으나 행여나 다른 집 귀한 아들 딸 폐 끼칠까 하여 우리 부부는 이 염천에도 실내에는 얼씬도 안 했고, 심지어 교회도 안 갔다. 술을 못 끊고 애 보느라 새벽.예배도 못 나가는데다 주말에도 출근하는 날이 있으니 이럴 때일수록 주일 예배라도 잘 지켜야하는데 아쉬웠다.
아내는 오늘도 아침 일찍 피곤한 몸을 끌고 다시 새벽 첫 차로 내려가고 나는 아이와 병원갈 준비를 했다. 이번주에 어린이집에서 튜브 영화관이라며 튜브 차고 영화보는 일정이 있기에 미리 튜브를 주문하여 불어두었는데, 아이는 주말 내내 튜브를 끌어안고 수영장 가고 싶다 성화였다.
ㅡ아빠, 소은이 키 많이 크면 수영장 갈수 있어요?
ㅡ (소은이 놀아주느라 훈련도 거르고 주야로 땡볕에 엄청 걷기+ 주말 밤낮으로 유기농 맥주에 위스키, 이과두주 마시고 집안일하고 책 읽느라.비몽사몽) 그려, 소은이 많이 자고 키 크믄 갈수 있제.
ㅡ (후다닥 달려가 제 방에서 누워있다 나옴) 자, 이제 다 컸어요? 수영장 가도 돼요?
ㅡ (취중에도 어이없고 귀여운 애비) 그것 갖고 되겄는가? 밥도 많이 묵고, 아빠엄마 말도 잘 듣고, 여섯살 디야 (되어야) 가제, 이사람아.
ㅡ (주방으로 달려가서 옥수수랑 밥 엄청 퍼먹고 배 두드리며) 이제 소은이 여섯 살이에요, 아빠, 이제 수영장 갈수 있어요?
… 아침 내내 이런 식이었다. 아이와 손을 잡고 병원으로 가면서 눈을 맞추고 서울말로 또박또박 이야기해주었다. 소은아, 지금 소은이는 좀 아파. 그러니까 오늘 선생님 뵙고, 선생님이 소은이 안 아프다아 땅땅 도장 찍어주시면 그때 갈수있어. 안그러면 소은이 다 나을때까지 못 가. 어제 교회도 못 갔지? 제 어미나 아비나 지역색 강하게 평소에 말하므로, 서울말로 힘주어 말하면 아이는 좀 더 무겁게 듣는다. 아내와 고향이 비슷하신, 소은이를 오래 봐오신 소아과 선생님은 약간 아리송하신 표정이셨다. 입도 손도 다 깨끗하고예, 발바닥만 쪼매 머가 났고, 열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이건 수족구는 아입니더. 혹시나 손이나 입에 머 더 나면은 그때는 얼른 오쎄요, 근데 아마 안 그럴겁니데이, 어린이집 가도 됩니다.
안그래도 어린이집에서 토마토 따러 간다 해서 소은이도 내심 기대중인지라, 소은이는 와, 어린이집 간다! 하면서 춤을 추고 후다닥 나갔다. 야, 전소은! 아빠랑 같이 가야제! 나는 부득이하게 어머니께 카드 던져드리고, 진료확인서 받아다 소은이를 어린이집에 잘 보냈다.
아, 육아일지 아니고 훈련일지였지.
늦은 출근이래도 시간이 없어서 오늘은 케틀벨과 클럽벨
로 모처럼 철쇄공, 철추공, 한번에 30회씩 반복, 엄청 들고 휘두르고 버텼습니다. 이십여분만에 땀이 홍수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