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면식수햏(7) - 독산동 ㅈ 면옥, 신도림 ㄱ 라멘
1. 독산동 ㅈ 면옥
성식이형-가수 성시경 씨를 적극적으로 좋아하거나 하진 않는다. 어렸을때 간혹 보던 TV 프로그램에서 비연예인 여성과 여러 연예인 남성들이 애정공세를 겨루던 설정의 상황에서, 그는 명문대 출신의 영어 능통한 '버터왕자' 로 맹활약했던 기억만이 어렴풋이 있었다. 노래 잘하는거야 알고 있었고, 많은 여성들이 그의 감성과 노래를 좋아했으며, 또한 군대에서 야간 근무 마치고 돌아올 무렵의 문지애 아나운서 바로 직전 라디오 방송에서 유명한 그의 '잘자요~' 인사를 듣기도 했었다. 그 외에는 유튜브에서나 간혹 그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 정도 듣다가, 그가 의외로 음식 방송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약간은 놀랐다. 내 선입견으로는 엄청 점잔빼면서, 스테이크나 썰어먹을 듯했는데.. 나중에서야 그가 코미디언 신동엽 씨나 지상렬 씨, 가수 박정현 씨도 도망칠 정도의 주당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고, 무엇보다 그의 먹방 방송에서, '이모오~ 아무거나 많이 남은 걸로 하나 주세요~' (무슨 소린고 하니, 그는 언제나 소주 비율을 맞춰드리기 위해서, 가장 덜 팔리는 소주를 많이 주문한다고 한다.) 해서 받아온 소주를 유리잔에 철철 따라 시원하게 마신 뒤, 맨손으로 그냥 단무지나 수육을 접어서 한입 냠 먹은 다음, 이런저런 '썰' 들을 풀기 시작하는데, 아니, 생긴건 살집 좋은 귀공자처럼 생겨서 왜 하는 짓은 나처럼 그렇게 아재 같냐고욬ㅋㅋ 당신 아직 총각 아니야? ㅋㅋㅋㅋ 예나 지금이나 나는 남자라면, 조각같은 몸매에 가녀린 얼굴보다도, 선도 좀 굵직굵직하고 덩치도 좀 크고, 굳이 유튜버로 치자면 한시대를 풍미했던 산적왕 밥굽남 아저씨 같은 분을 내가 무척 선망하기에, 도통 안 그럴 듯 생긴 성시경 씨가 그렇게 맨손으로 안주를 우적우적 먹어가며, 소주를 콸콸 마시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사실 나도 안 그럴듯 생겨서 오히려 내가 좀 예민하고, 날카로운 부분이 있는 사람인지라, 오히려 성시경 씨의 의외의 면모가 좋았던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성시경 씨의 엄청난 팬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저 오며가며 가끔 보다가, 어? 여긴 우리 동네 근처인데? 하는 곳을 발견했다. 미루고 미루다가, 시간이 나서 모처럼 한번 가보게 되었다.
결론 : 성시경 씨가 추천할만한 맛입니다. 아내와도 꼭 다시 오고 싶어요.
그 때 나는 아침에 소은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도장 아침 훈련에 갔다가 청소기를 세 번인가 고치러 갔던 때였어요. 출발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찾아오시는 길은, 대중교통 이용시, 금천우체국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길건너편 스타벅스 따라 위로 쭉 올라간 다음, 골목길에서 좌회전 하면 바로 보입니다. 업장은 그렇게 크지 않구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냉' 집처럼 아주 허름하지도 않습니다. 언뜻 보기엔, 조그마한 동네 찻집 같은 그런 곳에서, 평양냉면과 비빔메밀과, 수육과, 녹두전과, 곰탕 등을 팝니다.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점심은 사람들이 제법 줄을 서서 어렵지만, 휴식 시간 후 저녁 시간에는 비교적 여유롭게 안주와 술을 즐길수도 있다고 하네요. 저 역시도 도장 훈련을 마치고 점심 시간을 살짝 넘겨서 갔는데도, 내가 기다리진 않았지만,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연달아 사람들이 우르르 또 몰려서, 안그래도 얼마 없는 자리가 비교적 빨리 차는 편이었습니다.
아직은 그렇게 춥지 않았던 날이었지만, 처음 건네주시는 따뜻한 면수가 정말 구수합니다. 메밀향과 육향이 섞여 그득한데, 이 한 잔의 면수가 입맛을 돌게 해요. 한 잔쯤 더 달랄까 싶을때에, 아주 작은 반찬 그릇들과 함께 냉면과 수육 반접시가 나왔습니다. 둘 다 아주 절품이었는데요, 일단 수육은, 평소 먹던 수육과 아주 별차이는 없었지만, 비계가 특히 부드러웠고, 살점은 씹자마자 녹았어요. 일반 수육과 녹차 수육으로 나누어졌던 기억이었는데, 대부분 두세 사람씩 오시던 곳이라, 다른 분들 식탁을 슬쩍 보니 녹두전을 많이 시켜 잡수시더군요. 녹두전도 분명 괜찮았을 겁니다.
평양냉면은, 지금껏 제가 먹어본 충청도 ㅊ면옥에 비견할 정도로 훌륭한 맛이었는데요, 약간 방향은 달랐어요. ㅊ면옥은, 좀더 고명도 많고 양념과 육수도 진해서, 오? 이게 정말 평냉이야? 싶을 정도로 강세가 강한 맛이었는데 반해서, ㅈ 면옥의 평양냉면은 훨씬 담백합니다. 하지만 심심하진 않고, 진한 육향과 구수한 메밀향이 서늘한 육수에 알맞게 넘쳐서, 면 없이 꿀꺽꿀꺽 마시기만 해도 진짜 개운합니다. 면은 쫄깃하다기보단 부드러운 편인데, 그 또한 육수에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집에서 많이 멀지도 않고, 처자식도 모두 좋아할 맛이라 시간될때 꼭 다시 오리라 마음 먹는 곳입니다. 다만 부모님께서는, 좀더 새콤달콤한 냉면을 좋아하시는 편이라, 아마 이 곳의 냉면은 입에 맞지 않아 하실 것 같네요.
차마 여쭙지는 못했는데요, 재밌는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계산대 바로 좌측에 이 업장을 막 열었을 무렵이라고 추정되는 사장님 부부의 사진이 걸려 있는데요, 계산할때 보니 분명 얼굴은 사진 속 그 사장님이 맞으신데, 어깨 너비가...아주 많이 변하셨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신 건지, 아니면 무슨 중국집 수타면처럼, 메밀면을 치대고 치대셔서 어깨가 저렇게 넓어지신 건지, 농담삼아 여쭤보고 싶었지만, 점심 때를 한껏 넘긴 뒤에도 여전히 바쁜데다, 저처럼 입 가벼운 한량 이외에도 성시경 씨며 온갖 연예인들, 손님들 다 받으실텐데, 지치실까 싶어 그냥 그만두었습니다. 언젠가 조금씩 더 가서 친분이 약간 쌓이면 여쭤볼수도 있겠죠. 여하튼 좀 재미있었습니다.
2. 신도림 ㄱ 라멘
라멘이 한때 홍대 중심으로, 일부 젊은이들만의 별미이던 시대는 확실히 지났다. 하기사 냉면과 설렁탕도, 조선 말- 일제 시대때부터 배달을 통해 양반 사대부가를 넘어 서민들에게까지 전파되게 되었다고 들었다. 새벽녘까지 놀다가 지친 양반이나 고관대작들이, 술을 깨기 위해 냉면을 배달시키는 장면도 옛 신소설에 심심찮게 나오며, 옛날 신문을 발췌한 자료를 보면, 해방공간의 신혼부부들이 제 손으로 밥해먹지 않고, 설렁탕을 배달해서 먹고 하루종일 구들장만 지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라는 문구도 나온다. 돼지기름 둥둥 뜬 육수에 면을 말아먹는 희한한 음식이라는 선입견을 넘어, 이제는 적어도 수도권 내에서라면 수준급의 라멘집도 상당히 많아졌다.
평일에 쉬는 날이면, 소은이 데리러 갈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으므로, 도장 훈련을 마친 후 사현님 및 도장 식구들과 함께 식사할 때가 아니라면, 아주 작은 호사로, 주변 라멘집이나 냉면집을 찾아가는 편인데, 신도림역에도 괜찮은 집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첫 맛이 나쁘지 않아서, 연달아 두번이나 갔던 곳이다. 업장은 작은 편이며, 테이블 없이 바BAR 형태로만 구성되어 있고, 바깥 키오스크에서 주문해서 들어온다는 점이 조금 헷갈린다. 문이 완전히 닫혀 있는 상태에서 그저 적혀 있는 안내문을 보고 키오스크에서 주문 후 비로소 안에 들어올 수 있다. 가는 길은 그렇게 어렵지 않고, 신도림역 1번 출구 쪽으로 나와 홈플러스 방향으로 길 건너 좌측으로 건널목 건너 상가로 들어오면 된다. 처음 지도 찾아 갈때만 약간 어려웠지, 길 자체는 발로 금방 익힐 수 있을만한 곳이다.
결론 : 돈코츠 라멘이 무난합니다. 쇼유는 약간 짜요.
생각보다 마제소바나 츠케멘을 드시는 분들이 상당수 많았는데, 보통 라멘 먹으러 갈때는, 약간 느끼하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박력있게 구수한 국물을 마시러 가는지라, 썩 당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날이 추워지지 않을때의 방문이라 츠케멘을 한번 주문해보앗는데, 그 당시는 츠케멘이 이미 다 팔렷다고 해서, 결국 근시일 내에 돈코츠라멘과 돈코츠쇼유, 두 라멘을 먹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집 라멘은, 쫄깃한 면도 훌륭하고, 특히 육수가 맛있습니다. 구수한 돼지육수 위에 잘 보면, 향이 다른 가벼운 기름이 떠 있는데, 닭기름입니다. 음식 소개란에도 나와 있듯이 돼지육수와 닭 육수를 섞어서 쓰는 집인데요, 솔직히 닭기름만 띄운건지 닭 육수도 같이 넣은건지 제 미각으로는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닭맛이 나는것은 분명했고, 그 맛이 결코 돈코츠의 맛을 방해하지 않았어요. 닭맛이 돼지맛과 이렇게 잘 어울릴수도 있구나 싶어서 무척 놀랐습니다. 육수는 무척 훌륭했는데, 쇼유는 좀더 짠 맛이 강해서, 그 육수맛을 방해했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공깃밥이 무료인건 정말 좋지만, 대부분의 고명 추가가 금액이 적지 않은데, 차슈는 맛이 많이 아쉬워서 두번째 갔을때는 추가하지 않았어요. 그릇 바깥으로 빨래 널듯 고기를 걸쳐놓은 모습도 약간 놀랐지만, 이미 말라버린 고기를 육수에 적셔서 다시 먹어도, 향이 좋다거나, 질감이 좋다거나 느낄순 없었습니다. 차슈는 분명 좀 아쉬웠습니다. 전 라멘 고명중에 차슈를 가장 좋아하거든요.
그래도 첫 방문이 분명 맛있었고, 바쁜데 비해 직원분들도 다들 친절하셔서 범계 ㅇ 라멘처럼 두번이나 갔으니 제 기준에는 맛집인건 분명합니다. 제 미각이 그렇게 훌륭하고 대단한 편도 아니구요. 다만 최근 들어 라멘집에 생마늘과 마늘 짜개를 두는 집이 꽤 많던데, 이건 요즘 유행일까요? 귀찮기도 하거니와, 마늘을 그렇게 짜 넣는다 해도, 딱히 다른 점은 못 느껴서, 그냥 생마늘 두어알 국물에 묻어뒀다가 적당히 익으면 씹어먹고 말았습니다. 일본 만화에 보면 마늘을 빻은 뒤에 볶아서 넣으면 풍미가 좋다던데, 그냥 생마늘이라 그런지 전 그런건 잘 못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