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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Aug 01.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번외편 ㅡ 가장 더웠던 옥상도장.ㅜㅜ

그러므로 국악계의 젊은 거장 중 하나인 소리꾼 남상일 선생은 입담도 참으로 좋으셨으므로, 어느 방송에 출연하여 하시던 우스갯소리를 아직 기억한다. 득음 得音 하려면 폭포에서 물 맞구 해야되죠? 하던 농 섞인 질문에, 그 역시 씨익 웃으며 머덜라고 그런 짓을 허요, 어디 계곡 가갖꼬 소리 좀 낼라 치믄, 다들 평상에서 닭백숙 잡숫다 시꾸롸! 이래 버링게 연습을 모대, (못 해) 요즘 연습실이 월매나 좋은디요, 냉난방 빵빵허지, 방음 잘되지, 이제 옛날처럼 연습하는 시간은 지났어라.


인도나 네팔, 튀르키예 등의 어린 태권도 수련자들이 도장은 고사하고 지붕도 없는 산등성이 풀밭에서 돗자리 하나 깔아놓고 불볕먼지 비바람 다 맞아가며 연습한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한 적이 있다. 창시자님께서는 교본 앞글에, 도복 한 벌만 있으면 되고, 그조차 없으면 없는대로 러어닝 샤쓰에.반바지만 입어도 할 수 있는 무도가 태권도이니, 지나치게 도구나 금전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셨다. 그러나 가끔 국가의 지원은커녕 부모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어린 수련자들이 어렵사리 대회에 와서 게임센타 오락기에 눈을 빛내며 동전 좀 바꿔줄수 있냐 물을 때는 괜히 가슴이 메일 때가 있다.


오늘 소은이를 봐야되어서 오랜만에 옥상도장에서 연습했다. 늦잠을 자서 아홉시 무렵부터 시작했더니 날이 습하고 해가 따가워 정말 숨막히고 괴로웠다. 나는 도복 바지에 짧은 셔츠만 입고 연습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데, 정신론이나 예절을 떠나서, 줄줄 흐르는 땀을 도복 소매로 훔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도복 소매가 땀에 절어 있지 않으면 어쩐지 태권도하는 기분이 안 난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몇번이나 포기하고 싶고, 도복도 벗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덥고 힘들었다. 긴 도복 안으로 땀과 열이 배어 빠져나가질 못했다. 최영부터 화랑까지 어찌어찌 하였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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