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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독서감평)

세상을 읽는 법(3) ㅡ 플라톤의 재해석 :아리스토텔레스.

by Aner병문

대나무가 대나무일 수 있는 이유는, 대나무 라는 객체 안에 애초에 대나무가 될 원리- 즉, 리理를 하늘로부터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라는 주자의 논리는 이미 유명하다. 훗날, 무인다운 우직함으로 실제로 보름간 대나무의 원리가 대나무 안에 들어가 있는지 궁구窮究하려고 쳐다만 보다가 실신한 양명 왕수인이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이야기 또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능태 이야기를 들었을때, 웬만히 옛 이야기를 들춰본 이라면 이 이야기쯤은 능히 떠올릴법하다. 실제로 인터넷에 찾아보면, 꽤 많은 이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태와 가능태, 혹은 질료와 형상에 관한 이야기를 리와 기 의 서양식 변용으로 인식하고 있다. 어느 정도 닮은 구석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한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논리를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카데미아에서 스승이자 친구였던 플라톤과 많은 논쟁을 벌였고, 기어이 결별까지 했다고 한다. '플라톤은 내 소중한 친구지만, 진리는 그보다 더한 벗이어라!' 라는 말을 남기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옛 공부자처럼, 자신을 등용할 이를 찾아 여러 참주나 실력자들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고대 최고의 땅부자로 자라날, 알렉산더 대왕의 과외 교사가 된다. 이후 대왕이 스무살 왕위에 오르기 전, 그는 다시 홀홀히 떠나, 단촐한 제자들과 산책을 즐기며 철학 담론을 나누는 소요학파를 일으키게 되는데, 비록 정리된 저작은 없으나, 그의 이론은, 문학, 생물학, 정치, 윤리, 형이상학, 물리학 등 학문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에 걸쳐져 있으며, 훗날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일컬어 '철학자' 라고 명명했는데, 가장 철학자다운 철학자이자, 철학자 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라는 최고의 찬사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은 이미 유명하며, 그는 범주 이전에 객체가 먼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으나, 기준 없이 두 객체를 비교하거나 모으는 일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에 따라 묶을 수 있고, 완전히 다른 기준이라면, 서로를 비교하기 위한 유의미한 기준이 있어야 했다. 그의 범주는 어찌 보면 생물학적이자 정치적인 사회의 요구였을 수도 있다. 질료 위에 형상이 부여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플라톤과 생각을 같이 했지만, 이 세상에 완전히 동떨어진 천국과도 같은 이데아에, 이상적인 형상들이 모여 있다는 플라톤의 생각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가능태와 현실태의 사례를 들며, 결국 모든 것은 운동하는데, 운동의 원리만큼은 변할 수 없기에, 스스로는 운동하지 않으면서, 만물을 운동시키고 변화시키는 이가 곧 신이라고 하는 반론을 펼쳤다. 그러므로 그는 이데아를 비롯한 입자론이나 4원소론 같은 단순한 관념론보다, 무조건적으로 깊은 탐구와 실험, 논증을 우선으로 하는 형이하학에 집중하므로, 과연 모든 학문의 아버지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내가 이해한 건..여기까지..!!



다시 한번 결론짓지만, 다시는, 철학자들의 원저를 읽지 않고, 축약된 개론서만 읽는 짓은 하지 않겠다.

진짜 생각지도 못하게 이 얇은 책이 진짜 너무 힘들었다.


그러므로 윌리엄 거스리 지음, 번역 박종현, 희랍철학입문, 서광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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