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절기를 가져가는 눈비를 맞아
지구는 뜨겁게 헝클어져, 갈수록 계절의 바뀜이 늦고, 짧다 했다. 양 꼭지의 얼음이 이미.녹아 수천만년 전 얼어버린 옛 병균들이 풀려 지구 온난화 이전에 말세가 오리라 말하는 이들도.있었고, 지구는 원래 빙기와 간빙을 반복하였기에 그저 날조된 정상적인 순환에 불과하다 말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그들 모두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수치와 법칙과 이론과 뜨르르한 학위를 가지고 있어서, 나처럼 배움이 얕은 필부는 헤아리기 어려웠다. 다만 나도 벌써 한번은 꺾인다는 마흔이며, 너는 오래 전, 맑은 국물에 소주를 마시던 때에, 그 나이면 약 하나 달고 사는 일은 당연하다 했는데, 나는 무리하게 훈련하다 다쳐 결함이 있는 관절 이외에, 절기나 온도에 따라 까닭없이 온몸이 쑤시고 앓는 날이 있었으므로, 나는 절기의 경계선 같은 비나 눈이 오는 때에 유독 몸 안팎으로 앓았다. 아내는, 타고난 골격도 없는.사람이 무리하게 증량 감량을 반복하며 치고받는 일을 오래 해서 그러리라 안타까워 했다.
잠없는 비는.밤새.내리다 새벽녘 눈으로 바뀌었다. 아이는 아빠와 같이 자고.싶다며 이불을 돌돌.감고 나란히 누웠다. 나는 연이틀 회사에서 무척 피곤했는데, 몸을 움직여야만 떨어내는 피로와 잡념에 대해.생각했고, 반면 몸을 움직일수 없도록 관절마다 못을.박은 듯 무기력하게 만드는 고통과.나른함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아직 한 주.단위로 다.연습하지 못한 2단, 3단 틀 6개가 가시.걸리듯 마음에.박혀 사실 아이 재우고 거실에서.혼자 마저 연습하고 싶었는데, 자꾸 졸리고 늘어져서 움직일수 없었다. 하기사 이번주 월, 화는 아내가 첫 차를 타 배웅하고, 아이가 늦게.자서 더욱 나도 잠을 설칠수밖에 없었다. 먼 남쪽에서, 아내도 걱정되는지, 늦은 밤에 안부 전화를.해왔다. 요즘.늘 늦게까지.서류와.씨름하는 아내의 목소리에도 피로가 먼지처럼 곳곳에 쌓여 있었다. 아내는 늦밤에 피곤한 몸으로 훈련하면 탈날수 있으니 오늘은 자라 했다. 아내의 비는 내일부터 온다고 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베개를.베니 뇌를 녹이듯 잠이 쏟아졌다. 오늘은 자라던 밤이 어제가 되었고, 아내에게 비가 올거라던 내일은.오늘이 되었는데, 출근길 밤새.눈이 쌓여.사방이 눈부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