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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만화감평)

나이나이당 : 타누키 화상의 화사첩 ㅡ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유

by Aner병문

카토 모토히로, 나이나이당 : 타누키 화상의 화사첩, 학산문화사, 2024~25. 출간중



카토 모토히로의 추리 서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몇 번 했다. 그의 추리는 다소 과장은 있을지언정, 쓸데없이 늘어지지 않는다. 추리도 결국은 수수께끼기에, 그는 지나치게 뜸을 들이지 않고, 적당한 근거를 붙여 범인을 밝혀준다. 약간 엉성할 수도 있는 서사는, 건축학도답게 해박한 다양한 지식으로 보충한다. 다양한 과학적, 수학적 지식을 선보였던 Q.E.D 연작. 맥락은 비슷했으나 역사와 문화쪽으로 옮겨갔던 C.M.B 는 비록 늦될망정 꾸준히 추리 만화를 그려온 한 사내를 마침내 거장의 반열에 들게 만들었다.



약간 쟝르가 다른 '소라의 그리프터스 - 1조엔의 사기꾼들' 은 금융 지식을 기반으로 유산을 지켜야 하는 어느 여고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조차도 낯선 서사이기 때문인지, 내용을 보는 종종 작가가 서사의 고삐를 잘 잡고 의도적으로 운용하고 있는가 의심이 드는 구석들이 있었고, 생각보다 이 만화는 일찍 끝났다. 대신 그는 이번에는 민속학적 지식을 인용하여 역시 전작 Q.E.D. C.M.B와 비슷한 나이나이당 : 타누키 화상의 화사첩 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민속탐정 야쿠모와 비슷한 맥락의 만화기도 하다.



일찍이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왜 그토록 인간은 다양한 괴기담을 상상하는가?' 라는 질문에 '인간은 백지에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지만, 어둠에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라는 멋진 답을 내놓았다. 이 만화는 바로 그 주제를 좀 더 심화시켜놓았다. 그는 도깨비불이나 기타 다양한 일본 민속의 괴담을 소재로 절도, 살인 등의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왜 그런 괴담이 나왔을까 하는 현대적인 해석을 나름대로 곁들인다. 주인공 타누키 화상은, 원래 어머니를 따라 법조인이 되고자 했던 젊은 청년이나, 승려이기도 한 할아버지의 돈으로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시험에 여러번 떨어지자, 여가 시간에 공부는 계속하되, 어느 작은 절의 주지스님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승락하게 된다. 승려라지만 불도에 정진한다기보다는, 축제와 장례를 비롯한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를 돕고, 어린이들과 노약자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마르께쓰의 소설에는 늘, 낭만에 대한 허기가 곳곳에 배어 있다. 그 강렬한 갈망과 허기가, 현실세계라면 말도 안된다며, 상종도 안 할 상황들을 책 속에서 납득하게 해준다. 생각해보면 살인, 절도, 폭행 전부 다 제정신이라면 하지 않을 일이다. 작가는 그 비일상적인 범죄에, 역시 초현실적인 괴담을 멋지게 결부시켜, 연결하고 있다. 결국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 들므로 머리가 아프고 괴롭다. 하지 말아야할 일을 하려 들었기 때문에 누군가를 죽이거나 때리거나 무언가를 훔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옛부터 내려오던 괴담은, 어쩌면 인간 세상을 지켜나가는 경계선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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